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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이브러리(독서당) - 휴대폰도 쉿~ #숲 #책 #산책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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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보리산 자락에 자리한 더 스테이 힐링파크에서 조성한 숲 속 독서당은 산책로를 1.5㎞ 걷고 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사진 = 마예나 PD

헤르만 헤세와 프란츠 카프카의 극찬을 받았던 인물이자 20세기 독일 문단을 놀라게 한 문제적 작가 로베르트 발저는 산책을 두고 '나에게 무조건 필요한 것, 못하면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 고백했다. "상쾌하게 만들고 위로해주고 기쁘게 하는 산책은 나에게 쾌감을 주며,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말도 남겼다. 걷는 일이 주는 기쁨은 일견 독서의 즐거움과 매우 유사하다. 목적 없이 걷는 듯 보여도 어느새 끝에 다다르는 것처럼, 작가가 세워둔 이정표를 따라 읽다보면 완독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렇다면 산책과 독서의 접점을 구현한 공간으로는 어느곳을 꼽을 수 있을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보리산 자락 깊은 곳에 숨겨진 독서당, '그린 라이브러리'는 그런 설명이 어울리는 곳이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다 설악IC에서 빠져 10분 정도 더 가면 산책과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장소에 닿을 수 있다. 숨은 명소로 알려진 '더 스테이 힐링파크'가 자리하고 있는데, 진짜 주인공인 독서당은 한참 더 가야 만나볼 수 있다. 울창한 삼림 속으로 나 있는 산책로는 높게 뻗은 전나무와 낙엽송들 사이로 다소 완만하게 이어져 있다. 바람 소리, 낙엽 소리에 귀 기울이며 30여 분쯤 걸으면 나무조각과 벤치 사이로 아담한 유리온실이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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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온실 독서당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에는 주로 힐링과 여행, 안식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책로 한 켠에 자리잡은 유리온실 독서당

1.5㎞를 걸어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독서당의 존재는 새로울뿐더러 반갑기까지 하다. 아담한 크기의 유리온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긴 책상과 의자 네 개, 그리고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서가가 낯선 손님을 맞는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흐르는 공간에서 곁에 있는 책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이 공간을 우연히 마주한 산책자들은 운명에 이끌리듯 독서당에 들어와 서가를 살피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든 뒤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작가와의 산책을 시작한다.


여섯 살 아들과 산책 중 독서당을 찾은 한 30대 여성은 자연스럽게 온실 안으로 들어와 그림책을 꺼내 들고선 아들 옆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들이 평소 산만해서 책 읽어주면 도망가거나 집중을 잘 못 하는데, 차분하게 앉아있으니 제가 다 신이 나네요." 해맑게 웃는 그녀 역시 이런 공간이 있는 줄 미처 모르고 그저 맑은 공기 마시려 산책하다 우연히 이곳을 마주쳤다고 말한다. "코끼리 아저씨 뚜띠는 먼 곳으로 물을 길으러 왔습니다. 모두 100개의 물방울입니다. 이제 서둘러 집에 돌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엄마가 아들에게 읽어준 그림책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가족을 보살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세상 모든 아빠를 향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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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하게 들어선 낙엽송과 전나무, 단풍나무 사이로 나 있는 산책로는 최대한 숲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힘입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 = 마예나 PD

모자가 그림책을 다 읽고 자리를 나서자 곧 50대 중년 부부가 입장했다. 산책 중 우연히 발견한 독서당이 보물처럼 느껴졌다는 부인은 서가에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꺼내든 뒤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고, 남편 역시 법륜 스님의 '지금 이대로 좋다'를 펼쳐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집에선 마음잡고 책 한 권 읽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데서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책상까지 있으니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네요." 부부는 그 뒤로도 한참을 독서당에 머물며 독서가 주는 기쁨을 만끽한 뒤 공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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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책로 중간에 자리잡은 독서당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책 한 권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작가와의 산책을 시작하게 된다. 바람 소리, 물 소리, 새 소리는 독서와 더불어 방문객의 사유를 돕는다. 사진 = 마예나 PD

독서와 사유를 위한 공간…'힐링과 환원의 가치' 담아

고즈넉한 산책로 한복판에 독서당이 자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당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더 스테이 힐링파크의 오정택 차장은 사유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들이 이 산책로를 걸어오면서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실 텐데요. 독서당은 혼자 편안히, 또 조용히 산책하면서 생각난 것들을 정리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시간 머물며 독서하는 공간보다는 잠깐의 휴식과 더불어 스스로 생각을 다듬는 쉼표 같은 곳이지요."


숲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산책로와 독서당을 조성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윤보다 전체 공간의 표제인 힐링을 구현하기 위해 나무를 살린 배경이 궁금했다. 오 차장은 "이름에 걸맞게 머무르고 힐링하는 공간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독서당 역시 숲을 찾는 분들께 돌려드리는, 힐링과 환원의 목적이 큰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회활동도 중요하지만, 이런 공간을 통해 환원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도 저희에겐 중요한 가치였습니다"라고 독서당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곳까지 찾아오는데 드는 수고를 생각하면, 또 1.5㎞를 걷는 노력까지 수반해야 한다면 독서당은 멀고 불편한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감내하고 이 공간을 찾는다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의 풍광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선사받을 수 있겠다.

인스타그램 소개글 @hangahanday 나 홀로 즐기는 북캉스♥♥♥

@ddeojun_mom18 그냥 산책하러온건데 숲속에 예쁜 독서당이!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댱~

@nana.737 말그대로 힐링파크. 걸어가는 내내 잣나무숲에 감동, 독서당에 감동!

@pilleve 제일 좋았던, 우연히 만난 숲속 도서관-

@leemyunghee 책읽기 좋은곳!! 산책하며 걷다가 만나는 #독서당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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