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 80% 막혔는데 스텐트 시술로 괜찮을까
명의에게 묻다
'협심증·심근경색' 10년간 160% 폭증…주범은 서구식 식습관
국내선 스텐트 시술이 수술의 20배…"무리한 시술로 되레 사망률 높아져"
수술이 시술보다 재발률 낮고 안전…통계 만들고 치료지침 정립해야
이모(45)씨는 10년 전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 관상동맥조영술 결과, 심장 혈관(좌주관상동맥.LAD)의 80%가 막혔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경우 스텐트를 넣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가슴을 열어 좁아진 심장혈관 대신에 건강한 혈관을 이어 붙여 주는 우회 수술을 하는데, 의료진은 이씨에게 상대적으로 간단한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시술 후 3개월이 지나 다시 호흡곤란 증상이 찾아왔고, 다시 병원을 가보니 혈관이 재협착된 것으로 판정됐다. 결국 이씨는 스텐트를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10년이 지나도록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병원에서 만난 이씨는 "요즘은 마라톤과 스쿠버다이빙도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심근경색·협심증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인체를 구성하는 근육은 피를 공급받아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심장도 예외는 아니다. 심장을 둘러싼 근육에는 직경 1.5∼2㎜ 크기의 작은 혈관이 있는데, 임금이 머리에 쓰는 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관상동맥'(冠狀動脈)으로 부른다.
그런데 이 혈관이 여러 가지 이유(성인병에 해당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로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피 공급이 부족해지고, 심장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가슴을 조이는 듯한 흉통이 느껴지는 '협심증'이다. 더 심한 증상으로는 근육의 괴사가 일어나는 '심근경색'이 있다. 이들 질환은 심하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서구식 식습관이 만든 관상동맥질환…10년간 160% 폭증
관상동맥질환의 진행단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국내에서 관상동맥질환은 최근 10년간 160%나 증가했다. 과거 80년대 이전까지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이 보편화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현재는 암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국내 치료 방식은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를 아스피린이나 혈관 확장제 등의 간단한 약물로 치료하는 방식은 같다. 다만, 병이 위중해진 상태의 환자에 대한 치료법에서 시술(스텐트) 비중이 수술(관상동맥우회술)보다 높다는 점은 의료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스텐트 시술이 수술의 2.46배…한국은 20.3배 차이
스텐트 시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미국의 통계(2014년)를 보면,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및 풍선 확장술 시술 환자는 연간 91만4천명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37만1천명보다 2.46배 많다.
반면 국내(2018년)는 스텐트 및 풍선 확장술 시술 환자가 연간 6만9천144명으로 같은 기간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환자 3천403명의 20.3배나 된다. 수술에 견줘 스텐트 시술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문제 제기를 수치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우리보다 시술 비중이 적은 것일까.
그 이유는 의료진이 진료지침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은 심장질환 치료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능하면 이를 지키도록 지침을 만들고 있다. 그 진료 지침대로 나온 결과가 스텐트시술 대 관상동맥우회수술의 비율이 2.46대 1이다. 앞선 이씨의 사례처럼 지침대로 치료해야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는 의료비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사망률 차이…미국은 관상동맥우회술 사망률이 더 낮아
붉은 선으로 가르킨 부분이 내흉동맥을 이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 후의 CT 사진이다. 내흉동맥은 수술후 10년 안에 문제가 될 확률이 2%밖에 안 될 정도로 개통률이 매우 우수하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201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이뤄진 스텐트 시술의 병원 내 사망률은 2.07%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의 병원 내 수술 사망률은 1.78%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데이터가 없다. 건강보험 데이터를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자료를 모으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분석이 가능할 텐데도 공식적인 사망률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의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스텐트 시술의 사망률이 낮아도 3.5% 이상이라는 추정치가 제시된다.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2019년 국내 적정성평가에서 나온 입원 기간 내 사망률이 3.8%이다. 미국에 견줘 각각 1.5% 포인트, 2%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스텐트 시술의 사망률은 그렇다 치더라도, 관상동맥우회술에 따른 수술 사망률이 덩달아 미국보다 높게 나오는 건 무리한 스텐트 시술로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진 상태에서 응급 관상동맥우회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 연간 6만9천144명의 환자가 스텐트 시술을 받으므로, 미국에 견줘 1천400명(2%) 정도의 환자들이 적합하지 않은 스텐트 시술로 더 사망한다는 얘기가 된다.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가 최우선…통계 만들고 치료지침 정립해야
송현 교수가 관상동맥우회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기본적으로 여러 관상동맥 혈관이 막혀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더 권고하는 이유는 스텐트 시술보다 관상동맥우회술에서 재발하지 않는 비율, 즉 개통률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스텐트 시술의 개통률은 5년에 75% 수준이다. 예컨대, 스텐트 3개를 넣는다면 5년간 협착이 재발하지 않을 확률이 42%(0.75 X 0.75 X 0.75)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술에 사용되는 내흉동맥의 개통률은 10년에 98%에 달한다.
따라서 병이 심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스텐트를 넣지 말고, 처음부터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국가적인 치료 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더욱이 국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있어 이에 따른 역할과 관리감독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별 의료기관에서도 심장 관련 내과와 외과 의료진이 소통함으로써 환자의 안전한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스텐트 시술 대 관상동맥우회수술'의 비율은 다른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고, 관상동맥 질환의 병원 내 사망률 또한 감소함으로써 그 혜택은 성공적인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송현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송현 교수는 198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치료하는 관상동맥우회술의 권위자로 심장수술을 4천건 이상 집도했다.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2008년, 2009년 대한흉부외과학회 학술상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12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심장외과학(공저)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현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