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일부 단체 '과도한 찬양·칭송' 논란
"미화도 처벌도 안돼…서울답방 의미 냉정하게 판단해야"
악수하는 남북정상 미술작품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부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18.12.7 photo@yna.co.kr (끝) |
양심과 표현의 자유인가, 도를 넘은 과도한 칭송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단체들의 김 위원장 '찬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위인맞이환영단'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왜 위인인가'를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연다.
환영단은 이번 세미나에 대해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주신 대담함과 솔직함, 평화번영 통일에 대한 의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 위원장님을 왜 위인으로 보게 되었는지와 그의 서울방문을 뜨겁게 환영하는 이유에 대한 공개세미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발족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최근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하며 '김정은 찬양'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국민주권연대 등이 주도해 지난달 결성 선포식을 연 단체 '백두칭송위원회'도 '친북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단체의 이름 중 '백두'는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는 북한식 표현인 '백두혈통'에서 따 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단체는 지하철 광고 모금 캠페인을 벌이거나 전국 곳곳에서 연설대회와 예술공연 등 행사를 열며 김 위원장 환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 서울 방문 이화여대 환영위원회'는 이달 3일 서울 신촌에서 '백두 한라 만나 평화'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고 김 위원장의 방남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어록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런 단체들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단체들은 정면 대응에 나섰다. 대한애국당은 맞불집회를 여는데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한다며 '체포특공대'까지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유연대와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달 15일 이나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와 백두칭송위원회 행사 참여자 70여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학가에서는 김 위원장 어록을 담은 대자보에 일부 학생이 "(김 위원장은)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독재자"라며 반박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단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직장인 조명훈(35)씨는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하는 마음은 있지만 일부 친북 단체들의 모습은 지나치다"며 "김 위원장이 방문한다면 존중하고 환영하되 지도자 숭배나 북한 체제 미화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정모(33)씨는 "김 위원장이 위인이라는 친북 단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보수단체들의 주장도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환영도 반대도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의 답방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심의 자유는 결코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해전 등 사건으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본 피해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