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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진 삼남매는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일까?

왜 한진 삼남매는 모두 같은 대학 출

ⓒ오마이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입사 후 수년 내 모두 임원으로 점프했다는 것뿐만 아니다. 유학 경력도 특이하다. 셋 모두 미국 서부에 소재한 같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세 자녀 모두 미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장녀 조현아 사장은 Heather Cho, 아들 조원태 사장은 Walter Cho, 둘째 딸 조현민 전무는 Emily Cho로 불린다.

한진 일가의 USC 행

KBS 시사기획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2014년) 제작진이 조사한 바로는 재벌 일가 921명 중 119명의 출생지가 미국이다. 119명 중 114명이 재벌 3~5세대.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재벌 일가에 ‘까만 머리 미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조 회장의 자녀 중에도 이런 ‘미국인’이 있다. 조현민 전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양호 회장은 인하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79년 남가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이하 USC)에서 석사를 마쳤다. USC는 LA에 소재한 대학이다. 1880년 설립됐으며 미국 내에서 명문으로 꼽힌다.

 

조 회장이 USC에서 돌아오자 한진그룹 일가의 USC 행이 이어진다. 동생 조수호(사망) 전 한진해운 회장은 USC에서 경영학 학사를, 막내 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역시 같은 대학 경제학과를 다녔다. 조 회장의 세 자녀도 하나같이 USC 출신이다. 장녀와 아들은 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둘째 딸은 커뮤니케이션(학사)을 전공했다.

왜 한진 삼남매는 모두 같은 대학 출

USC는 재단이사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대학이다. 1990년경 조 회장은 이 대학의 재단이사가 된다. 현재에도 그의 이름이 재단이사 명단에 올라있다. 28년 정도 USC 재단이사직을 연임해 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의 세 자녀는 아버지가 재단이사인 대학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것이 된다. 바꿔 말하면 조 회장은 세 자녀를 자신이 재단이사로 있는 대학을 다니도록 한 셈이다.

아버지가 재단이사인 대학으로 유학

미국의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동문 기여 입학제도’(Legacy)라는 게 있다. 가족 중에 동문이 있는 경우 그 가족이 학교에 얼마나 기부해 왔는가를 보고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조 회장이 USC 출신이니 세 자녀는 ‘동문 가족’에 해당한다. 그러니 USC에 기부금만 내왔다면 세 자녀에게는 당연히 이 제도의 수혜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USC가 연간 거둬들이는 기부금 액수는 미국 내 주요 대학 중 세 번째다. 1위는 스탠퍼드대학으로 16억 3천만 달러, 2위가 하버드대학으로 10억 5천만 달러, 그다음이 USC로 6천 5백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한화로 약 7000억 원 정도다.

왜 한진 삼남매는 모두 같은 대학 출

USC 재단이사 명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름이 들어있다. ⓒUSC 홈페이지

기부금 내역은 규정상 밝히지 않는다는 게 미국 대학들의 공식 입장이지만, 어쨌든 조 회장도 USC에 상당한 규모의 기부를 해온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려진 건 없다. 하지만 그는 이 대학의 외국인 재단이사다. 그것도 장기 연임 중이다. 그가 USC에 기여한 바가 상당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2006년 조 회장은 USC 총장과 재단 이사 수십 명을 특별기를 통원해 제주도로 초청했다. 대한한공 측은 ‘USC 이사진이 중국 방문 중에 제주도를 찾은 것’이라며 ‘제주도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초청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당시 조 회장의 아들은 USC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중이었다.

 

2007년 조 회장은 부친의 이름을 딴 ‘조중훈 석좌교수직’을 USC에 기부했다. 이때 대한항공에 비행기를 팔아온 미국 보잉사가 돈을 보탰다. 액수는 백만 달러였다고 알려졌다. 그가 USC에 적지 않은 규모의 기부금을 내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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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훈 석좌교수’직 선정 기념 사진 ⓒ대한항공 블로그

회사 돈으로 챙긴 개인적 수혜?

조 회장은 2005년 USC가 선정한 글로벌경영자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한국학연구소 개설을 위해 USC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LA 경제개발위원회로부터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에디 어워드’상을 USC와 함께 수상했다.

 

물론, 한진그룹 일가만 미국의 특정 대학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니다. 다수의 재벌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 두산 일가 중엔 뉴욕대 출신이, SK의 경우 시카고대 출신이 많다. 명문대가 한두 곳이 아닌데도 같은 대학을 고집해 왔다는 얘기다.

 

미국 대학에 기부금을 내왔다면 그 돈의 출처를 따져봐야 한다.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그랬다면 문제다. 재벌 일가의 개인적 수혜를 위해 회사가 금전적 출혈을 감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한진그룹 소유다. USC에만큼 인하대에도 그렇게 했을까.

 

글.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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