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선수들이 공중에서 펄펄 날 수 있는 비결
[국가대표 트레이닝 13 - 기계체조 편 에피소드 ①]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5년 5월호(56호) |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사람은 단 한 순간도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 그만큼 신체에 영향을 주는 여러 환경요소 중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중력은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똑같은 환경에서 누가 더 무거운 무게를 빠르고 정교하게 다루며, 더 멀리, 높게, 그리고 빨리 자신의 몸을 이동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계체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년 동안 중력과 싸워온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유원철 선수. 그는 또 한 번 체조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인류의 숙적인 중력에 매일 저항하고 있다.
The Balance of Power
민첩하고 날렵한 기계체조 선수들의 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선 이들의 몸을 보면 강철처럼 단단하고 섬세하다. 왜 그럴까? 동물의 비유를 들자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코끼리는 중력에 대응하여 활동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체중을 견딜 수 있는 다리와 단단한 골격을 갖고 있다. 반면 비슷한 조건으로 태어난 인간이 기계체조의 놀라운 기술을 구사할 정도로 훈련이 되려면 상대 근력이 높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즉,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상대 근력이 커지기에 항상 작은 몸을 유지하지만 다부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체조선수들은 중력이라는 환경에서 탄생해 걷기까지의 도전을 뛰어넘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조금만 편한 환경에 놓이면 도태되는 우리 몸의 특성상 하루 8시간 이상을 중력에 저항하며 훈련에 매진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유원철 선수가 말한다.
체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력에 저항하며
얼마나 자신의 몸을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느냐이다.
기계체조는 높은 상대 근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능력을 고루 발달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종목이다. 이런 다양한 능력을 응집해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수준 높은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중력으로부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중력에 맞서 자신의 몸을 예술로 승화하려면 파워와 신체를 지탱할 수 있는 밸런스가 동시에 요구된다. 특히 유원철 선수의 주 종목인 평행봉과 링은 대부분 자세에서 몸이 흔들리면 감점을 받기 때문에 균형감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신체 균형이 깨지면 균형이 무너져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행봉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놀라운 밸런스를 보여준 유원철 선수, 그의 트레이닝 비법은 무엇일까?
Who is he?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5년 5월호(56호)
유원철 (경남체육회 소속)
1984. 7. 20 / 165cm / 58kg
-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체조 단체전 동메달
-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체조 평행봉 은메달
21년 동안 체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대부분 선수가 힘들어하면서도 선생님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체조를 강행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실력이 좋으면 실업팀에 들어가 체조를 직업으로 할 수 있어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성적이 좋으면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지금도 체조가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 기술 하나하나를 익히며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게 정말 즐겁다.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지금까지 체조를 하고 있다.
체조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고향이 시골이라 아이들이 놀 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땐, 지금보다 원시적인 놀이들이 많았는데 그중 트램펄린을 타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트램펄린에서 놀면서 백핸드와 텀블링을 배웠고 어느덧 운동장에서도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한번은 아버지를 따라 조기축구 모임에 갔는데 그때 혼자서 백핸드와 텀블링을 하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체육 선생님이 아버지께 권유하여 체조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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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똑같은 체중을 유지하는 이유는?
몸 관리다. 체조는 체급별 경기가 아니지만, 체조선수들의 몸은 작고 아담하다. 오로지 자기 몸으로 하는 운동이기에 조금이라도 가벼운 몸을 만들기 위해 힘들어도 항상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많이 먹고 싶어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하루에 한 끼 먹고 운동하는 선수들도 많다. 자기 몸을 들었을 때 적당한 무게가 있으니 그 체중에 맞춰서 운동하려고 한다. 자기가 가장 잘 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면 그만큼 다시 빨리 빼야 가능한 운동이다. 그래서 12년 동안 항상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맏형으로서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는데 감독님이 기존 대표선수들이 잘 못하는 종목들을 보완 가능하다고 판단해 추천하신 것 같다. 일차적인 목표는 대표팀 올림픽 티켓이고 개인적인 목표는 올림픽에서 주 종목인 평행봉에서 다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Coach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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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선
- 현 대한민국 남자 기계체조 감독
- 제29회 베이징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코치
- 제28회 아테네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코치
체조에서 유원철 선수는?
“리더 역할을 하는 유원철 선수는 성실하고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가장 연장자임에도 체력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관리능력이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판단되어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또한 상체 근력이 뛰어나 평행봉과 링에서 두각을 보인다. 하지만 체조선수라면 마루,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 6종목을 다 잘해야 한다. 상체보다 하체가 약한 유원철 선수는 마루와 도마처럼 뛰는 종목이 약점이다. 하체를 보강하여 모든 종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완벽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 종목인 평행봉에서 또 한 번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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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성연(206 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