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가진 '모기'와 '별빛'의 공통점?
과학을읽다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에서 촬영한 밤하늘의 별빛. [사진=양양군 생태공원사업소 홈페이지] |
모기와 별빛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싸한 공통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국가를 한정해서 고민하면 이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예보'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모기 예보'와 '별빛 예보'를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없지는 않겠으나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예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우선 서울시는 2015년부터 '모기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모기(mosquito)가 발생하는 환경요인과 모기 성장일수 등을 반영해 '모기활동지수'를 산정, 모기발생 예보를 '쾌적', '관심', '주의', '불쾌' 등의 4단계로 설정해 정보를 제공하는 예보시스템입니다.
서울시는 시 전역에 고루 설치된 모기 유인용 유문등과 디지털모기측정기(DMS) 등에 채집된 모기 개체수 등을 분석해 그 결과를 매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합니다. 매일 1~1000까지의 모기활동지수와 모기발생 단계, 단계별 행동규칙, 방제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서울시는 '모기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득세하는 모기로부터 건강을 지켜야할 계절입니다. [그림=서울시] |
모기발생 각 단계 중 쾌적과 관심 단계를 벗어나 3단계인 주의 단계에 돌입하면 모기 방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각 단계별로 모기활동지수에 따라 상, 중, 하로 세분화 됩니다. 주의 단계는 상(모기활동지수 666.7~750), 중(583.4~666.6), 하(500.1~583.3)로, 이 보다 심각한 불쾌단계는 상(916.7~1000), 중(833.4~916.6), 하(750.1~833.3)으로 세분화해 구체적 행동수칙, 방제법 등을 함께 알려줍니다.
불쾌가 발령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방충망 없는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지 않아야 하며, 야외활동 이후에는 바로 샤워하도록 권장합니다. 또 취침 2시간 전에 모기향을 사용하고 취침 때는 모기향을 꺼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모기의 종류와 생태정보, 주택과 아파트, 건물 등에서의 생활 모기 방제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고, 과거에 비해 현재의 모기활동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모기발생 단계가 관심 단계의 '상'까지 상승했습니다. 불쾌 단계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모기방제에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자료=서울시] |
여름은 모기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야외 활동을 하면서 '별빛'을 관측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경북 양양군에서는 '별빛 예보제'를 시행합니다.
육지에서 가장 밝은 별빛을 관측할 수 있는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의 밤하늘 상태를 '관측 좋음', '관측 보통', '관측 불가'로 예보해주는 것이지요.
2015년 10월 31일 국제밤하늘협회(IDA, 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는 수비면의 수하계곡 왕피천 유역 자연경관보존지구 일부 지역을 포함한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 390만㎡를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 International Dark Sky Park)으로 지정합니다.
IDA는 밤하늘 질 측정기 등급기준으로 하늘 밝기 측정값이 평균 21.37mag/arcsec²(특정면적당 밝기 단위, 범위 21.74~21.00)로 탁월하고 밤하늘 투명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은하수, 유성 등 밤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육안관측이 가능한 지역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육지에서는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은밤(Silver Tier)'으로 등급을 매깁니다.
경북 양양군이 '별빛 예보제'에 따라 지난 21일 예보한 관측 상황. 지난 주말은 '관측 좋음' 상태였습니다. [사진=양양군 생태공원사업소 홈페이지] |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자리잡은 자연생태관리사업소와 천문대 등에서는 반딧불이 체험, 천체관측, 만들기 체험, 별빛걷기, 별빛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관측 좋음'이 예보된 날이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은 공원의 야외에서 음악을 들으며 쏟아지는 별빛을 만끽합니다.
별빛 예보제가 시행되면서 야외조명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빛공해도 줄어들고, 지역 농산물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기 어려웠던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보호공원을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