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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의사의 일상을 공개합니다

의사가 의사의 이야기를 쓴 책은 많다. 그러나 0년 차 의사인 인턴이 인턴 시절의 생생한 이야기를 남긴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회사로 치면 수습 혹인 신입사원인 대학병원 인턴의 365일을 기록한 생생한 일지다. 12시간을 일하고 주어지는 12시간 휴식 시간을 내리 잠으로 보내고, 남들이 출근할 때 퇴근하고 퇴근할 때 출근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근무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이야기가 이 책 『의사가 되려고요』 에 있다.


『의사가 되려고요』는 단순히 인턴 의사가 겪은 힘든 일화와 그로 인한 고충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로 나가기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가슴 떨리는 첫 면접,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응급의학과 생활에서 느꼈던 것, 급박하게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까지 모두 담겨 있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회초년생의 모습 역시 담아냈다.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지나오는 이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실려 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기존에 출간된 도서 중 ‘의사’를 다룬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요. ‘인턴’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학병원 인턴 시절을 다룬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시중에 나와 있는 ‘의사’를 다룬 책들은 이미 베테랑 의사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인턴이 되기 직전에 느꼈던 불안감 그리고 인턴 초반, 의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느꼈던 감정의 변화는 그 어떤 책에서도 나와 있지 않았어요. 그럼 답답함이 제가 처음 펜을 들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인턴 과정에서는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다른 분들은 좀 더 준비가 된 채로 시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비단 인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인턴의 위치는 사회와 비교하면 이리저리 치이는 신입사원의 위치와도 같은데요. 0년 차 사회초년생으로 힘겨운 시기가 왔을 때 작가님은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내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조직이라는 거대한,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의 틈에 나는 어디를 비집고 들어가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어요. 제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가는 듯이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 톱니바퀴 틈 속의 윤활유가 되기로 했어요. 크게 한 몫은 해내지 못하더라도 내가 좀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렇게 제가 도움이 된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힘듦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짜’ 시절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실수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소아과 인턴 시절이 기억이 나요. 신생아에게 약을 줘야 하는데, MRI실에 저 혼자 밖에 없었어요. ‘앰플’이라는 유리로만 되어있는 병을 열어야 하는데, 유리병을 깨는 방법을 몰랐어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파편이 튀지 않게 잘 깨뜨려서 약을 채취했던 것이 기억이 나요. 희생한 한 손 검지랑 엄지에 유리 조각이 박혀 빼는데 고생했지만, 아픈 손가락보다 약병 하나 열어본 경험이 없어 큰일이 날 뻔했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차가운 응급실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런 태도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는 ‘느낌’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의대생 시절 선배인 의사 선생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와, 어떻게 저렇게 빠른 판단과 대처를 하지?’하며 감탄을 하면서도, 제가 환자의 입장이라면,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었어요. 누군가는 환자에게 조금 더 설명을 해주고 때로는 환자의 상황에 공감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차가운 상황에서 제가 윤활유로 할 수 있는 것은 제 마음에서 진심으로 나온 한마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어떤 독자들이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어갈 수 있을까요?


모든 사회초년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힘들어했던 부분은 꼭 의사라서 겪은 일들만은 아니었어요. 사회에서 같이 고군분투하시는 분들 모두 제 이야기를 보며 동질감을, 또 그 속에서 위로도 받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두 번째로, 의사라는 직업이 궁금한 학생들도 아무 경험이 없었던 제가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보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이비인후과 전공의가 되셨는데요. 여러 과를 거쳐 이비인후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이비인후과를 감기에 걸렸을 때 방문하는 과로 알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사실 이비인후과는 그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이비인후과는 손가락 하나 굵기의 숨길을 열어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뇌척수액이 코로 흐르는 것을 막기도 하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에게 소리를 들을 수 있게도 해줘요. 초를 다투는 급한 일부터, 천천히 지켜볼 수 있는 일까지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이비인후과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팔방미인 같은 과에 걸맞은 팔방미인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이나 작품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비인후과가 어떤 과인지 알리고 싶어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어떤 과에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셨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적어도 저희 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알고 빨리 적절한 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먼저 훌륭한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제가 알리고 싶은 것들을 재밌게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김민규

현직 이비인후과 전공의. 13살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13년 만에 꿈을 이뤄 2019년에 인턴이 되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과 금방 마주했다. 병원 사람들, 선배, 동료 의사들, 그리고 환자까지.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세상과 맞닥뜨리며 준비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인턴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턴이 남긴 생생한 글로 사회초년생들이 조금 더 실질적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상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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