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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낳은 새 임대업… '공실 비즈니스' 아시나요

부동산 스타트업 "파리 날리는 빈 상가, 우리가 손대면 뜹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논현역 인근 국내 의류업체 형지패션의 '팝업스토어(한시 운영 매장)'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8개월째 공실(空室)이었던 이 자리는 지난주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스위트스팟이 건물주로부터 일주일 만 빌리는 단기 임차를 한 다음, 형지패션에 재임대를 주면서 팝업스토어로 변신했다.


스위트스팟은 이런 방식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르노삼성자동차, 니베아(화장품), 골든듀(주얼리) 같은 유명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중개했다. 입지는 괜찮은데 불황 등으로 비어 있던 상가들을 '반짝 인기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조선비즈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열었던 주얼리 브랜드 '골든듀' 팝업스토어 모습(아래 사진). 원래 공실이었던 상가 1층(위 사진)을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이 단기 임차를 한 다음, 재임대를 통해 팝업스토어로 탈바꿈시켰다. 스위트스팟은 이런 방식으로 전국 공실 상가 80여 곳과 계약을 맺고 공실 상가 재임대·중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위트스팟

자영업 침체로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임대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상권에 팝업스토어를 전문적으로 중개·재임대해 주거나, 아예 공실 상가를 원룸으로 고쳐 재임대를 놓는 방식이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우선 낮춰주되, 세입자의 매장 운영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임대 계약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분기 중대형 상가(3층 이상 혹은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전국 11.3%로, 통계 집계(201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실 상가→여성 전용 원룸'도 등장…커가는 공실 비즈니스

스타트업 미스터홈즈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낡은 공실 상가 2~4층을 여성 전용 공유 주택으로 바꿔 재임대하고 있다. 이 건물은 반년 이상 세입자를 찾지 못했던 곳이다. 미스터홈즈는 건물주와 10년 장기 임차 계약을 한 뒤 인근 숙명여대생과 여성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원룸을 지었다. 건물 내·외부를 리모델링해 17개의 방과 공유 거실·주방을 갖춘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만실(滿室)이다. 이재우 미스터홈즈 이사는 "두 달 뒤 오픈 예정인 서울역점도 공실 상가를 빌려 주택으로 고친 것"이라며 "세입자도 구하고, 건물도 리모델링할 수 있어 건물주 입장에서도 일석이조(一石二鳥)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스위트스팟은 2016년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270%씩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로수길 외에도 홍대·압구정 등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 상가 80여 개와 계약을 맺어 팝업스토어로 바꿨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팝업스토어 입점 기업에 최적 입지를 컨설팅해주고 방문객 수와 결제액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는 등 다른 재임대·중개업과 차별화했다"며 "과거엔 우리가 건물주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최근엔 먼저 연락해 오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매장 운영 수익 나눠 갖는 계약도 늘어

임대료를 내려도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는 상황에서 건물주와 세입자가 '윈윈(상생)'할 수 있는 임대 계약도 늘고 있다. 독서실 '작심' 운영 스타트업 아이엔지스토리는 지난해 서울 광진구 3층 빌딩의 2층을 상가주로부터 임차했다.


상가주는 주변 시세 절반 수준인 500만원을 매월 임대료로 받기로 하고, 독서실 초기 투자 비용 2억3000만원은 세입자인 작심과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대신 독서실 운영 수익 절반을 배당받기로 했다. 이 점포는 지난해 7월 개업 첫 달 월 매출 3300만원, 수익 2200만원을 냈다. 상가주는 임대료 500만원에 더해 운영수익의 절반인 1100만원을 받아 총 1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초기 투자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임대료보다 월 400만원가량 더 번 것이다.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는 "건물주와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 중인 전국 점포가 31곳"이라며 "최근 건물주를 대상으로 수익 배분 모델 설명회를 열었는데 150여 명에 달하는 건물주가 모였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스타 셰프 장진우 대표도 지난해 말 강남구 논현동에 건물주가 초기 비용을 대고, 운영수익을 나눠 갖는 계약을 맺어 새 식당을 열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임대 계약을 맺은 식당이 전국에 3곳이 더 있다. 장 대표는 "건물주 입장에선 공실 고민을 줄이면서 유명 식당이 들어서 건물 가치가 올라가고, 세입자는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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