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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 여행을 위한 안내서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백승철 저자 인터뷰

백승철 저자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백승철은 지금까지 30년 동안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안티에이징 욕구를 마주해온 피부과 의사다. 그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쿠스 마닐리우스의 말처럼 역설적이게도 죽음이라는 주제에 서서히 침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근래에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 제법 선보였지만 이 책만큼 솔직하게, 가감 없이 죽음을 말하는 책은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먼저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처음 봤을 때 순간 멈칫했어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강렬한데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강렬한 첫 인상을 드렸다니 다행이네요. (웃음)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 생의 마지막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사실 죽음이라는 건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죽게 되는지, 그리고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렇게 죽는다’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쫓기듯 혹은 떠밀리듯 닥쳐오는 죽음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평온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강렬한 제목만큼 책의 내용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던 다른 책들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 분들의 반응도 죽음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가감 없이 풀어낸 것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렇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 질문에 답하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죽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이 책에서 죽음을 담담한 어조로, 돌려 말하지 않고, 가감 없이 풀어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하게 되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터부시하면서 미뤄두고 묻어두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되죠. 그렇게 되면 결국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어요.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죽음을 직면하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다룬 인문학 강좌도 제법 있었지만 대부분 종교적 방향으로 내세를 다룬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책도 적지 않게 나왔지만 죽음을 철학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게 피부에 잘 와닿지 않기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죽음과 관련해 정말로 궁금한 것은 사후세계보다는 내가 언제 죽게 될지, 어떻게 죽게 될지, 죽는 순간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것들이 아닐까요.


제목과 함께 눈길을 끌었던 다른 한 가지는 30년 차 피부과 전문의라는 선생님의 약력이었습니다. 저자 소개 글에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픈 안티에이징의 욕구를 일상적으로 마주하면서 웰다잉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사유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피부과라는 진료과 특성상 시간을 멈추고 싶은, 때로는 되돌리고 싶어하는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러한 마음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것이죠.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기에 어떤 방법으로도 막거나 피할 수 없다면 결국은 건강하게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건 생사의 순간에서 의술을 펼치는 의사 분들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늘 맴도는 주제이기도 해요. 넘어질 뻔했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순간을 지나면 흔히 “죽을 뻔했다”고 말하죠. 또한 공부나 일이 버거워 힘에 부칠 때는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우리의 말 속에서 죽음은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죠.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죽음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제 어떻게 겪게 될지 모를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대 로마에서 활동한 시인인 마르쿠스 마닐리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때에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지는 ‘순간’적인 것이라기보다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넓게 본다면 사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죠.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었다면 준비할 필요도, 준비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의료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죽음이라는 과정이 더욱 길어지게 되었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정신이 몸에 갇힌 상태로 며칠,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지내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미리 정리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살면서 수많은 계획을 세우게 될 텐데 인생 설계의 아름다운 종착점은 죽음의 설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설계할 때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하면 될까요? 몇 가지만 소개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죽음 설계를 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죽음이 다가왔다는 것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두려움, 슬픔, 고통 같은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는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죽음 설계의 시작이 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에 관해 가능한 많이 그리고 정확히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과 묶여 있던 관계를 풀고, 법률 및 재정적 부분에 대한 유언장 작성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연명 의료 중단 여부, 원하는 장례 형식 등도 생각해줄 내용이 되겠죠.


이 책을 먼저 접한 많은 독자분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많이 떠올리셨어요.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자연스럽게 ‘제사’로 대표되는 유교적 문화의 ‘효’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책에서는 죽음의 설계가 남겨질 후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셨습니다.


예전에 비해 죽음과 장례에 대한 문화가 많이 달라지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더 많죠. 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간섭하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책에서도 만약 부모님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이고 들어드릴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한 사람 한 사람이 후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설계해간다면 훗날에는 장례 문화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의사의 사명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사고에서 구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과정을 평안하게, 올바르게, 존엄하게 맞이하도록 도울 사명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더욱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존엄하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백승철


의학박사, 피부과 전문의, 노인의학 인증의.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픈 안티에이징의 욕구를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면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웰다잉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사유하게 되었다. 죽음을 건강하게 수용하고 준비할 때 평온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펠로우를 거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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