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30분 전 연락해 집에 오는 중이라는 시어머니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현승-윤현상 부부가 복덩이와 함께 복귀했고 첫 등장의 충격적인 모습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 오정태-백아영 부부의 일상도 펼쳐졌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건 고미호-이경택 부부였다. 새롭게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 면도 있지만, ‘외국인 며느리’라는 특수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고미호는 러시아 출신이다.
“춘천 갔다가 오는 길인데 저번에 변기 잘 안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것도 손봐주고 너희 집 잠깐 들르려고 하는데. 가면 안 될까?”
지난 2월 28일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고미호-이경택의 집에 갑작스레 시부모가 방문했다. 현실적으로 시부모의 방문을 거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미리 예고라도 하면 좋을 텐데 실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미호의 시어머니는 도착하기 30분 전에야 연락을 취했다.
시어머니에게도 변명은 있다. “너무 일찍부터 연락하면 너희 피곤한데…”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왕 배려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들과 며느리의 상황을 먼저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안 그래도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새벽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던 고미호는 시부모의 방문으로 휴식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이런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 ‘당찬 며느리’인 고미호는 왜 시부모의 방문을 거부하지 못한 걸까?
“말을 하지 피곤하다고. 어제 일 있었다고.”
“기억 못 해? 나 한 번 그렇게 말했어요.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해?”
“삐쳤지.”
이럴 때 남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30분 후에 들이닥친 시부모 생각에 고미호’만’ 마음이 급하다. 시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대청소가 시작됐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눈높이를 맞추긴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어머니는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잔소리를 쏟아냈다.
“갑자기 와야지 너희가 잘 치우고 사나 안 치우고 사나 엄마가 다 알지.”
한국의 시부모들은 아들과 며느리의 집에 ‘언제나’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정태의 엄마만 해도 이사한 아들의 새 집에 교회 사람들을 마음대로 불러들였고 이번엔 시이모들을 데리고 잠시 후 방문하겠다고 통보하고선 우당탕탕 들이닥쳤다. 이현승의 시부모는 오전에 전화를 걸어 오후에 만삭의 며느리에게 맛있는 걸 해줘야겠다며 미꾸라지를 사 들고 오지 않았나.
이번 방송을 보면서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고미호에 대한 MC와 패널들의 반응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며느리에 감정 이입한 상태에서, 일련의 상황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애써 편을 들 필요까지는 없지만, 워낙 불합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통에 자연스레 며느리의 어려움에 마음이 가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MC들은 며느리에게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미호의 경우에는 좀 달랐다. MC들은 고미호의 말과 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쉽게 웃어넘겼다. 그의 푸념과 투덜거림을 희화화하고 농담으로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물론 고미호의 경우 아직까지 한국어가 서툴러서 표현이 정제돼 있지 않고 독특한 게 사실이다. 시어머니에게 말을 놓는 등 반말과 존댓말을 넘나들고 직설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많다. 그러나 그의 말 중에 틀린 부분을 찾기는 어려웠다.
며느리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대변했던 이지혜도 이번엔 좀 달랐다. 고미호가 “쉬어야 되는데 내가 와서 방해 아니야?”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말이라도 ‘아니에요~’ 한마디 하시지!”라고 말했다. 다른 MC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미호가 “저는 시어머니라고 느끼지는 않아요. 진짜 엄마처럼 느끼니까”라고 말하자 “엄마 같지 않고 친구 같던데”, “내가 보기에는 후배 같던데요”라고 농담을 하기 바빴다.
과연 고미호가 러시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고 해도 MC들이 그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살았던 며느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은 가부장제 하의 우리 가족 문화가 얼마나 기괴한지 간접적으로나마 간접 체험해 보라는 의미이지 외국인 며느리가 ‘이상한 나라’에 적응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웃으라는 취지는 결코 아닐 것이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