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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미술의 쓸모? 삶이 힘들 때 위로가 되기 때문”

『미술에게 말을 걸다』 이소영 저자 인터뷰

‘시대가 사랑한 아티스트, 거장, 화제의 전시.’ 이런 말들에 기꺼이 시간 내서 미술관에 다녀와도 솔직히 그 전시가 인기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만 유독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걸까.


네이버포스트 구독자 4만여 명, 『출근길 명화 한 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아트 메신저 빅쏘, 이소영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의 신작 『미술에게 말을 걸다』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만난 ‘미알못’들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담겼다. 익숙한 명화를 비롯해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재미난 작품 150여 점과 함께 흥미로운 미술 세계가 펼쳐진다. 주말에 전시장 둘러보는 느낌으로 책을 감상하다 보면, 그 끝에서 취향에 맞는 그림, 내 마음을 닮은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미술 관련 일을 하시는데 어떻게 처음 글을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학창시절부터 일기 쓰기나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요즘엔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쓰는 것을 투 머치 인포메이션(TMI)라고 놀리지만, 저는 싸이월드 시절부터 긴 글을 많이 기록했습니다. 좀 혼자 자주 진지해지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시인 나셨네!”라고 놀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 저를 치유하는 시간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으니까 습관적으로 매일 하게 되고, 매체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 공간이 싸이월드건, 인스타그램이건, 블로그건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 해도 미술에 관련된 정보에 있어서는 TMI가 습관인 사람입니다. 이 습관 덕분에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명화를 소개해 제 첫 책 『출근길 명화 한점』도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미대 시절에는 미술 작업도 재미있었지만, 미술작품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작품을 보고 제 방식대로 감상하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서 미술교육과 미술사를 공부해 미술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어요.^^ 또한 혼자만의 기록을 공유하다 보니 블로그나 인스타, 포스트에서 많은 구독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이나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이렇게 꾸준하고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고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창조의 원천이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항상 재미있는 것을 보면 기억하고 싶어 하고, 활용하고 싶어 하는 습관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메모를 정말 좋아해요. 순간순간 날아갈 듯한 감정이나 소멸될 기억들을 짧게라도 메모해놓습니다. 작품 역시 그 순간 기억나는 것을 잘 저장해 놓는 편입니다. 바로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거의 메모장에 적어놓았던 것들이 다시 다져지고 기획돼서 콘텐츠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이든 효용성을 따지는 현대인들에게 미술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술은 우리 삶이 행복한 순간보다 우울하고 외로운 순간에 더 위로가 됩니다. 어제도 미술 컬렉팅 하는 친구들과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술을 왜 좋아하게 된 거냐고 물으니, 전공자가 아닌 친구들이 힘들 때 미술관을 가고, 그림을 본 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제 생각에도 요즘에는 어디든 같이 가서 사진 찍는 인증 문화가 대세인데, 미술관만큼 혼자 가서 즐기기 좋은 곳이 없어요. 미술은 혼자인 시간 가장 좋은 친구가 됩니다.


작가님이 힘드셨을 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화가나 작품이 있나요?


너무 많죠. 저는 거의 미술이나 예술이 종교만큼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처럼 믿고 미술 작품에서 감동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요. 시대마다 다른 화가들이 참 많지만 이번 책에서 자주 언급했던 앙리 툴루즈 로트렉크의 드로잉들이 요즘 들어 더 위로가 됩니다. 타자에 대한 시선이 시크한 듯하면서 따뜻해서 좋아요. 또한 요즘은 동시대 미술 작품들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웁니다.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미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핸드폰을 많이 활용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다들 핸드폰 정말 많이 하잖아요. 핸드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미술 볼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역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듯이, 『죽기 전 꼭 봐야 할 명화 1000』 이런 시리즈를 보는 것 어떨까요? 전철에서 하루에 한 작품씩만 봐도 1년이면 300점 넘는 미술 작품을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핸드폰 자체를 미술과 친해지는 도구로 삼으시면 의외로 구글 창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에게 말을 걸다』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나요?


미술을 좋아하지만 미술감상에 대해 머뭇거리는 분들, 저는 이런 분들이 미술을 짝사랑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고, 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미술교육 분야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계십니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아, 혹은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20대분들이 제게 유튜브 이메일로 이런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저는 적어도 너무 꿈만 좇지는 말고 생활비 정도의 돈을 벌면서 일하라고 하고 싶어요. 아무 수익도 벌지 못하면서 꿈만 좇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너무 빨리 지치고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이라도 꾸준히 하면서 그 돈으로 꿈으로 향해가는 연료비를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일에서 큰돈을 만들어내기란 그 누구도 어려울 거예요. 한 10년정도하다 보면 걸어온 모든 과정이 좋은 뿌리가 되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10년을 버틴다는 것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않으면 또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국,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좋아하는 꿈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 평범한 말이지만 결국 저는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커리어를 쌓아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현대미술과 아트 컬렉팅을 좋아하다 보니, 이 주제로 강의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다음 책은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눈이나, 아트컬렉팅과 관련된 책을 쓰고 싶어요. 천천히요! 대부분의 많은 미술책들이 저작권 때문에 과거의 명화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많이 보고 느끼는 것들이 현대 미술 컬렉팅이다보니, 초보 컬렉터나, 컬렉팅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컬렉팅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화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했던 어린이 미술교육이나, 기업 미술교육 등도 행복하게 잘 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하던 일을 잘하는 것이 계획이라 거창한 목표는 따로 없는 것 같아요.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미술에게 말을 걸다

이소영 저 | 카시오페아

 

주말 전시회에 온 느낌으로 책 속으로 빠져보자. 책을 빠져 나올 때쯤 취향에 맞는 그림, 내 마음을 닮은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난해하다고 느꼈던 현대미술, 단어에서부터 거리감이 느껴졌던 도슨트가 만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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