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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화공 홍천기와 남장여자 신윤복

백 투 더 2000's

달라진 시대상 따라 변화한 사극 속 여성들

연합뉴스

(왼쪽부터) SBS TV 드라마 '홍천기'와 '바람의 화원'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장을 하고 경합장에 나선 여화공은 남자 주인공을 대신해 그림을 그린다. 13년이 흐른 지금 경연에 참여한 또 다른 여화공은 성별을 숨기지 않은 채 자신의 그림을 그려 당당히 장원을 차지한다.


2008년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 속 신윤복(문근영 분)과 현재 방송 중인 SBS TV 월화드라마 '홍천기' 속 홍천기(김유정)의 이야기다.


두 드라마는 사극이라는 장르부터 원작 소설을 토대로 했다는 점, 여성 화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 그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다는 점,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까지 많은 공통점이 있다. '홍천기'가 방영 전부터 '바람의 화원'과 끊임없이 비교돼왔던 이유다.


그러나 '바람의 화원'이 실존 인물과 역사를 바탕에 두되 '만약 신윤복이 여자였다면?'이라는 질문 하나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냈다면, '홍천기'는 역사 왜곡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의 배경과 인물을 내세웠고 마왕이라는 오컬트적 요소를 더한 판타지 사극으로 확연히 다른 매력을 뽐낸다.


장태유 감독의 연출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람의 화원'에서는 그림 자체에 힘을 준 연출이 돋보인다면 '홍천기'에서는 이야기에 충실하며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식으로 작품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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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과 '홍천기'의 홍천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화공, 즉 문근영의 신윤복과 김유정의 홍천기에서 보이는 변화다.


'바람의 화원' 속 신윤복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면, '홍천기' 속 홍천기는 여화공으로서 당당히 실력을 겨뤄 승리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두 드라마 모두 여성들이 몫을 차지하기 쉽지 않았던 그림의 영역에 여주인공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는 재밌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여성이 가진 사회적 지위의 성장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 변화에 따라 생겨난 차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두 인물의 목소리와 행동의 크기, 말투, 웃는 모습에서조차 차이를 가져왔다.


신윤복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스승인 김홍도(박신양)의 의견을 묻고 기쁠 땐 미소를 짓지만, 홍천기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기쁠 때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소리로 감사를 표현한다.


공 평론가는 "신윤복은 여성이라는 점을 숨겨야 하는 입장에서 다소 소극적인 인물로 등장했다면 홍천기는 좀 더 개방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홍천기는 극의 정치적 갈등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모습들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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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홍천기' [SBS 제공 및 방송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여자 주인공이 달라지니 로맨스 대상이 되는 캐릭터의 성격도 자연스레 변화했다.


'바람의 화원' 속 김홍도는 신윤복의 스승으로 조언을 건네지만, '홍천기' 속 하람(안효섭)은 비교적 나이 차이가 적은 인물로 동등한 위계에서 감정 교류를 나눈다.


삼각관계의 한 축을 차지하는 역할도 '바람의 화원'에서는 조선 시대 최고의 기생 정향(문채원)이, '홍천기'에서는 권력과 부를 지닌 남성인 양명대군(공명)이 나선다는 점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바람의 화원'에서는 남장여자 설정으로 그림이라는 영역에 여성이 들어간 부분을 해결하면서 동성애 코드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자가 화공이라는 명제가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장벽으로 그려지던 때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홍천기는 자신의 능력으로 당당하게 화공이 되어 수많은 남성 사이에서 성취를 일궈낸다. 13년 후의 여화공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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