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애플도 도전…테크 기업이 車산업 뛰어드는 이유는?
애플, 오는 2024년 전기차 공개 전망
소니·LG 등 테크 기업들, 최근 전기차 사업부 설립
센서·반도체·소프트웨어 등 테크 기업에 새 기회
높은 생산비용은 걸림돌
미국 테크 기업인 애플은 현대자동차와 최근 자동차 생산 협력 논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아이폰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테크 기업인 '애플'이 오는 2024년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이른바 '애플카'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애플은 그간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아이폰의 전 세계적 인기로 자동차 사업 구상은 잠시 뒤로 밀려났을 뿐입니다.
'괴짜' , '돌연변이' 등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애초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했습니다. 아버지 폴 잡스와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뜯고 만지며 기계를 접했고 이는 잡스를 공학의 세계로 이끌어준 첫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의 소형 피아트부터 최신 벤틀리까지 다양한 차를 소유하고 있던 잡스는 이를 사업 라인에 들여놓기 시작합니다. 애플에서 아이팟 프로젝트를 책임졌던 전 부사장 토니 파델은 2015년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에는 배터리와 컴퓨터, 모터 등의 기계적인 구조가 있다. 아이폰을 보면 자동차와 모든 게 똑같다"며 애플의 자동차 사업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팀 쿡 CEO는 생전 자동차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인 잡스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단순 프로젝트가 아닌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협력하여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모습이 아니라는 업계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그중에서도 전기차 사업을 추진 중인 테크 기업이 애플 뿐인 것만은 아닙니다. 소니·LG전자·다이슨 등 다양한 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노력의 일환으로 전기차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왜 테크 회사들은 전기차를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게 된 것일까요?
앞서 국내·외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오는 2024년 첫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애플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이 차량은 애플이 직접 설계한 특수 배터리, 자율주행·운전 보조 등 기능에 필수적인 '라이다(LiDAR) 센서', 자체 소프트웨어 등을 탑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과거부터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온 바 있습니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에 이어 201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 당국으로부터 자율주행차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주행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설계한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 게임 콘솔 제조 기업 '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SUV 컨셉 '비전-S' / 사진=소니 |
사실 테크 기업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영국의 가전제품 및 테크회사인 다이슨도 전기차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했으나 생산은 포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 사와 전기차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게이밍 콘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 소니도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전기차 시제품 '비전-S'를 깜짝 공개한 바 있습니다.
자동차와 거의 관련 없는 사업을 하던 테크 회사들은 왜 갑작스럽게 전기차 개발에 뛰어 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전기차가 단순 자동차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 디젤·가솔린 엔진 기반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특성상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만 하더라도 '테슬라 소프트웨어'라는 자체 통합 운영체제(OS)를 통해 각종 기능을 지원하고 업데이트합니다.
또 전기차 인테리어 내부에 장착된 디스플레이, 미래에 구현될 자율주행 기능에 필수적인 각종 센서, 통신 기능, 정보 처리를 위한 차량용 CPU·GPU 등 마이크로프로세서도 테크 회사들의 노하우가 중요한 영역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내놓은 '전기차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30년까지 3110만대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같은 해 전기차는 전체 신차 판매량의 약 3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존 디젤·가솔린 자동차에서는 보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대개 정밀기계에 특화돼 있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테크 기업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테크 회사들은 미리 전기차 사업부를 설립해 미래 보급망을 선점하려는 셈입니다.
다이슨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전기차 SUV 프로토타입 이미지. / 사진=다이슨 |
다만 테크 기업이 당장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앞서 전기차 SUV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했던 다이슨은 실제 차량 양산 비용 문제 때문에 전기차 프로젝트를 폐기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지난 2019년 사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우리는 전기차 개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업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전기차 대량생산에 드는 공장·숙련 인력 등 비용이 너무 막대하다 보니,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을 하기 힘든 탓입니다.
다른 테크 회사들도 이같은 생산비용 문제 때문에 완성차 생산보다는 전기차 부품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LG의 전기차 합작 법인은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생산에 집중합니다.
소니 또한 실제 차량 생산보다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이미지 센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부품인 이미지센서는 소니의 주력 제품입니다.
한편 애플은 다른 테크 회사들과는 달리, 자사 완성차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다만 애플 또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현재 현대차와 협력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일 협력이 타결된다면, 애플이 개발한 각종 센서 및 소프트웨어를 현대차가 제조한 자동차에 이식해 판매하는 OEM(위탁제조) 방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