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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 파인텍 노사협상 극적 타결…426일만에 땅으로

전날 시작한 6차 교섭 20시간20분 만에 합의…파인텍 노동자 5명 일터로

공동행동 이날 오후 해단식…모회사 대표가 파인텍 맡아 책임경영

'굴뚝농성' 파인텍 노사협상 극적 타

합의 도출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1일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앞줄 왼쪽)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앞줄 오른쪽)가 파인텍 노사 협상 결과를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 뒤쪽으로는 이번 협상을 위해 양측을 중재한 종교계 관계자들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굴뚝 단식농성과 사측의 강경 발언 등 극한 대치로 치닫던 파인텍 노사가 고공농성 426일 만인 11일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426일을 '하늘 감옥'에서 보낸 농성자들은 이날 오후 지상으로 내려올 계획이다.

노사는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파인텍 노조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가 75m 굴뚝 농성을 시작한 지 426일 만이자, 단식에 들어간 지 6일 만이다. 차광호 전 지회장이 단식한 날로부터는 33일 만이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는 홍기탁·박준호 두 조합원의 조속하고 안전한 복귀와 범사회적 열망을 우선으로 10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제6차 교섭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며 "그 결과 11일 오전 7시20분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 교섭은 전날 오전 11시에 시작해 하루를 넘겨 20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양측이 합의문의 조항과 문구 하나하나를 점검하면서 시간이 길어졌다.

'굴뚝농성' 파인텍 노사협상 극적 타

426일 굴뚝농성 끝내는 사인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1일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왼쪽)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가운데),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오른쪽) 등이 노사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측은 합의안 체결을 위해 각자 입장에서 한 걸음씩 물러섰다.


노조는 강경하게 요구하던 '모회사 고용 승계'요구를 내려놨고, 회사 측은 '절대 불가'로 맞서던 '김세권 대표의 책임 명시' 부분을 양보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의에 따라 홍기탁·박준호·차광호·김옥배·조정기 등 파인텍 노동자 5명은 스타플렉스 자회사인 파인텍 공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김세권 씨는 스타플렉스의 대표이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파인텍 대표이사를 맡기로 했다.


파인텍은 이들의 고용을 최소 3년간 보장하며, 임금은 2019년 최저임금(시급)+1천원으로 정했다.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하고 추가 연장시간은 노사가 합의해 정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는 파인텍 노동자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서 농성한 지 1년 2개월(42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굴뚝 위 농성으로는 유일무이한 초장기 기록이다.


농성자들은 굴뚝 위의 폭 80㎝ 정도 공간에서 두 번의 겨울과 한 번의 여름을 버텨냈으며, 여기에 더해 지난 6일부터는 단식투쟁까지 들어갔다.


이날 교섭 타결로 굴뚝 농성자들은 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공동행동은 "현재 단식 중인 고공농성자들의 상태를 고려해 최단 시간 내 안전한 복귀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성 411일째인 지난달 27일부터 노사 양측은 교섭을 시작했으며, 앞서 5번의 교섭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모두 무위로 돌아갔었다.


과거 2014∼2015년에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서 408일을 버틴 적 있는 차광호 지회장은 사측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동료의 굴뚝 농성을 끝내겠다며 지난달 10일부터 33일째 단식했다.


파인텍 노동자들과 뜻을 같이해 온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작년 5월과 12월, 청와대에서 스타플렉스 사무실까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약 20㎞를 왕복하기도 했다.


송경동 시인,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등도 연대하는 의미로 25일째 단식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단식 23일 만인 9일 심장 이상이 발생해 단식을 중단했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룬 데는 종교계 인사들의 역할이 컸다.


그동안 교섭 과정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파인텍 노사를 중재하고 협상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처음에 노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첫 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며 "좋은 결과를 만들고자 시작부터 끝까지 기도로 노력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인텍이 이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 회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성숙하고 노사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어려운 합의를 이룬 노사 양측의 노력과 결단에 감사하다"며 "갈등 있던 파인텍이 상생·화합의 파인텍이 되도록 함께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성자들을 지원해온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파인텍 교섭 보고 및 굴뚝농성 해단식'을 연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노사 합의에 따라 오늘 굴뚝 고공농성자들은 내려올 것"이라며 "단식농성자들도 단식을 해제하고 건강회복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전명훈 김철선 기자 =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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