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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Beautiful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현재 가장 잘나가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돈을 쓸어 모으고 있다는 작가 미스터 브레인워시전을 다녀왔다. 전시를 보기 전에 그에 대한 사전조사 겸 미루고 미뤄왔던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다큐 형식의 영화도 보았다. 사실 이 영화의 감독 뱅크시 또한 스트리트 아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뱅크시는 이렇게 사회 비판적이고 풍자와 위트가 섞여 있어 엄청나게 멋있는 그림을 주로 밤에 그린 채 사라져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 시작 부분에 이 영화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보다 찍은 사람이 재밌게 된 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미스터 브레인 워시, 본명 티에리 구에타이다. 티에리는 원래 구제샵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는데 사촌이자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통해 뱅크시를 포함한 많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작품들을 카메라로 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뱅크시는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 때가 왔다며 그에게 지금까지 찍은 영상들을 보여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개판처럼 엉망인 티에리의 기록물들을 보고 영화는 내가 만들 테니 직접 예술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제안한다. 티에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전 재산을 투자해 LA에서 대형 전시회를 연다. 그리고 매우 놀랍게도 전시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가진 예술에 대한 철학이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려니 생각했지만 웬걸. 영화 속 티에리는 굉장히 생각 없어 보이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작품 속에 무엇이 담겨 있길래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더욱 궁금해져 바로 다음 날 그의 전시회를 보러 갔다. 전시회는 약 5톤 트럭 20대 분량의 방대한 작품이 4개층에 걸쳐 23일간 설치된 새로운 형태였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사진 속에 보이는 것처럼 벽면 전체를 꾸며 재밌는 효과를 주었다. 

M1관 스트리트 아트의 시작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작품이다. 전시 기획의 컨셉이자 스트리트 아트의 시작을 알리는 "하우스"라는데..보는 순간 영화에서 페인트와 스프레이를 촤악 촤악 뿌리며 "이건 금광 같아요. 그냥 스프레이 뿌리고 만 팔천달러, 만 이천달러..ㅎ" 라고 해맑게 말하던 티에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것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아님 예술이 원래 저런 것일까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할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어쩌면 MBW(Mr. brainwash)의 말처럼 우리 모두 세뇌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럴싸했다. 정말 스트리트 아트와 팝 아트의 중간 어딘가 쯤에 걸쳐진 현대 미술처럼 느껴졌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이 작품은 보는 순간 뱅크시가 떠올랐다. 뱅크시가 살아있는 코끼리에 페인팅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에 영감을 받은 듯 했다.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새롭게 변화시킨 작품처럼 보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였다.

M2관 과거와 현재의 화합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여 본인의 작품관을 표현한 곳이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MBW보단 뱅크시스럽다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한 작품이었다. 나이든 노인들의 그림자가 소년과 소녀라는 것이 재밌다. 소년은 꽃을, 소녀는 망치를 든 모습이 마주 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이렇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상영해주는 곳도 있다. 벽면에 Follow your dreams와 하트가 야광처럼 빛나서 춤이라도 춰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의 전시에서는 Life is beautiful, never never give up, Follow your dreams, Art is all over처럼 긍정적인 문장들을 작품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집까지 담보 대출 받아 전시회를 열고 본인의 꿈을 이룬 이야기와 일맥상통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알고 이야기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슈퍼맨 옷을 입은 오바마의 모습도 있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이건 정말 페인트 칙칙 뿌린 게 전부인 것 같은데도 신기하게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미술관이라는 곳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인지, 나도 티에리에게 세뇌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었다. 만약 이 작품이 미술관이 아니라 외부에 있었다면 그것도 작품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현대 미술의 경계인지 나에게는 아직 어렵다.

M3관 대형 붐박스와 작가의 작업실

붐박스 작품을 보며 그 때 들었던 음악과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길 바라며 만든 곳이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한 쪽 벽을 다 차지할 만큼 커다란 붐박스였다. 스피커를 통해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도 흘러나왔다. 음악이 예술이고 예술이 음악이라 말한 티에리는 음악과 관련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에게는 그냥 붐박스로 보일 테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예술적인 물건이라고 설명한다. 이 붐박스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 처음 춤을 춘 사람 등 저마다의 지난 기억을 떠올리길 바라며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남긴 설명이 현대미술을 가장 쉽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것이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라는 것. 어렵다. 현대미술. 나의 부족한 글 솜씨와 생각으로 콕 집어 정의 내리기엔 어려운 주제이다. 티에리는 생각보다 먼저 본능적인 감각으로 무엇이 현대 미술이고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해본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3관은 주제가 음악인만큼 지미 핸드릭스, 데이빗 보위, 마이클 잭슨, U2, 루이 암스트롱 등 뮤지션들의 모습을 LP판으로 표현했다. 머리카락 부분도 얼핏 보면 의미 없는 그래비티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미키 마우스 등이 그려져 있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피카소와 찰리 채플린을 이용한 작품도 있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이런 방식이다. 기존의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이렇게 한국을 위한 작품과 본인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곳도 있다. 왠지 모르게 티에리의 머릿속도 이렇게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M4관 위트와 재치, 풍자와 해학

고미술에 미스터 브레인워시만의 위트와 재치가 더해진 곳이다. 그리고 오직 한국을 위해 대형 스타워즈 워커 로봇을 만들었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이 작품에서도 모자를 뒤집어 쓴 채 얼굴을 가린 뱅크시의 트레이드 마크를 보여준다. 뱅크시를 그린 작품도, 뱅크시와 비슷해 보이는 작품도 있을만큼 뱅크시를 좋아하며 그에게서 받은 영향이 적지 않아 보였다.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작품마다 SAMO(Same old shit)이란 서명을 남기던 바스키아. SAMO is Alive! 

 

이렇게 4관까지 모두 관람한 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핑크색 페인트가 뿌려진 하얀 벽을 다시 보며 이 전시가 티에리 그 자체이고 이것이 현대미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뱅크시가 했던 말이 있다.

"앤디워홀은 유명한 아이콘을 아무런 의미 없게 반복하며 자신의 위치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그의 상징적인 방식이었죠. 하지만 티에리는 정말로 아무 의미가 없게 만들었어요."

나도 영화를 보고 난 뒤엔 과연 티에리의 작품들을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뱅크시의 작품처럼 보는 순간 누군가 내 머리를 때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의미도 없고 심지어 본인은 아이디어만 내고 사람을 고용해서 만들다니! 저게 무슨 예술이야!

 

하지만 그의 전시를 관람하고 나니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내 취향은 뱅크시 쪽이다), "예술이 아니다" 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음을 느꼈다. 뒤샹이 변기를 들고온 순간부터, 앤디워홀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 부르며 조수들과 함께 작품을 대량 생산한 순간부터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된지 오래이니 말이다. 그리고 티에리는 스트리트 아트와 팝 아트의 결합인 스트리트 팝 아트라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그의 작품들이 고민 없이 만들어낸 공장 생산품처럼 느껴질지라도. 

미스터 브레인 워시전, Life is

그렇게 관람을 마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출구가 아니라 기념품샵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홀린 듯이 기념품들을 구경했고 기념품 하나를 구입했다. 하하.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라는 말은 정말 기가 막히도록 현실과 딱 떨어진다. 예술과 상업이 공존하는 시대. 미스터 브레인워시전과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나에게 현대 미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의 범위와 상업성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진행되니 시간이 된다면 영화와 함께 관람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냥 전시를 보러 가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작품과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감상을 통해 하루쯤은 예술에 관한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장지은 기자 mist0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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