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붓으로 일낸 박기웅 "연기만큼 그림에 진심이에요"

전공 살려 공모전 입상…명품샵과 손잡고 인물화 전시



연합뉴스

배우 박기웅과 그의 작품 '이고'(EGO, 앞)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박기웅이 서울 강남구 라마다서울호텔 별관 럭셔리판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3.31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김정진 기자 = "전 연기할 때도 저를 향한 앵글이 좁아질수록 자유로움을 느끼거든요. 하물며 캔버스는 온전히 저만의 공간이잖아요. 제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그 매력에 그림을 못 놓는 것 같아요."


배우 박기웅(36)이 드디어 '일'을 냈다.


최근 미술에 도전해 작품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원조 미대 오빠'인 박기웅은 팬들을 위해 소셜미디어에만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인물화 '이고'(EGO)를 한국회화의 위상전에 출품해 특별상인 K아트상을 받고, 강남구 삼성동 명품샵 갤러리 '럭셔리판다'에 작품들을 걸었다.


에르메스, 샤넬, 구찌, 펜디, 발렌티노…. 개성 뚜렷한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박기웅의 인물화들은 제각기 다양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며 존재감을 꼿꼿하게 드러냈다. 특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고'는 성별이 불분명한 인물이 홀로그램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삼성동에서 만난 박기웅은 그림 이야기에 시종일관 눈을 반짝였다.


"흔들리게 보이도록 그리는 기법을 엄청나게 훈련했어요. 리넨 캔버스에 돼지털같이 뻣뻣한 붓부터 아주 부드러운 모를 지닌 붓까지 다양하게 사용했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아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는데, 그래도 결국엔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직업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인데, 저도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부침, 경험이 많죠. 작품에도 그런 부분이 당연히 녹아있어요."



연합뉴스

포즈 취하는 박기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박기웅이 서울 강남구 라마다서울호텔 별관 럭셔리판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3.31 mjkang@yna.co.kr

대진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유화를 그려온 그는 신인 배우 시절까지만 해도 후배들에게 미술 가르치는 일을 병행했을 정도로 그림에 몰두했다.


"친구들이 다 작가이다 보니 제 그림도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에두아르 마네로, 저도 초반에는 클래식한 것들을 많이 그리다가 최근에는 조금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죠." 설명을 듣고 보니 그의 그림들은 클래식과 팝아트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집에서 자다가 느낌이 왔을 때 벌떡 일어나 그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박기웅은 꽤 많이 쌓인 작품들을 조금씩 세상에 꺼내놓을 계획이다. 그 시작점으로 명품샵 갤러리를 선택한 데 대해 그는 드라마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립까지 함께하며 절친한 박해진의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 황지선 대표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전 그림에 '찐'(진심)이거든요. 붓을 한 번 터치할 때마다 정말 괴로워하고 무서운데, 그러면서도 희열을 느끼며 그려요. 그렇다 보니 전시 여부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황 대표님께서 '명품도 그림도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게 와닿더라고요. 이어 럭셔리판다의 나수민 대표와 연이 닿아 결국 그림을 걸게 됐어요. 이제 시작이죠. (웃음)"


박기웅의 작품에 매력을 느껴 오래 그를 설득했다는 나 대표는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을 봤을 때는 기성 프로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 이 작품들을 매장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웃었다.



연합뉴스

배우 박기웅과 나수민 럭셔리판다 대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박기웅(오른쪽)과 나수민 럭셔리판다 대표가 서울 강남구 라마다서울호텔 별관 럭셔리판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3.31 mjkang@yna.co.kr

회화 이야기 반, 연기 이야기 반을 해야겠다고 계획했지만 평소 인터뷰 때와는 또 달리 소년처럼 그림 이야기에 몰두하는 그가 신기해 '회화 예찬'을 즐겼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다작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연기하기 위해 살기보다는 살기 위해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러려면 직업에 잠식되면 안 되니까요. 전 연기를 정말 사랑해요. 그림도 너무 힘들지만 진짜 재밌고요. 멋없는 얘기지만, 그렇습니다. (웃음)"


lis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yonhapnews
채널명
연합뉴스
소개글
세상의 모든 뉴스가 시작되는 곳, 뉴스의 새로운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