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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떠오르다

가끔 어떤 상징적인 음식이 있다. 피자와 파스타가 양식을 대표하고 쌀국수가 동남아의 문을 연 것처럼 특정 나라 또는 식문화를 대표하는 메뉴들. 사람마다 그 종류는 다르겠지만, 개개인에게는 인상적인 요리들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게도 ‘3분 요리’하면 잊을 수 없는 메뉴가 있다. 카레도 짜장도 즉석밥도 아닌 것. 바로 ‘미트볼’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레트로 식품, 즉석요리에 해당하는 미트볼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맞벌이를 하신 부모님은 귀가가 늦었고 저녁 7시쯤이면 늘 배가 고팠다.

 

과자는 물리고 라면을 끓이긴 귀찮을 때. 껍질을 살짝 벗겨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고기라니. 지금 먹으면 조미료 맛이 너무 난다며 손사래를 치겠지만, 그때 미트볼은 세상 최고 메뉴 같았다. 그래서일까. 미트볼의 새로운 장을 연 Memphis Meats의 사례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Memphis Meats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이다. 세 명의 과학자가 설립한 이곳은 배양육, 일종의 인공 고기를 생산한다. 도축으로 고기를 얻는 대신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이를 실험실에서 기른다. 채취한 세포는 영양액을 사용해 증식시키며, 전기 자극을 통해 성장시켜 고기를 만든다.

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이 무슨 만화영화에나 나올법한 소리인가 싶지만, 배양육은 몇 년 전부터 육식 관련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배양육이 탄생한 게 벌써 4년 전의 일. 2013년 8월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실험실 배양 세포로 만든 햄버거를 처음 선보였다.

 

Memphis Meats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배양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다. 이들은 2016년 쇠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미트볼을 공개했으며, 5년 이내에 배양육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 영상에 등장하는 미트볼은 단어 그대로 미트볼처럼 생겼다. 영상에 함께한 여성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기를 맛보는데 일단 입에 넣고 난 후에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녀의 말대로 그건 정말 ‘미트볼’이었다.

 

Memphis Meats의 창업자 Uma Valeti은 배양육이 일반고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건강에도 더 좋을 수 있다.

 

인류의 과도한 육류 소비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UN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육류 생산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8%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합한 것보다 많은 양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셈이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는 물과 땅의 양 역시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농지의 33%가 사료 생산에 사용되며, 햄버거 1개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만들기 위해 1,700L의 물이 필요하다. 도축 자체의 역시 고전적인 문제로 그 잔인성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른다.

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배양육은 이론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동물 자체를 죽이지 않아도 되며 물과 땅의 사용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전통적인 육류 생산 방식의 50%에 불과하다. 기존 방식은 1㎈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23㎈가 드는 데, 배양육은 그 비율이 3대 1까지 줄어든다. 또한, 지방 없이 100% 근육만으로 이뤄진 고기를 만들거나 포화 지방산을 오메가3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장점만 놓고 보면 왜 당장 판매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지만, 배양육에는 아직 극복할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돈’이다. 배양육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기다. 400g 정도에 약 2,000만 원으로 높은 개발 비용이 필요하다.

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은 투자와 경쟁뿐. 배양육을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업체가 함께 한다면 가격은 시장에서 적용 가능한 선으로 내려갈 수 있다. 다행히 Memphis Meats는 주식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며, 경쟁업체도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3월에는 미트볼에 이어 닭고기와 오리고기 요리도 선보였는데 보기에도 그렇고 꽤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상에 없던 미트볼, 육식의 대안으로

인류가 고기를 먹기 위해 사육을 시작한 지 1만 년 이상이 흘렀다. 그사이에 고기는 왕족이나 부자만 먹을 수 있는 것에서 원하면 누구든지 접할 수 있는 재화가 되었다. 그 결과 자연은 훼손되었고 고기를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배양육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 중 인공적이지 않은 것은 없는 셈이다.

 

어쩌면 육식은 ‘종말’하는 대신 스스로 대안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5년 후 배양육이 실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주목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Images courtesy of Memphis Meats

 

에디터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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