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의 변신 노숙인들의 침대가 되다
화려한 색상과 사진, 타이포그래피로 장식되어 우리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시선을 잡아끄는 옥외 광고판. 하지만 광고판은 이제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광고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광고 그 자체를 넘어 소외계층의 필요를 채우는 무엇으로 변신한 세계 각국의 광고판을 소개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대 광고계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문구 안에서 우리는 아주 단순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과학에까지 비유할 정도로 침대가 중요하다는 점, 그만큼 편안한 잠자리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굳이 과학적 근거를 들이밀지 않아도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린 다음 날, 의도치 않게 잠자리가 바뀐 날 우리는 온몸으로 그 차이를 느낀다. 이처럼 전날의 꿀잠은 다음날의 몸 상태를 좌지우지할 만큼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지니는 요소이다.
만약 매일 매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도 피로를 풀어줄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분명 그런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집이 없는, 딱딱한 보도블록 위에서 웅크린 자세로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노숙인들이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파키스탄에는 주요 도시마다 약 50만 명의 노숙자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도시 외곽의 노동자로 낮에는 고된 육체노동으로 하루를 보내지만, 밤이면 자신의 몸을 누일 집 한 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딱딱한 길바닥 위에서 이불이나 판자 같은 별다른 도구도 없이 간신히 눈을 붙일 뿐이다.
이토록 효과적인 광고 겸 CSR 전략으로 득을 본 것은 Moltyfoam만이 아니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광고 회사 BBDO는 Billbed를 통해 2015 칸 국제 광고제에서 동상을 거머쥠으로써 그 기발함과 탁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사실 광고주와 광고 회사를 넘어 Billbed를 통해 그 누구보다 혜택을 본 사람은 그 위에서 잠을 청한 노숙인들이다. 몸을 쓰는 일을 하는 그들에게 단 하루에 불과할지라도 편안한 잠은 무엇보다 필요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 중 일부는 Billbed 위에서 단잠을 잔 덕분에 다음날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고 적게나마 소득 역시 증가했다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어쩌면 침대는 과학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침대가 가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하기에 우리는 Billbed를 통해 그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사물로서 침대가 아닌 소외계층과 함께 모두를 위한 단잠을 생각할 때, 그것은 오히려 과학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Images capture of Look Ads
https://www.youtube.com/watch?t=28&v=999p_zAC3v4
에디터 이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