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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 잇지 못한 영덕 오징어가공업체 사망자 딸…"안전하게"

대경이주노동자인권연대회의·유족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외국인 노동자 유족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달 10일 영덕에서 일어난 오징어가공업체 외국인 노동자 4명 사망사고와 관련해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열린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족(앞줄 가운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9.17 sds123@yna.co.kr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


지난 10일 경북 영덕 한 오징어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지하 폐기물 탱크에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차례로 쓰러져 숨졌다.


이 사고로 아버지(53)를 잃은 베트남 출신 김지호씨는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띄엄띄엄 말한 "무책임하게"나 "안전하게"란 단어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와 오징어가공업체 사망자 유족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기자회견 후 만난 김씨는 비통한 표정으로 연신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한국으로 시집온 뒤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8년 전에는 부모가 함께 한국으로 와 한동안 같이 살았다.


그의 부모는 3년 전부터 김씨 집과 멀지 않은 오징어가공업체에 같이 직장을 얻어 기숙사에서 생활해 왔다.


그러나 사고 나기 며칠 전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는 아버지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아버지를 비롯해 4명의 외국인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아 질식해 숨진 '인재'로 나타났다.


지하 탱크로 처음 내려간 노동자가 쓰러졌음에도 현장에 있던 업체 대표는 다른 3명이 구하러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통역사 등이 부족해 장례 절차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씨 아버지와 같은 업체에서 근무하던 어머니는 영덕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숨진 외국인 노동자와 사돈인 한국인 유족도 기자회견에서 "남의 나라에 돈 벌러 힘들게 왔다가 죽어서 돌아가면 가족들 마음이 어떻겠냐"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수산물 폐기물 탱크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안전보호구를 착용해 작업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찌꺼기가 쌓여 있고 밀폐된 곳에 무방비로 들여보낸 것 자체가 살인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고령 제지공장 원료 탱크 질식 사망사고, 2017년 군위와 경기 여주 양돈 농가 사망사고 등 이주노동자 질식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참혹한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유독가스 배출업체 전수조사와 안전설비 구축,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 안전 교육 의무화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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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외국인 노동자 유족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달 10일 영덕에서 일어난 오징어가공업체 외국인 노동자 4명 사망사고와 관련해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열린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족(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9.17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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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질식사고 대책 마련하라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와 오징어가공업체 사망자 유족이 이달 10일 영덕에서 일어난 오징어가공업체 외국인 노동자 4명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19.9.17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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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영덕 오징어가공업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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