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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1년째 무등산만 오른다…사진작가 박진호

"미쳐야 미친다" 아날로그 필름에 무등산 밤낮과 사계 기록

그는 11년째 무등산만 오른다…사진작

'무등산에 미친 사진작가' [박진호 주무관 제공]

계절마다, 아침 낮 저녁으로, 날씨 따라 달라지는 풍광을 한 주도 빠짐없이 3년간 지켜보니 비로소 무등산 구석구석이 보였다.


그렇게 2년을 더 산에 오르니 누구도 담아내지 못한 무등산의 숨은 비경이 사각형 프레임 속으로 들어왔다.


광주광역시청 공무원인 박진호(51) 주무관은 11년째 무등산만 탐구하고 기록해온 사진작가다.

그는 11년째 무등산만 오른다…사진작

무등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박진호 주무관 제공]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가지 정도에는 미쳐야 하지 않겠느냐. 미쳐야 미친다는 말처럼"이라며 신선 같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박 주무관은 스물다섯 살이던 1992년 취미 삼아 사진에 입문했다.


산의 모습만 오롯이 사진에 담기 시작한 때는 2004년이다.


이름난 산을 찾아 주말마다 전국을 떠돌던 어느 날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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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핀 무등산 [박진호 주무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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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제가 설악산 사진만 찍는 수백 명을 어떻게 당해내겠어요. 저만의 경쟁력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무등산을 택했습니다."


2007년 여름날부터 박 주무관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매주 토요일, 명절 연휴마다 무등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제대로 알려면 자주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계절마다 밤하늘 별이 어떻게 도는지, 기후와 계절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요소요소를 탐구하며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11년째 무등산만 오른다…사진작

무등산 주상절리대와 별의 궤적 [박진호 주무관 제공]

집에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무등산과 현장 시각이 일치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아날로그 사진만 고집하는 그가 무등산을 촬영하는 데 쓴 필름은 숫자로 헤아릴 수 없다.


필름이 귀한 요즘에는 일본에서 구해와 서울 업체에 현상을 맡긴다.


디지털 보정을 하지 않는 그가 11년 동안 촬영한 무등산 사진 수만 장 가운데 엄선한 작품은 50여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올해 봄 정상부 헬기장에서 촬영한 구름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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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봄 [박진호 주무관 제공]

수줍게 피어난 철쭉 뒤로 솟아오르는 태양, 붉은빛에 물든 구름바다가 넘실댔다.


황홀경에 빠진 박 주무관은 순식간에 필름 일곱 롤을 썼고 딱 한 장의 '인생 사진'을 얻었다.


셔터를 누르는 내내 손이 덜덜 떨렸다.


박 주무관은 언젠가 좋은 사진을 공개하고 나서 일대 꽃밭이 쑥대밭으로 변한 모습을 봤다.


다른 사람은 '작품'을 건지지 못하도록 풍광을 망가뜨려 버린 양심 없는 사진작가의 소행이었다.


그 뒤로 박 주무관은 무등산 사진 전시를 여는 계획은 소망으로만 간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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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무등산에 오른 박진호 주무관 [박진호 주무관 제공]

박 주무관은 "언젠가는 제대로 된 무등산 사진을 선보이고 싶다"며 "아직은 무등산을 아껴야 한다는 마음에 작품을 공개하지 않고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고 29일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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