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더 황다건 성희롱 논란…짧은 치마가 문제?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 황다건. 사진=황다건 인스타그램 |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 황다건(18)이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노출이 심한 치어리더 복장을 이유로 성희롱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의 주장이다.
황다건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베가 자신을 성희롱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치어리더라는 직업은 재미있고 좋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이런 건가”라며 “한 두 번도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저런 글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는 다 망치는 것 같고 하루 종일 이 생각 밖에 안 난다”면서 “이젠 겁도 나고 부모님이 보게되실까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황다건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대중의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일하는 치어리더는 성희롱을 당할 수 밖에 없고, 이렇다 보니 성희롱을 유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당신도 문제가 있다는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논리다.
사진=연합뉴스 |
성폭력 범죄는 짧은 치마, 야한 옷차림과 관계 없어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하 형정원)이 서울과 인천의 전자발찌 부착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벽 시간 집에 있던 20대 여성을 계획적으로 노린 성범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어리더 복장이 노출이 심해 성희롱을 당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는 일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연구 결과다.
관련해 짧은 치마, 늦은 귀가 등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환경을 제공한 피해자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도 반대되는 결과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지역의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여학생의 교복 치마를 미니스커트로 비유하며 “이런 미니스커트나 짧은 옷을 입고 다니니까 성폭행이나 성희롱이 발생한다”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파문이 확산하자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이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보고 학생들의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다수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짧은 치마’와 ‘성폭행’을 언급해 학생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고 밝혔다.
사진=CCM(Centre Communautaire Maritime) 페이스북 |
실제 성폭력 범죄 당한 여성 옷차림 보니 운동복, 일상복 등 노출 심한 옷차림 없어
성폭력 피해 발생이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일부에서 인식돼 있는 가운데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지난 1월(현지시간)부터 ‘성폭력 피해자 옷 전시회’가 열렸다.
일부 남성들이 주장하는 여성의 옷차림이 노출이 심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통념과는 정반대의 옷차림이 전시되었다.
전시된 옷을 보면 중·고생 교복, 흰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 운동복, 잠옷, 경찰제복 등 다양한 옷이 진열됐다. 이는 실제로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할 때 입고 있던 옷이었다.
종합하면 성범죄자들은 자신의 뒤틀린 욕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불과, 피해자인 여성의 옷차림이나 어떤 특수한 상황과는 성범죄와 관련이 없는 셈이다.
성범죄 피해자 지원단체 CAW의 리자베스 케네스는 “전시회를 보면 피해자들이 입었던 옷이 아주 평범하다는 걸 알게 된다”며 “심지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있는 어린이 티셔츠도 있다. 이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케네스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극적인 옷차림’, ‘심야에 자전거 타기’ 등을 이유로 비난받는 상황을 지적하며 “성폭력에 책임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성범죄자”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