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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아이들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이유

네덜란드 아이들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

지난 2013년 유니세프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9개국을 대상으로 한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보고서를 냈다. 1위는 네덜란드. 상위 10위까지 모두 유럽국가가 차지했다. 물질적 풍요, 건강과 보건, 교육, 행동과 위험성, 주거 환경 등 다섯 가지 항목을 토대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한국은 데이터가 부족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비교할 지수가 없는 건 아니다. 같은 해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방정환재단이 발간한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교육환경, 주거환경, 물질적 풍요 등 기본적인 주변 환경 측면에서는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청소년 자살률은 부동의 1위,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양한 이유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

 

수능시험 날이 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은 자살하는 친구가 없어야 할 텐데'가 될 만큼,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심각한 수준이다. 답답하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95% 이상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는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1. 학업 스트레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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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초등학생들은 숙제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보기 위해 열을 내며 공부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보통 네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3학년인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읽기, 쓰기, 산수 등 시스템화된 교육을 받지 않는다. 모든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이 그렇게 되어있다. 만일 그 전에 어느 학생이 특정 분야에 관심을 보일 경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재가 주어질 뿐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치원 입학 대기를 신청한다든지,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와는 천지 차이다.

2.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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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큰다. 거의 모든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길바닥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학교가 끝난 후에는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논다. 날씨가 안 좋다고 해서 예정된 야외활동이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가 오면 아노락(등산이나 스키에 쓰이는 방풍・방설을 위한 후드가 달린 상의)을 입으면 그만이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타는 법을 미리 익힌다. 그래서일까. 네덜란드 사람들은 대개 '나쁜 날씨는 없다, 오직 나쁜 옷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3.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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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고, 이를 쟁취했다. 유럽에서 가장 시간제 일자리가 잘 정착된 나라답게, 이들의 근로시간은 주 평균 29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하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아빠들은 아이들을 양육하거나 집안일을 하는데 엄마와 거의 같은 시간을 보낸다. 휴무일엔 아이를 돌보는 게 일상이기 때문인지 네덜란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모차를 끄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4. 아침은 꼭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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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11세, 13세, 15세 아이들의 85%가 매일 아침을 먹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전, 부모님은 일하기 전에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하는 게 네덜란드의 보편적인 문화인 셈이다. 영국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분주한 아침 시간엔 식사를 거르는 게 보통이고, 먹는다고 하더라도 식탁에 앉아 시간을 들이며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침을 먹는 게 불필요한 간식 섭취를 줄이고, 학교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얼핏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우리에겐 그리 간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우리 어른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7시간에 이른다.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길다. 삶이 이렇게 팍팍하니 주말엔 누워만 있기 십상이다.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하루를 보내고, 아빠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휴직이 일반화되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그런 세상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초등학생의 경우 10명 중 무려 9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 주로 행복을 느끼고 성적에 대한 압박과 학습부담이 클 때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부모세대가 강조하는 공부와 성적은 아이들의 행복 요건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행복의 요건 중 제일 첫 번째로 꼽은 것은 화목한 가정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아이들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 그래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 출세해서 돈 많이 버는 것. 아마 많은 부모가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이 되면 나한테 고마워할 거야'라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위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행복이지, 보장되지 않는 미래의 행복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제도의 변화 역시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의 의식을 바꾸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 아닌가.

  1. 참고 : UNICEF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한국방정환재단 2013년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Photo (cc) via smithereen11, atelier PRO, Willem Eradus, Amsterdamize, Bunches and Bits {Karina}, SupportPDX / flickr.com

 

에디터 성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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