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이 된 ‘SKY 캐슬’이 현실에 던지는 질문
1.727%이었던 시청률이 19.243%가 됐다. 믿기 어려운 상승 곡선이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의 이야기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이미 한참 넘어섰다. 기존의 기록은 <품위있는 그녀>의 12.065%다. 남은 건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인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20.509%다. 아직 4회 분량이나 남아 있어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SKY 캐슬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배우들의 이름만큼이나 배역의 이름이 익숙해졌고 ‘아갈미향’, ‘빵빵수임’, ‘차파국’ 등 극 중 이름을 딴 별명들이 화제가 됐다. 또,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한서진), “어마마!”(진진희), “다 감수하시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김주영) 등 대사들이 유행어처럼 옮겨 다닌다. 특히 김주영의 저 유명한 대사 “혜나를 집으로 들이십시오”는 여러 형태로 패러디돼 회자되고 있다.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임에도 시청자들은 <SKY 캐슬>이 방영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방송이 끝나면 드라마 내용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벌인다. 인물 분석에서 복선 추측, 결론 예상까지 주변이 온통 <SKY 캐슬> 얘기뿐이다. 급기야 항간에 드라마의 결론이 담겼다는 스포가 떠돌기도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지켜봐 달라’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스포를 뛰어넘는 전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17~18회 대본 유출이 돼 논란이 되고 있다.)
<SKY 캐슬>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문제의식부터 강렬하다. 드라마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극본의 완성도가 높다. 또, 주조연할 것 없이, 성인 배우와 아역 배우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의 역량은 탁월하다. 그러다 보니 몰입도가 높아 뒤늦게 정주행을 시작했다가 벗어나지 못해 밤을 새웠다는 피해담이 속출하다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한 장면 한 장면에 쏟은 정성이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할 각도를 고민한다. 조현탁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다. 배우들의 눈, 입, 손, 발 등에 시선을 맞춘다.
<SKY 캐슬>은 재미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시청자가 공유하는 드라마가 됐다. 이쯤에서 유현미 작가의 사명감을 떠올려 보자. 유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극본을 쓴 각오를 밝혔다. <SKY 캐슬>은 사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입시 코디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고 영재 가족과 예서 가족의 비극을 그려내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몸소 겪어 왔던 입시지옥의 폐해를, 어쩌면 그 이상을 드라마를 통해 재확인하고 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교육의 지상 목표가 된 세상 속에서 욕망이 인간들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지 목도했다. 예서(김혜윤)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냈고 그런 괴물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김주영(김서형) 같은 악마를 합리화했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의 딸에게 부와 명예를 상속시키려는 한서진의 굴절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차민혁(김병철)도 다르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며 오로지 성공만을 좇는 삶을 살도록 강요했다. 비인격적이고 폭압적인 교육 방식은 자녀들을 병들게 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란 딸 차세리(박유나)는 가짜 하버드생 연기를 하며 부모를 감쪽같이 속여야 했다.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은 엄마 노승혜(윤세아)의 보호 아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서진(염정아)도, 차민혁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수임(이태란)처럼 아들이 원하는 대로 믿고 맡기는 줏대 있지도 않다. 결국, 우리는 ‘찐찐’ 진진희(오나라)처럼 “이게 맞나 싶은데도 답이 없잖아. 우주 엄마처럼 줏대도 없고, 예서 엄마처럼 확신도 없고. 아들,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계속 미안해하기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 지옥을 대물림할 것인가?
<SKY 캐슬>이 만들어 낸 응축된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아직까진 알 수 없다. 혹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 교육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인가? 드라마 속 인물들의 파멸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혜나를 누가 죽였는지 알아맞히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드라마의 결말을 추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절실하다.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좋겠다던 유현미 작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괜히 입시 코디의 정체만 온 세상에 알린 건 아닐까? <SKY 캐슬>이 우리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부채질할까? 지켜볼 일이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