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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펭수는 어떻게 ‘우주대스타’가 되었을까?

『펭수의 시대』 김용섭 저자 인터뷰

대한민국이 열 살짜리 펭귄 한 마리와 사랑에 빠졌다. ‘남극 펭’ 씨에 이름은 한자 ‘빼어날 수’를 쓴다는 이 펭귄은 등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BTS, 유재석, 송가인 같은 슈퍼스타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이 되고, 그와 컬래버레이션 하려는 브랜드가 줄을 서고 있다. 몸값도 7억 원(업계 추정치)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우주대스타’로 만든 것일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문화와 라이프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며 세대와 시대 변화를 예측해 온 김용섭 저자가 『펭수의 시대』를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한다.


펭수 에세이나 화보집이 아니라 ‘펭수 트렌드서’라니 신선합니다. 펭수 세계관을 트렌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독특한 시도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펭수가 등장한 초창기부터 흥미롭게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처음에는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저렇게 특이해도 성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왜 저런 세계관을 설정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펭수를 더 깊이 분석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사회적으로 큰 변화나 이슈가 생기면 ‘왜 그럴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트렌드 분석가인 제가 가진 직업병이기도 합니다(웃음). 트렌드 분석가는 호기심과 문제의식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세상에는 이유 없는 변화는 없거든요.


펭수 신드롬을 분석하는 것은 펭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해석하는 일이기도 하면서 지금 시대를 해석하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살피고 소비와 라이프 트렌드 변화도 살필 수 있습니다. 펭수 신드롬을 단순히 ‘현상’으로 보지 않고, 그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찾아내어 ‘트렌드’로 보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면 저는 그것을 트렌드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펭수는 BTS급이 되었을까?’로 시작합니다. 국내에서 펭수의 활약상을 보면 BTS에 비견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BTS와 펭수, 둘의 성공 비결(과정)을 놓고 비교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직 펭수가 글로벌 스타인 ‘BTS급’은 아닙니다만, 단기간에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존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펭수와 BTS의 공통점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실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케팅의 힘보다는 좋은 콘텐츠, 즉 실력이 바탕이 되어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둘 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무관심이 관심으로 변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아울러 둘의 콘텐츠에는 시대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펭수의 세계관이나 BTS 음악의 가사, 뮤지션으로서의 철학은 진지합니다. 그리고 둘 다 팬들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두터운 팬덤을 지녔습니다. 이런 이유가 이 둘이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차이점이라면 펭수는 가상의 캐릭터로서 현실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연예인과 캐릭터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속성이죠. 덕분에 활동과 역할에 제한이 없습니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펭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펭수의 시대』에서, 펭수가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펭수 세계관 속에 ‘안티 꼰대’를 비롯해서 지금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펭수가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이언트 펭TV>를 개설한 뒤 5개월여 동안은 구독자 수 2만 명으로 인지도가 미미했어요. 하지만 2019년 9월, ‘EBS 아이돌 육상대회’가 방송을 탄 이후부터 상황은 달라졌죠. 9월 한 달 만에 개설 초기 5개월간 확보한 구독자 수의 4배 이상이 증가했습니다. 이때가 펭수에게 ‘안티 꼰대’ 캐릭터가 부여되는 시점입니다.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부르며 밥 사달라고 하고, 선배가 잔소리하면 하지 말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2018, 2019년을 지나면서 한국 사회에 꼰대 논쟁과 세대 논쟁이 확산했는데, 펭수도 그 흐름에 동참한 겁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펭귄은 암수 구별이 어려운 동물 중 하나인데, 펭수는 처음부터 자기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반기를 든 것으로,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죠. 펭수가 외모를 바라보는 태도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트렌드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느슨한 연대 트렌드가, 일하는 방식에는 애자일 트렌드가 담겨 있습니다. 펭수의 직업을 유튜버로 설정한 것은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 유튜버가 된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펭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 중 하나가 B급 감성인데, 이는 멋진 척,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인생관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다 잘할 순 없어요.”,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취향은 존중해 주길 부탁해.” 같은 펭수 어록은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되는 인생을 살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하며 공감을 얻고 있죠. 2030세대가 유독 펭수에 열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펭수를 ‘선택’한 것라 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펭수를 선택했다’고 하셨는데요, 펭클럽(펭수 팬클럽) 중에 이제는 40대 이상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위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을 펭수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요?


기성세대가 봐도 펭수의 행동은 속 시원한 데다 솔직히 펭수는 맞는 말만 합니다. 기성세대라고 해서 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와 갈등을 겪는 것도 아니고,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성세대 중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습니다. 나이가 꼰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 나이를 지위와 권력으로 여기는 태도가 꼰대를 만듭니다. 40대 이상도 펭수의 안티 꼰대 정신을 지지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지지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영포티’(Young Forty)라고 합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이제 40대는 중년이 아니라 청년에 가깝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연령, 중위연령 모두 43~44세 정도입니다. 이제는 60대가 과거의 중년에 해당하는 나이입니다. 이렇다 보니 과거에 비해 중장년들의 태도와 행동, 사고방식이 젊어졌습니다. 바로 이것이 펭수의 속 시원한 발언과 행동을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까지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실무자인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조직 관리자인 영포티에게도 펭수는 매력 있는 주제일 것 같은데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강연하실 때 펭수 신드롬 이야기도 하시나요?


트렌드 강연에서도, 조직 혁신 강연에서도 펭수는 좋은 사례가 됩니다. 펭수 신드롬 이면에 시대적, 세대적 이슈가 많기도 하고, 펭수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서 성공을 거둔 성공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조직문화가 최근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조직 내에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높아진 것과 산업 구조가 변화한 것이 이유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수평화’입니다. 수직적 위계구조에서 수평적 역할구조로의 전환이 왜 기업에 이득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펭수를 사례로 듭니다. 밀레니얼 세대로만 구성된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이 일하는 방식에 애자일 프로세스와 수평화가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탈권위와 안티 꼰대 정신이 녹아 있는 펭수 세계관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소통 방식과 회식 문화, 평가 방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펭수가 직장인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를 기업의 경영자들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펭수의 시대』가 출간되었으니, 강연에서 펭수를 이야기할 기회가 더 많아질 듯합니다.


트렌드 전문가로서 펭수 신드롬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시나요?


펭수는 반짝하고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펭수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입니다. 지금의 성공을 1단계로 봐야 합니다. 다만 2단계로 매끄럽게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제작진의 역량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펭수는 아주 독특한 존재입니다. 가상의 캐릭터면서 실존하는 연예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보지 못한 유일무이한 존재라서 더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 장점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일부는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펭수의 진짜 실력은 2020년에 드러날 것입니다. 2019년 하반기에 보여준 모습에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한다면 2020년은 물론 2021년에도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펭수가 롱런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은 꼭 해야 합니다.


펭수의 시대』를 통해 독자들이 무엇을 얻고,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펭수의 시대』는 펭수가 주인공이 아니라, 펭수를 통해서 바라본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펭수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펭수라는 존재에 왜 한국 사회가 열광했는지를 시대와 세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트렌드와 한국인의 욕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자세히 파고들어 볼수록 더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트렌드 분석이 흥미로운 일이며, 트렌드 분석서가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용섭

트렌드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창의력(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을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기업과 소비자, 비즈니스 현장과 일상생활을 넘나들며 수집한 사례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여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는, 기업 섭외 1순위 강연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며, 단순히 소비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인간의 생활 진화에 초점을 맞추어 트렌드를 분석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사회문화 동향을 포착해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하는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2012년부터 8년째 집필하고 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펭수의 시대

김용섭 저 | 비즈니스북스

이제까지의 펭수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앞으로 펭수가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트렌드 인사이트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한발 더 나아가 펭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문화 그 자체로 자리 잡아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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