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도’ 무기 쥔 황교안의 한국당 입당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합니다.
1월 11일 황 전 총리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 의사를 밝혔습니다. 1월 15일 오전에는 자유한국당 입당식과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황 전 총리는 1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걷게 되는 정치인의 길이다. 개인적으로 걱정도 된다”며 “하지만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이 힘들어하고 계신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은 이미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후보 물망에 오르며 거론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잠잠하던 황 전 총리는 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습니다.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본격적으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도로 친박당? 자한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세에 보탬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도로 박근혜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친박계와 TK(대구·경북), 전통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지만, 비박뿐 아니라 친박 내부에서는 마냥 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역구 조직위원장 선발 공개 오디션에서 발언 중인 김병준 비대위원장 ⓒ자유한국당 |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비박’ 심재철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 정권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고 탄핵소추당할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라며 황 전 총리를 비판했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박 공천’에 관여한 인사 또는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까지 받으며 인적 쇄신을 꾀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가 당권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친박 안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옵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 홍문종 의원은 1월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황 전 총리는 당이 굉장히 어려울 때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며 “또 이분은 본인의 스탠스를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당 대표 후보이자 친박 인사인 김진태 의원 또한 “(황 전 총리는) 결국 탄핵에 동조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가장 모질게 한 사람이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입당 후 황 전 총리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지지 세력은 판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 안팎으로 첨예한 친박, 비박뿐 아니라 보수층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왜 하필 지금 입당할까?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범보수 후보 중 1위를 차지했다. ⓒMBN 뉴스 화면 캡처 |
황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19대 대선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황 전 총리는 지금 시점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한 걸까요?
당시 황 전 총리는 “출마를 위해 권한대행의 대행을 만들 수는 없었다”는 말을 할 정도로 대선 출마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정권의 최후를 함께 했던 국무총리였기에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어느새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20%로 올라왔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차기 대선 주자를 꼽는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범보수 후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금 자유한국당에 입당해야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자유한국당은 2월 27일 전당대회를 엽니다. 이때 선출된 당 대표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됩니다. 선거에 나갈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권은 말 그대로 인사권이기 때문에 결국 권력으로 이어지고 차기 대선까지도 영향력을 끼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당권을 거머쥐게 된다면 다음 대선 후보로 나가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됩니다.
황교안의 무서움 ‘보수 기독교인의 결집’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전국에서 간증집회를 한 황교안 전 총리 |
결국, 당권과 대권은 세 싸움입니다.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보수 기독교인이 결집’이라는 무기를 황 전 총리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 전 총리는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간증 집회를 했습니다. 그가 다닌 교회만 해도 수십 곳이 넘습니다.
일부 교회에서는 황 전 총리를 들어 ‘요셉 총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요셉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종교의 믿음이 현실 정치의 지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경 속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해 형제들의 질투로 노예로 팔렸다. 노예로 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누명을 쓴다. 감옥에 있던 중에 왕의 꿈을 해몽해 결국 이집트의 총리까지 오른다.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형제들이 먹을 것이 없어 찾아왔지만, 벌을 주는 대신에 용서를 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 이주하는 계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갖은 고난을 겪지만 하나님을 믿어 성공하는 사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요셉이다.’
2018년 12월 9일 춘천에서 열린 황교안 전 총리 간증집회 기념사진 ⓒ침례신문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지지층 중 보수 기독교도 또는 ‘친박’ 성향이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황 전 총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중도 보수와 기독교를 묶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실제로 그는 ‘황교안 전도사’라며 기독교 내부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이는 그가 대선까지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서를 낭독하고 있다. ⓒ기독교TV 화면 캡처 |
기독교인이 줄었다고 하지만 개신교 인구만 해도 천만 명에 달합니다. 허수 논란이 있지만, 통계청이 2017년 12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에서 개신교도의 수는 967만 6,000명이었습니다. 그중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한 정치인에 지지하면 대선 승리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이명박 장로’는 선거에서 보수 기독교인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기독교인의 지지는 쉽게 넘길 수 없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황 전 총리는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정당 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에 스스로 뭔가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기보다는 2인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태극기 집회와 보수층의 구성하는 기독교인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보수 대선 주자로 한동안은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