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굽이굽이 숨겨진 '화암팔경'…굽이진 인생을 위로하다
정선 424번 지방도 따라 가는 화암팔경 여정
정선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화암팔경과 함께 하는 424번 지방도를 빼놓을 수 없다. 명승지들과 함께 하지만 길은 외지고 한적해 코로나시대에 어울리는 드라이브 여행이 가능하다. 424번 도로 한편에 있는 문치재가 녹음과 어울려 장관이다. |
화암팔경중 7경인 몰운대 |
8경인 광대곡 영천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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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인 화암동굴 |
424번 도로에서 만난 늦여름의 녹음 |
정선 소금강 |
문치재 |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처서(處暑)를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두 번째 맞이하는 가을입니다. 코로나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행를 떠나기도 머뭇거려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늦은 휴가나 잠시 지친 몸과 마음에 콧바람이라도 마시고 싶다면 비대면 드라이브를 권해봅니다. 볼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강원도 정선이 목적지입니다. 정선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광 자원이 많지만 자연경관만 놓고 보면 지방도로 424번과 함께 하는 화암팔경이 으뜸입니다. 명승지들과 함께 달리지만 길은 외지고 한적해 코로나시대에 어울리는 여행지입니다. 이 길에는 1경인 화암약수를 비롯해 4경인 화암동굴, 7경인 몰운대, 8경인 광대곡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금강, 문치재 등 정선의 손꼽히는 명소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드라이브 도중 살짝 찾아봐도 되고 달리면서 즐길 수 도 있는 곳들도 여럿입니다.
정선군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우리체험마을을 지나 424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날 곳은 화암동굴(화암 4경)이다. 동굴을 중심으로 반경 5㎞ 내에 화암1~8경의 비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동굴로 가기 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북동리 문치재다. 동굴을 1.3km 앞두고 좌회전해 오산교를 건너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순간 시야가 확 열린다. 오산에서 북동리 무내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문치재가 구불구불 한 눈에 들어온다. 문치재는 고양산과 각희산, 곰목이재 등 해발 1,000m 넘는 산에 둘러싸인 북동리로 들어가는 길의 문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전망대에 서면 한없이 구불거리며 북동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다. 북동리는 너무나 깊어서 6,25 한국전쟁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하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현재는 문치재길이 롱보도 최고의 코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보드매니아 들이 찾고 있다.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화암8경으로 들어간다. 화암동굴이 먼저다. 1922년부터 해방 때까지 금을 캐던 광산이었다. 천포광산이라 불리던 동굴의 길이는 1,803m로 동굴 중간에는 넓은광장이 있고, 광장 주변으로는 종유석과 석순ㆍ곡석ㆍ석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광장 남서쪽에는 둘레 5m, 높이 8m의 대석주가 서 있고, 동쪽 벽과 천장에는 기기묘묘한 석순과 종유석이 장식처럼 매달려 있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 매표소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거나 걸어 올라가면 된다.
화암동굴을 나와 42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2경 거북바위와 3경 용마소를 거쳐 1경 화암약수에 다다른다.
화암약수는 1910년 이 마을 주민이 군의산(923m) 구슬봉 바위 아래에서 청룡ㆍ황룡 두 마리가 서로 엉켜 몸부림치다 승천하는 꿈을 꾼 후 그 장소를 찾아가 땅을 파보니 바위틈에서 물이 솟구쳐 약수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약수 한 모금 들이켜고 다시 길을 나서면 이내 화표주에 이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거대한 돌기둥이다. 기둥 모양의 바위 두 개가 솟아오른 모습으로 산신령이 이 기둥을 신틀 삼아 짚신을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화표주부터 7경인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계곡을 '정선 소금강'이라 부른다. 설경이 아름다워 설암이라 불리는 소금강은 어천에 발을 담근 기암괴석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금강산 만물상의 경치를 빼닮았다는 소금강은 고작 4㎞ 남짓이라 아쉽기도 하고, 차를 타고 휙 지나친다면 싱겁기도 하다. 하지만 녹음이 우겨진 절벽의 풍광도 나쁘지 않다.
소금강을 지나면 몰운대가 나온다. 도로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조금만 걸으면 수십 명은 족히 앉은 수 있는 암반이 나타난다. 바로 몰운대 정상이다.
몰운대는 어천변에 층층이 포개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위에 너른 반석이 펼쳐진 절벽이다. 어천의 물가에서 피어오른 안개에 잠겨있는 듯하다 해서 몰운(沒雲)이란 이름이 붙었다. 몰운대는 화암팔경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경관을 갖고 있어 "아,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몰운대에 서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특히 절벽 끝에 수백년은 됐음직한 고사목이 결연한 자태로 서있어 풍경에 짜릿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황동규 시인이 '죽은 척하는 소나무'라 표현한 바로 그 나무다. 은빛을 띠는 뒤틀진 가지가 희한하게도 썩지 않고 화석처럼 굳어 몰운대의 상징이 됐다. 노송 너머 발아래로 보이는 소금강 계곡이 아련하다. 몰운대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는 작은 정자가 있어 잠깐 들러 바람에 땀을 씻어볼 만하다.
몰운대를 지나면 8경인 광대곡이다. 화암팔경 중 사람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곳이다. 그만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광대산(1,019m) 서편 자락을 흐르는 약 4㎞ 계곡으로 소도굴, 촛대바위, 층대바위, 영천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등 12개의 동굴과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광대곡은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으로, 원시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태곳적부터 부정한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을 금하는 전설을 품고 있다.
광대사에서 1.7㎞ 떨어진 영천폭포까지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초입에 숲길 안내판이 있어 탐방로도 그렇겠거니 여겼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미리 말하자면 길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인적이 뜸한 탐방로는 수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험한 바위투성이 계곡을 여러 차례 가로질러야 한다. 탐방로로 접어들어 조금만 걸으면 길은 바로 계곡으로 내려간다.
선녀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위를 나선형으로 깎으며 돌아 흐르는 골뱅이폭포, 커다란 표주박 모양의 물웅덩이가 계곡물을 가득 담고 있는 바가지소가 나타난다. 골뱅이폭포 아래에는 널찍한 암반이 형성돼 있다.
바가지소에서 계곡을 따라 미끄러운 이끼를 밟고 협곡을 더듬어 들어가면 드디어 영천폭포를 만난다. 서늘한 바람이 물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절벽에 자라는 우산나물과 돌단풍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덮어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늦여름의 더위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계곡의 공기가 어찌나 차가운지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 날 정도다.
정선=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정선 424번 지방도로 가는방법은 두가지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동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광대곡, 몰운대, 화암동굴, 문치재 순으로 갈수 있고, 반대로 정선읍에서 시작하면 문치재, 화암동굴, 몰운대 순으로 이동할 수 있다.
△볼거리=정선에는 화암팔경 뿐만 아니라 병방치스카이워크, 정선5일장, 아우라지, 레일바이크, 나전역, 동강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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