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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나서 바로 똥 마려우면 건강해?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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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바로 배변신호가 온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소화가 잘되는 건강한 사람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주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면서 포식했을 때 배변신호가 바로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좀전에 먹었던 음식들이 소화돼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요?


배변은 아주 중요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배설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배변에는 소변과 대변이 있습니다. 소변은 하루에 3~5회 정도로 자주 배출하지만, 대변은 보통 하루 1~2회에 그치고 며칠에 한 번 정도 배출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식사 후에 급하게 대변이 마려우면 '소화가 참 빨리 되는구나', '방금 먹은 음식이 벌써 소화가 됐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생각은 맞는 것일까요?


식사 후 바로 보내는 대변신호는 방금 먹은 음식이 소화돼 보내는 신호가 아닙니다. 식사 후 음식이 소화돼서 대변이 되기까지는 16~30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립니다. 식사 후에 바로 대변신호가 왔다면, 그 신호는 어제나 그제 먹은 음식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최소 16시간 이전에 먹은 음식이라는 말입니다.


음식물은 입으로 들어가면 침의 소화액과 섞어 분쇄·혼합하는 저작작용을 거쳐 식도로 넘어갑니다. 식도는 근육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로 내려보내는데 도착하기까지 30초 정도가 걸립니다. 위로 이동한 음식물은 위액과 섞여 액체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계속해서 운동하는데, 이때 위가 소화하는 시간은 4~6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소화된 음식물은 길이 5~6m의 소장으로 이동합니다. 소장의 융모는 5~7시간 동안 영양분을 흡수하게 됩니다. 소장에 의해 영양분이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들은 길이 1.5~1.6m의 대장으로 이동하는데, 대장에서는 남은 수분을 흡수합니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10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수분까지 쫙 빠진 찌꺼기가 대장에 어느 정도 모이면 비로소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소화가 아무리 빠른 사람도 16시간 정도는 지나야 대변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식사 후 즉각적인 신호는 대장에 수분 빠진 찌꺼기들이 왠만큼 모였다는 신호이지, 방금 먹은 음식물이 소화됐다는 신호는 아닌 것이지요.


대변 주기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고, 동일인일 경우에도 배출 시간이 다릅니다. 개인의 식습관과 소화 능력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음식물에 들어있는 각 영양소의 소화시간이 서로 다른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은 16시간, 어떤 사람은 30시간이나 걸리는 대변으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거의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마시는 우유 100㎖에는 3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20%는 유청단백질, 80%는 카제인단백질인데 유청단백질은 15~30분 정도면 소화되지만, 카제인단백질은 소화되기까지 2~8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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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내부의 융모. 이 융모가 소화된 음식물의 영양소를 흡수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수분도 영양소에 따라 소화 시간이 달라지는데 위가 빈 상태에서의 물 같은 일반 수분은 지연되는 시간없이 바로 위에서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스포츠 음료나 쥬스 등은 15분 이내 흡수되는데 과즙의 종류에 따라 시간도 다릅니다. 오렌지, 포도, 자몽 등 과질이 연한 쥬스는 20~30분만에 흡수되지만, 사과나 배 등 과질이 단단한 것은 4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섭취하는 음식이 단단할수록 소화 속도는 느려지고, 평소 소화불량이 있거나 위가 약한 사람은 그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사 후 매번 대변신호가 오는 사람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장 운동 능력이 부족해 소화를 제대로 못시키는 경우인데, 소화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조금 전에 먹었던 음식물이 바로 대변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나 과식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세계 인구의 7~15% 정도가 앓고 있는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이라고 합니다. 복통이 심해도 배변 후에는 증상이 사라지고,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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