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여성이 무슨 성폭행을 당해요?" 피해자 두 번 울리는 편견
김건모, 성폭행 의혹…피해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 논란
일부서 "접대 여성 과연 성폭행 맞냐" 지적도
자료사진. 유흥주점이 밀집한 한 거리.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가수 김건모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와 별도로 피해 여성을 둘러싼 편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은 성매매를 업으로 하고 있어, 성폭행이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6일 오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는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김건모가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접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며 "저희가 의혹이라는 말을 썼지만, 의혹이 아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장소에 대해서는 '유흥주점'이라고 설명하며 "김건모는 평소 유흥주점을 친구와 함께가 아닌, 혼자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새벽 1시께 김건모가 7부 길이의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혼자 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김세의 전 MBC 기자는 "김건모는 피해 여성에게 룸 안에 별실처럼 되어 있는 화장실 쪽으로 오라고 한 뒤 구강OO를 강요했다"며 "본인이 안 하려고 하니까 머리를 잡고 하게 했다고 한다"고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김 전 기자는 "구강OO를 한 이후에 김건모가 흥분된 상태에서 피해 여성을 소파 쪽으로 데려가 눕힌 뒤 본격적인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여성 직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등에 나설 수 있고, 이런 이유로 피해 여성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30대 후반 남성 직장인 A 씨는 "김건모 피해 여성 양측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사건 발생 장소가 장소인 만큼, 편견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명확한 증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0대 중반 남성 직장인 B 씨는 "사건 (발생)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은(사건 발생 장소가) 유흥업소다 보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관련해 강용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유흥주점의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유흥주점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가 계속 거부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를 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한다"며 "김건모는 강간 후 피해자에게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흥업소 직원 여부를 떠나 자신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했다면 이는 성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유흥업소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사기관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8%는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장소와 또 피해 여성의 직업이 '유흥업'에 종사하다 보니 일종의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앞서도 유흥업 종사자라는 이유로 성폭행 사건에서 편견이 생긴 경우가 있었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는 2016년 유흥업소 종사자 4명을 업소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씨를 고소한 여성들은 무고죄로 기소돼 일부는 무죄, 일부는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유흥업 종사자라는 이유로 실제 성폭행당하지도 않고, 금전이나 금품을 목적으로 박유천을 고소한 것 아니냐는 편견에 시달렸다.
박유천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A 씨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의 말을 누가 믿어줄까 싶어 무능력하고 용기 없는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어떤 사람도 직업이나 신분에 따라 강간을 당해도 되거나, 신고할 경우 무고라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 성폭력상담가는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성폭행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성폭행 장소가 유흥업소다 보니 피해 여성에 대한 신상 등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고, 또 직업을 둘러싼 편견은 물론 무고죄로 고소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아예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