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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돌 하나에 12조원?"…로또 혹은 재앙, 소행성의 선물 '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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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지난 6일 370m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지구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 소행성 아포피스(Aphopis)가 만약 지구에 충돌했다면 수천메가t급의 폭발력으로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다. 아포피스같은 소행성들은 지구인들에게 뜻밖의 행운 혹은 재앙을 안기기도 한다.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지구의 중력에 휘말려 떨어져 내리는 유성비가 발생하는 데 그 결과물인 '운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억원의 값에 비싸게 팔려 '로또'로 환영 받기도 하지만 엄청난 폭발로 인해 화재ㆍ쓰나미 등 재앙이 발생하기도 한다.

'찾으면 로또'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행한 '2020 우주 백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의 수는 6만 개가 넘으며 국제시세는 1g당 5~10달러나 된다. 운석을 찾으면 '하늘의 로또'를 맞았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운석 중 가장 비싼 운석은 위구르족 주민이 고비사막에서 주운 '푸캉 팰러사이트'라는 운석이다. 처음 이 운석을 발견했을 때 최초 발견자에게 단돈 3만원에 구입한 운석 주인이 나중에 12조원에 미국에 팔아서 가장 비싼 운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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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운석.[사진제공=온라인커뮤니티]

우리나라의 경우 '진주 운석'이 유명하다. 2014년 3월19일 밤 전국적으로 빛나는 유성이 목격된 후 진주에서 운석 4개가 발견됐다. 당시에도 운석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야산을 수색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운석은 관련 법상 최초 발견자에게 소유권이 보장된다. 이에 정부는 총 3억5000만원을 제시하며 운석을 구매하려했지만 소유자가 270억원이라는 거액을 불러 매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진주 운석의 행방은 '며느리도 모르는' 특급 기밀이 됐다.


지난해 9월23일 새벽에도 한반도 상공에 별똥별이 쏟아졌다.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선 "당장 운석을 주우러 가자"는 글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세종, 경기 오산, 광주, 부천, 대구 등 전국적으로 꽤 큰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주 운석 이후 우리나라에서 운석이 발견된 적은 없다.


운석 발견이 '로또'만큼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수만t의 먼지, 운석 등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데, 그 중 대부분의 운석은 속도도 빠르고 공기 마찰에 깎여 나가기 때문에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지구보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온 암석은 지구에 유입한 순간부터 풍화작용을 겪어 사라진다는 점, 운석 대부분이 산이나 바다에 떨어진다는 점 등도 이유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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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 파편 모습(사진=AP연합뉴스)

우주의 비밀 간직해 '부르는 게 값'

운석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뭘까? 운석은 '지구로 날아 오는 우주의 타임캡슐'로 불리우기 때문이다. 2013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운석 'NWA7533'가 대표적 사례다. 무게 100g도 채 안되는 작은 운석이지만 발견과 동시에 운석계의 슈퍼 스타가 됐다. 바로 이 운석의 형성시기가 무려 44억년 전으로 현존하는 화성 운석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운석 내부 우라늄 동위원소 분석과 화성 탐험을 위해 파견된 로버들을 통해 수집한 증거를 통해 이 운석이 화성에서 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작은 운석은 화산의 화산ㆍ지각활동이 아주 활발했던 44억년 전에 만들어진 후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떨어져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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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톤의 세계에서 가장 큰 호바운석.[사진제공=국립과천과학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큰 운석은 8만 년 전에 떨어진 호바 운석으로 1920년에 발견돼 나미비아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 발견 당시 집채 만한 크기에 무게가 무려 66t에 달했다. 최근에는 2013년 2월 러시아 우랄산맥 근처 첼라빈스크주 체바르쿨 호수에서 건져낸 거대한 운석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이 운석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운석 조각이 들어간 금메달 7개로 제작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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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지구 충돌 상상도.[사진제공=NASA]

엄청난 재앙 될 수도.

그러나 만약 지름 1km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온도와 압력이 발생해 충돌하기도 전에 이미 대기권에서부터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전망이다. 실제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 지역에 지름 40m 가량의 운석이 떨어졌는데, 다행히 산림 지역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반경 26km의 산림이 불타고 인근 지역 사람들도 찢어지는 듯한 굉음을 듣는 등 피해가 컸다. 2013년 2월 러시아 상공에서 지름 16.8m, 무게 1만t의 운석이 폭발한 적도 있는 데, 그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폭이 33배에 달해 건물이 붕괴하고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하기도 했었다. 운석은 누군가에게는 밤하늘의 낭만이나 일확천금의 꿈이 될 수 있고, 연구자들에겐 일생일대의 과제다. 그러나 자칫 거대 운석이 낙하할 경우 인류에겐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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