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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Once) 음악영화, 기왕이면 저예산!

영화를 볼 때, 음악이 안들어간 영화를 들어간 영화보다 자주 보게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초기부터 음악을 수반해서 보여졌고, 그게 그대로 관습으로 굳었기 때문입니다.

 

무성영화시절에도 음악은 연주되면서 스크린에 함께 있었구요, 토키(talke) 영화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줄곧 음악은 영화 사운드의 중요한 요소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단(Once) 음악영화, 기왕이면

그런데, 한계는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영화음악의 제일 중요한 미덕이기도 한데, ‘영화의 내러티브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는 아주 좋은 음악이라고 해도 영화에 얹힐 때에는 ‘어울려야’ 합니다. (‘어울린다’라는 것에 대해서 쓰자면 할 말 많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그렇습니다.)

 

현대영화에서는 음악이 ‘어울리는’ 정도의 보조적인 역할 뿐만은 아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인자로 작용합니다. ‘적극적’이라 함은, ‘분위기, 느낌’ 같은 걸 고려하는 일차적인 수준을 넘어서, 음악자체의 톤과  템포, 변주, 얹히고 빠지는 자리와 반복사용 등을 ‘구조적, 기능적으로’ 결정하는 건데, 이렇게 사용된 음악은 영화 의 내러티브를 백그라운드에서 병행구조와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시키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실 텐데, ‘구조적, 기능적’으로 작용하는 영화음악을 극단적으로 사용한 영화가 ‘뮤지컬 영화’ 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영화에서는 각 씬의 도입부를 음악의 서주 부분이 담당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사까지 도 음악-이 경우는 노래입니다-으로 되어있는 등, 영화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다른 영화 요소가  아닌 음악이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치고, 음악이 보조적이든 기능적이든 영화 구성 요소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나리오의 소재가 되 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뮤지컬도 포함해서 이런 걸 ‘음악영화’라고 부릅니다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정 확히는, ‘뮤지션이 주인공인’ 영화에요.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중에 비교적 최근에 가장 성공한 예는 뭐니뭐니 해도 ‘원스(Once)’일 겁니다. 저 예산 영화로 만들어져서 히트해서는 소위 말하는 ‘대박’ 영화가 되었지요.
일단(Once) 음악영화, 기왕이면

영화가 좋은 카메라로 찍어서 화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들어간 음악이 거창한 것도 아니고 통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부르는 비교적 단촐한 노래 위주였거니와, 다른 영화적인 요소들이 그럴 듯해서 멋진 것도 아니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짐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허름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상으로는, 가진 것도 없는 두 남녀가 만나서 철딱서니없이 노래나 부르고, 좁은 방에 모여서 녹음하는 게 주 내용인데, 이런 ‘허름한’ 걸 저예산으로 쥐어짜며(!) ‘허름하게’ 영화로 만들어서 개봉했는데, 결과적으론 성공했 고, 그래서 결국 감독과 배우는 ‘희망’을 영화적으로나 영화 외적으로나 본인들의 현실로 만들었거든요. 만약에 복 권 사서 이렇게 되었다 했으면 절대 ‘희망적’이진 않았을 테지요.

이후 이 영화는, 절대액수가 많던 적건 항상 제작비부족에 시달리는 다른 영화 감독들한테 상당한 희망고문(!)의 원조격이 되어서, 다양한 ‘저예산’ 음악영화들이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한동안 음악영화 열풍이 있었고, 지금도 수입되어 소소히 개봉되는 작은 영화들 중에 음악영화를 꽤 자주 보게 됩니다. 당장 기억나는 건,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위플래쉬(Whiplash)’, 러덜리스(Rudderless)’, 등등이 기억나네요. - 당연히 더 많겠지만 제 기억이 짧습니다.

 

그 중에 꼭 언급하고 싶은 건 ‘인사이드 르윈’입니다. 이 영화는 사실은 저예산 영화는 아니고 적당한 자본이 들어 간 영화입니다만, 아트무비 상영관 위주로 작게 개봉해서 저예산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일단 사이즈가 크지 않다 는 뜻으로 저예산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Once) 음악영화, 기왕이면

자존심만 남은 포크가수가 주변 사람들한테 하룻밤 잘 곳을 부탁해야 하고, 자신이 무시했던 다른 가수의 세션도해야 하고, 그렇다고 영화에서 그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면에선 ‘흔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감되더군요. 곳곳에 배치된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유머도 있구요, 영화기술적으로는 대사랑 노래의 녹음을 신경써서 잘하고 후반에서 잘 만져서 음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원스’에서 ‘허름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걸 영화 외적으로도 증명해 보였다면, ‘인사이드 르윈’에서는 ‘허름 해서 희망없음’을 보여준다고 하고 싶어요. (일부러 극적으로 대비시키려는 겁니다.) 음악영화라는 공통점이 외에 는 두 영화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영화인데, 어쨌든 둘 다 ‘음악영화’ 입니다.

‘원스’ 이후에 비슷한 ‘희망’을 품고, 홍대문화를 기반으로 저예산 음악영화들이 몇 편 만들어졌는데, 영화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홍보나 배급이 문제였는지, 애초에 제작의도에 영화보다는 그 영화가 가져왔던 예산대비 이익을  더 희망한 감이 있어서 냉소를 샀는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는) 결과는 그냥 그랬습니다.

물론, ‘원스’처럼 되어야만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비교할 꺼리는 아니지요. 늘 희망적인 이야기만 하는 영화만 만들 필요도 없는 것이고, ‘인사이드 르윈’처럼 다소 어두운 음악영화도 만들어지는 게 좋습니다. 다만, 밝던 어둡던, 크게 성공을 하던 적당히 흥행을 하고 말던, 음악영화라는 게 한국에선 저예산이든 예산이 좀 있는 영화든 막론하고 아주 잘 되어서 이후에도 이 장르의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제법 성공한 음악영화’도 다양성 측면에서 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크게 성공한 예가 없다는 건, 어찌보면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뜻이고, 저예산이든 넉넉하든 뭐가 되어도 좋지만, 현실적으론 제작비가 적으면 착수하기가 좀더 수월할 수도 있으니, 기왕이면 저예산 영화에서부터 음악영화가 어떤 한 흐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굳이 ‘저예산’이라고 계속 붙인 것은, 제가 자주 만나는 영화하는 사람들이나 음악하는 사람들 중에 천만감독이나  저작권료 많이 받는 뮤지션은 없고 그냥저냥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영화를 계기로 좀 생활에서 한 숨돌리고 덩달아 저도 좀 묻어가길 바래서 그랬습니다. ㅎㅎ

덧붙임 : 한국에선 이미 2001년에 ‘와이키키 브라더스’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와 ‘인사이드 르윈’은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어요. 이 영화가 먼저 나왔으니 ‘인사이드 르윈’이 따라한 겁니다. 엔딩은 ‘허름하지만 희망’적입니 다. 완성도 높고,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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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일
소개글
영화를 음악과 사운드 위주로 보는 글. 몇 박자 늦게, 근과거의 영화들을 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