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앞둔 보람상조 회장님이 목사로 변신한 까닭
“세상에 내 것은 없습니다.” - 최철홍 엘림주찬양교회 담임목사 (보람상조 회장)
보람상조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맞다. TV만 켜면 나오는 바로 그 회사다. 우리나라에 상조 전문 서비스라는 것이 생소하던 1990년도에 사업을 시작한 보람상조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빠른 사업 확장으로 한때 상조업계 1등 자리를 거머쥐었다.
보람상조는 처음부터 ‘신뢰’, ‘봉사’, ‘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사용했다.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 TV 광고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매년 활발할 사회공헌활동을 벌여 대중에게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구축했다. 당장 포털사이트를 켜 ‘보람상조’를 검색해 보자. 이 회사의 수두룩한 사회공헌 활동 내역이 등장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친절하고 헌신적인 기업의 이미지가 거짓이라면 어떨까. 천사 같은 이미지 뒤에 숨겨진 보람상조의 민낯, 함께 알아보자.
1. 노조원 얼굴 겨냥해 쏜 가스총 6발
2009년 6월 보람상조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과 근무환경 개선을 주장하며 노조 설립을 계획한다. 당시 보람상조 노동자들은 3~6개월의 계약직 근무를 강제당하는 동시에 주 40시간 근무, 주휴일, 국가공휴일, 연월차 휴가 등을 적용받지 못한 채 24시간 대기근무에 시달렸다. 장의절차를 진행하는 장의지도사와 장의차 운전사의 경우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도 근무지시가 내려오면 1시간 내로 출동해야 한다. “피곤이 누적되다 보니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 장의차 운전사의 말이다.
사측은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타지역으로 발령 났다.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직원 교육을 통해 노조에 가입하는 직원은 즉시 해고라고 엄포를 놓았다.
심지어 회사 임원이 노조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 회장의 친형인 보람상조 계열사 최현규 대표는 노조원들을 향해 가스총(!)을 쏘기도 했다. 무려 6발을, 그것도 사람 얼굴을 겨냥해 쐈다. 눈 부위를 정통으로 맞은 한 노조원은 119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다른 노조원들도 얼굴에 가스총탄 파편을 맞아 상해를 입었다. 폭력행위로 경찰에 입건된 최 대표는 별일 아닌 듯 다음날 풀려났다.
2. 고객 돈 빼돌려 아들 유학 보낸 회장님
1990년대 최 회장은 장례서비스를 대행하는 보람상조 계열사 보람장의개발을 설립한다. 계열사이긴 하나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 회사에 가까웠다. 최 회장은 다른 계열사가 영업해온 상조 계약을 독점 계약으로 자기 소유의 보람장의개발에 몰아줬다. 거래를 알선한 계열사는 적은 수수료만 챙겨갔다. 2007년부터 10년까지 3년 동안 고객 돈 301억을 챙겨 자녀 유학비용, 부동산 구입, 교회 헌금, 예금·펀드 등에 살뜰히 사용했다. 보람상조의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들이 납부한, 언젠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범행을 부인하고 허위로 증거를 조작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최 회장에서 징역형 3년을 선고했다. 이후 최 회장은 법원에 횡령금을 모두 변제했으니 석방해달라고 요청하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2012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4개월 일찍 출소한다.
훗날 최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죠. 재판을 받으면서 억울한 것만 생각했는데 성경을 읽다가 요나서에서 하나님이 때리신 이유를 알게 됐어요. 주님의 종으로 순종하지 못한 것 그게 원인이었어요”라고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3. 호텔 인수 위해 조폭 40명 동원
보람상조는 2006년 상조 회원 적립금을 관리할 목적으로 계열사인 한국상조보증을 신설했다. 보람상조의 또 다른 계열사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 등이 한국상조보증에 100여억 원을 적립했다. 대표이사로는 그룹에서 법무 업무를 총괄하던 이영희를 앉혔다. 이후 2007년부터 2년간 이영희 대표는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최 회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왔다. 무려 33억 원의 고객 적립금이 최 회장 개인 자금으로 사용됐다. 물론, 고객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2009년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게 되자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증언을 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대표의 파렴치한 행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초 한국상조보증은 부산의 한 호텔을 경매로 낙찰받는다. 그런데 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자 같은 해 2월 조직폭력배 40여 명을 동원해 영업 방해를 목적으로 호텔을 점거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진구파’가 해당 작업에 동원됐으며 이 대표는 이를 총괄했다. 이에 보람상조 측은 “호텔 인수 당시 폭력배를 동원한 것이 아닌 일부 유체동산 해결을 위해 정식 계약을 맺은 경비용역업체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이 대표는 횡령 정황이 밝혀져 2010년 최 회장을 따라 구속된다.
4. 중국산 수의 최고급이라 속여 가격 뻥튀기 판매
2014년 10월 보람상조는 직원들을 시켜 중국산 수의를 국산 고급 수의로 속여 고객에게 판매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수의를 들어와 기존 라벨을 ‘안동포’라 적힌 라벨로 바꿔치기했다. “고인이 가시는 마지막 길에 국산 수의를 입혀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보람상조는 무려 4년 반 동안 1만 9,000여 개의 수의를 속여 팔았다. 중국산 수의의 원가는 1만 8,000원에서 20만 원 수준인 반면 국내산 고급 수의로 둔갑된 이후엔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란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고객에게 판매됐다. 이렇게 챙긴 이익은 74억 원에 달했다.
납골당에 유족을 알선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도 드러났다. 보람상조 측 직원들은 2009년 5월부터 2013년 7월까지 18개 납골당에 872건의 납골 분양을 알선했다. 건 별로 챙긴 금액은 납골 분양 대금의 30~40%다. 그렇게 보람상조는 총 21억을 챙겼다.
두 사건으로 보람상조 임직원 200여 명이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중 한 명은 다름 아닌 최철홍 회장이었다.
5. 최 회장이 목사로 변신한 이유!?
2012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은 2013년 7월 회사 경영에 복귀한다. 최 회장 구속으로 상조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보람상조는 다시 한번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지만 2014년 터진 중국산 수의를 속여 판 사실이 적발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인다.
최 회장이 느닷없이 목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무렵이다. 그는 개척교회인 엘림주찬앙교회를 세워 담임목사로 변신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 소유이던 보람장의개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폐업 처리한다.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등의 보람상조 계열사 대표직을 부인 김미자씨에게 넘긴다. 보람상조 측은 “2013년 중순 최 회장은 암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극적으로 회복했다. 이때부터 개인 회사를 처분하고 종교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목회자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미 일감 몰아주기, 편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감추기 위해 목사가 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최 회장 소유의 보람장의개발을 폐업하면서 경영권과 영업권을 또 다른 계열사인 보람상조개발로 승계했다. 보람상조개발은 최 회장과 부인인 김미자씨가 각각 67%, 33%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지분의 절반가량은 30%가 두 아들인 최요엘씨와 최요한씨에게 15% 넘어갔다.
지분 승계 후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불거졌다. 두 아들이 지분을 나눠 받기 전 보람상조개발은 3년간 실적 적자에 허덕였다. 2011~13년간 당기순손실액이 각각 116억, 10억, 22억이었다. 그런데 지분 승계하자마자 보람상조개발은 흑자 수익을 거둔다. 비결은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였다. 2013년 내부거래비중은 2%에 불과했지만 2014년 46%, 2015년 55%, 2016년 63%로 늘어난다. 그러면서 2015년, 2016년 각각 353억, 386억으로 거둬들이며 극적으로 반등한다. 흥미로운 건 2010년 48%에 달하던 보람상조개발의 내부거래비중이 최 회장의 구속 기간 갑자기 줄어들었다가 풀려나자마자, 두 아들이 지분 승계를 받자마자 상승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두 아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보람상조 측은 “상조업상조업 특성상 1년에 100억 원 가까운 광고비가 집행된다. 최 회장 구속 후 광고가 줄었다가 다시 늘면서 내부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6. 손혜원 의원 vs 보람상조
또 다른 논란도 있다. 지난 2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람상조 비리 공개 제보받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 이유에 대해선 최근 보람상조가 고양시에 지은 덕은 메모리얼파크에 대한 수상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덕은 메모리얼파크는 보람상조가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건설 중인 장례시설이다. 애초에 장사시설 전문회사인 메모리얼 소싸이어티가 부지를 매입하고 장례시설 허가를 받았다. 이후 보람상조가 허가권과 함께 부지를 사들였다. 문제는 이 시설의 이름이었다. 애초 보람상조는 홈페이지에 이 시설의 이름을 상암 메모리얼호텔이라 지었다. 덕은동에 위치한 시설 앞에 상암이라는 지역명을 달자 상암동 시민들이 항의하기 시작했고 보람상조 측은 가칭일 뿐이라며 황급히 덕은 메모리얼파크로 이름을 변경했다.
시설의 사용 목적도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보람상조가 해당 시설을 장례식장뿐 아니라 납골당으로 운영할 계획이 아니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최 회장의 갑작스런 목사 변신을 들었다. 납골당은 목적상 보람상조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가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근데 최 회장은 지금 담임목사 신분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고 종교단체인 교회는 비영리단체로 분류된다. 정리하자면 손 의원의 주장은 최 회장이 목사로 변신한 게 덕은 메모리얼파크에 납골당을 지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람상조는 덕은 메모리얼파크는 납골당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보람상조 홈페이지에는 덕은 메모리얼파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 공지가 띄워져 있다.
이제는 목회자의 길을 걷는 최철홍 회장은 살면서 이뤄 온 모든 것이 “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했다. 아이러니하다. “오직 바라는 것은 주님의 자비와 긍휼이 끊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그는 왜 노조원에게만 그렇게 가혹했을까. “세상에 내 것은 없습니다”라던 그는 왜 그렇게 재산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을까.
“천억을 주면 뭐합니까? 하나님께서 생명을 거두어가시면 끝인데… 물질, 명예 어떤 것도 세상의 것은 부럽지 않습니다. 겸손하게 인생을 다시 살아가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지요. 오늘 따뜻한 물에 샤워할 수 있는 것조차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감사 또 감사해요.” - 최철홍 엘림주찬양교회 담임목사(보람상조 회장), 아이굿뉴스 인터뷰 중, 2017.08.31.
글. 서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