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님들 사랑합니다" 원주 '풀빵 천사' 6년째 기부 훈훈
손글씨 빼곡 종이상자에 현금 482만원 담아 소방서에 전달
원주 '풀빵 천사'가 두고 간 현금상자 [원주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금은 코로나로 힘들지만 하루속히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 대통령님, 소방헬기 소방차가 너무 노후화돼서 사고가 많이 나고 있어요. 좀 더 지원해주세요. 여러 가지 복지나 장비도 더 많은 지원을 해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안과 우려가 큰 와중에도 소방관들의 수고를 잊지 않고 6년째 강원 원주소방서에 익명의 기부 천사가 다녀가 소방관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고 있다.
9일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께 소방서 입구에서 종이상자 하나가 발견됐다.
상자에는 동전과 지폐 등 482만원 상당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꼬깃꼬깃해진 지폐는 소방관들을 향한 애정만큼이나 수북이 쌓여 있었다.
원주 '풀빵 천사'가 두고 간 현금상자 [원주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름때가 묻은 상자 겉면에는 '소방관님들 사랑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조심히 일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힘내세요' 등 응원 문구가 빼곡히 쓰여 있었다.
기부자가 직접 쓴 감사 편지로 보이는 봉투 안에는 2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도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맞춤법은 다소 틀린 삐뚤빼뚤한 글자가 눈에 띄었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기를 희망하고, 소방관 복지 향상을 바라는 따듯한 마음이 담겼다.
기부자는 편지에서 "지난 한 해도 수고 많이 했슴니다. 당신들도 한 가정에 남편이자 아들 딸들임니다. 언제나 안전하기를 기도 함니다"라고 썼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중년 여성으로 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3월 13일 풀빵 한 봉지와 함께 현금이 든 상자를 두고 간 일을 시작으로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원주소방서 앞에 수백만원이 든 상자를 전하고 있다.
원주 '풀빵 천사'가 쓴 감사편지 [원주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원주소방서는 수소문 끝에 이 여성이 풀빵 장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익명으로 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풀빵 천사'로 부르고 있다.
이병은 서장은 "모두가 힘들 때 이렇게 따듯한 격려와 응원,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부해주신 정성과 염원에 보답하고자 모든 대원이 더 열심히 시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