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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찬 아이들 있는데…캐러밴에 최루탄 발포 美대응 '역풍'

WP, 혼비백산 아이 사진 게재…민주당·인권옹호론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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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 가스를 피해 달아나며 우는 온두라스 소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한 것과 관련, 비인도주의적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맨발에 기저귀를 찬 이 아이들이 최루가스에 숨이 막히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와 함께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가 촬영한 3장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사진들은 미 국경 요원들이 최루탄을 발사한 직후 이민자들이 혼비백산이 돼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은 엄마의 손을 잡은 온두라스 소녀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일그러진 얼굴로 울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맨발의 아이는 기저귀와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다른 사진에는 일그러진 표정의 엄마가 연기가 자욱한 최루가스에 질식되지 않으려고 두 딸의 손을 잡은 채 황급히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 실렸다.


마지막 사진은 어린이와 여성 등을 포함한 70∼80명의 중미 이민자가 바닥이 콘크리트로 된 개천에서 최루가스를 피해 여기저기로 도망치는 장면을 넓은 각도로 포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범죄자'나 '갱단'으로 묘사한 것과 상반된 모습을 담은 이 사진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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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데리고 황급히 최루 가스를 피하는 온두라스 엄마 [로이터=연합뉴스]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약 500명의 중미 출신 이민자가 국경을 넘으려 하자 미국 국경순찰대 측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하면서 저지했다.


충돌이 격화하자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에 있는 산 이시드로 검문소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수백명의 중미 이민자들이 멕시코 티후아나와 접한 산 이시드로 국경 검문소 인근 지역에서 월경을 시도함에 따라 무력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민자 중 일부는 국경 당국에 물건을 발사했다고 해명했다. 미 국경 당국은 혼란을 틈타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69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자들과 인권옹호자들은 특히 최루가스를 피해 엄마의 손에 끌려가는 두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최루가스 공격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이들을 언급하며 미 망명을 희망하는 캐러밴을 막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너무 지나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톰 페레스 민주당 국가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에 "어린이에게 최루탄을 쏘는 것은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면서 "망명 시도는 범죄가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자도 최루탄을 피해 흩어져 달려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미국의 이상과 배치된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트위터에 "평화와 망명을 찾는 여성과 아이들이 폭력과 두려움을 만났다"며 "미국은 피난과 희망, 자유의 땅입니다. 우리는 이것(무력 대응)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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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 가스를 피해 흩어지는 중미 이민자들 [로이터=연합뉴스]

WP는 비교적 초당적인 비판 여론을 야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부모와 자녀 분리 정책'과 달리 중미 어린이를 향한 최루탄 발포에 대한 초기 비판 여론은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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