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빛난 '이삿짐 사다리차'…고흥 화재 현장서 6명 구해
50대 2명, '살려달라' 아우성 속 폭우 뚫고 구조작업 나서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 화재 현장에서 이삿짐 사다리차가 귀중한 생명 6명을 구해 귀감이 되고 있다.
고흥에서 이삿짐 사다리차를 운영하는 신복수(59) 고흥 스카이 사장은 10일 새벽 함께 일하는 이은수(57) 씨로부터 전화를 받고 불이 난 윤호21병원에 출동했다.
화재 현장서 구조작업중인 사다리차 [이은수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
신 사장이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4시.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불은 응급실에서 옥상 쪽으로 치솟고 있었다.
병원 앞에는 화마에 목숨을 잃은 시신 2구가 놓여 있었고, 진화 작업을 하다 유독가스를 마신 소방대원 2명도 신음하고 있었다.
8층에서는 한 사람이 '살려달라'며 난간에 매달려 곧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습도 연출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폭우가 내렸지만 신 사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이씨와 함께 45m 길이의 사다리차를 응급실 옆에 붙였다.
이어 이들은 사다리차에 소방대원을 태워 6층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3명을 구했다.
이어 8층에서 간호사 1명을, 7층에서는 창문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2명을 잇달아 구했다.
병원 옆에 있던 고압선이 터지고 비는 더 굵어졌지만, 이들은 구조를 멈추지 않았다.
구조된 사람들은 인근 택시회사 주차장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원에 옮겨졌다.
이날 병원에서 구조된 사람은 모두 66명으로 이 가운데 47명이 이삿짐과 소방을 포함해 사다리차를 통해 빠져나왔다.
이삿짐 사다리차로 구조나선 이은수(왼쪽), 신복수씨 [촬영 형민우] |
신 사장은 "고압선이 펑펑 터지고, 시뻘건 불길이 옥상으로 치솟아 무서웠다"며 "비도 많이 내린 데다 살려달라는 소리가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정신없이 구조에 나섰는데 다친 사람들을 보니 자꾸 눈물이 났다"며 "소방대원들도 '사다리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것 같다'며 고마워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구조에 나선 이씨는 "아는 동생이 전화가 와서 사람을 구해달라고 해서 사다리차를 하는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에 나왔다"며 "현장에 막 가보니 한 사람이 곧 뛰어내릴 것처럼 위험하게 매달려 먼저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3시 42분께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고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