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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위탁자녀' 150명 키워낸 경찰 간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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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청 이병국 경리계장 부부…해외 입양 앞서 보금자리 제공

"입양·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사회보장 시스템 보강 필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병국(52) 경리계장의 집에는 14년째 아이 울음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제 성인이 된 삼남매의 아버지이지만, 그가 아내가 함께 길러낸 아이들은 어느덧 150명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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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아이의 백일상을 차려준 이병국 계장(왼쪽)과 아내 [이병국 계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계장의 집은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맺은 위탁가정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친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갓난아이들이 양부모를 만나기까지 길게는 3년여씩 이 계장의 집에 맡겨진다.


그는 지금도 세 명의 아이를 보살피고 있다. 자녀들까지 합치면 모두 8명이 함께 사는 셈이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라 밥 한번 먹이는 데도 손이 수십번씩 간다. 온 가족이 팔을 걷어붙여야 겨우 하루를 넘길 정도의 중노동이다. 그래도 이 계장의 집은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자식들이 어느 정도 자라 손에 여유가 생기니 원체 아이들을 좋아하던 아내가 위탁가정 봉사를 함께 하지 않겠냐고 권유해 시작하게 됐다"며 "태어나면서부터 곡절이 많은 아이들인데 잠든 모습은 하나같이 천사 같다. 더 잘 보살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보람만 있고 애환이 없는 건 아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진 아이들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해외 입양처다. 그마저 입양이 되지 않으면 결국은 보육원으로 간다.


이 계장의 집을 거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그는 아이와 정이 쌓일수록 한시바삐 아이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나길 빌어야 한다. 100번도 넘게 아이들과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이유다.


그는 "아이들의 입양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러면서 정이 더 쌓일수록 차라리 내가 입양해 키우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위탁가정의 입양은 규정상 금지돼 있기에 우리는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밝고 건강하게 돌봐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미숙한 상태의 아이가 우리 집에 와서 점차 건강하게 회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기 이를 데가 없다"며 "나보다도 우리 아내가 아이들을 주로 보살피는데 정말 어떨 때 보면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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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장의 아내 품에 안겨 있는 아이들 [이병국 계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좋은 일을 하면 주변에도 좋은 사람이 몰리는 걸까. 이 계장은 주변 이웃과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 힘든 위탁 봉사가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이 일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유모차나 아이 용품, 장난감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동네 정육점 사장님도 우리 안사람이 가서 이유식용 고기를 달라고 하면 무진장 싸게 많이 떼어 준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양과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나 배려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 해외 입양에 목을 매야 하는 현실도 그에겐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계장은 "아이가 나중에 친모를 찾을 수 있도록 출산과 동시에 주민등록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이 있는데, 아이의 인권을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이것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더욱 늘었다"며 "궁지에 내몰린 미혼모와 아이가 좀 더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 보장 시스템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출산이 사회 문제라 출산 장려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부분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입양이 되지 않아 보육원에 가더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사회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탁가정 봉사 외에도 2008년부터 절단 장애인 협회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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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산에 오른 '희망원정대' [이병국 계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지만 해마다 '희망원정대'를 꾸려 사고로 수족을 잃은 장애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나 키나발루산을 오르며 그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 계장은 "워낙 등산을 좋아해 지인의 권유로 동참하게 됐는데 불행한 사고를 당해 신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이들이 점차 희망을 찾아가는 걸 보며 반대로 위안을 많이 받았다"며 "10여년간 고락을 함께하다 보니 이젠 절단 장애인들과 형·동생이 되어버려 봉사가 아니라 즐기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언제까지 봉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체력이 다해 거동이 어렵지 않은 한 계속하지 않을까"라고 수줍은 듯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괜히 추켜세우니 오히려 민망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기도 했다.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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