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는 작품인 동시에 나의 인생”
『보노짱』, 『보노보노스』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 방한
키워드는 ‘일상’이었다. 1986년부터 꾸준히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보노보노』 의 이가라시 미키오는 거듭 일상을 강조했다. 만화에서도, 삶에서도 일상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한다는 이가라시 미키오는 정돈된 일상에서 생기는 작고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그려낸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가라시 미키오의 만화 안에서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 세 친구는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6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 간 한국을 방문한 이가라시 미키오는 인터뷰와 북토크, 사인회 등의 일정으로 독자와 만났다. 한국 독자의 관심이 매우 놀랍다는 그는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와 각종 굿즈가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서도 일일이 언급했다. 『보노보노』 뿐 아니라 아기 보노보노와 아빠의 육아를 담은 이야기 『보노짱』 , 2016년 보노보노 30주년을 맞아 출간된 새로운 시리즈 『보노보노스』 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묶은 책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까지 번역되어 있지만 아직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독자가 있을 터. 이 만화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묻자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 생각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느긋하게 편안한 기분이 드는 동물 만화예요. 그러면서도 읽을 때는 가끔 진지하게 읽을 수도 있는 만화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
작년 한 해 한국에서 만화 『보노보노』 와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제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인기가 매우 놀랍습니다. 원래 저의 만화가 해외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꽤 이전이지만 한국의 여러분에게 『보노보노』 가 받아들여졌다는 것에도 놀랐었죠.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보노보노』 의 인기가 한 번 더 한국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있습니다. 저는 33년 동안 『보노보노』 를 연재했는데요. 이것에 대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김신회 작가님의 에세이, 애니메이션, 굿즈 등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워요.
『보노보노』 의 특징이라면 친근함, 편안함, 유머, 위로와 같은 것들이죠. 작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들은 무엇인가요?
일본이나 한국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라는 달라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감정은 만국 공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을 그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그리려고 하죠. 어디까지나 저는 주변에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일본과 한국의 독자 분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면이 아닐까요.
소위 만화라고 하면 판타지 세계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좀 더 일상적인 것에 마음을 두고 그리려고 하는데요. 이런 점이 일반 만화와 『보노보노』 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바로 그 점이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 것이 아닐까 해요.
일상의 이야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지요. 뭐라 할까요. 만화가로서 저는 그다지 승부를 가리고 겨루는 이야기, 그를 통해 우정을 쌓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타입은 아니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요. 삶에 있어서도 저는 제 일상과 그 일상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것이 저의 중요한 관심사예요. 즉, 저의 삶의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노보노』 에도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화도 늘 그렇게 그리고 싶습니다.
『보노보노』 의 인기가 33년 동안 그려온 것에 대한 선물 같다고 하셨는데요. 33년은 아주 긴 시간입니다. 꾸준히 작업하면서 쌓인 작업 규칙, 루틴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규칙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만화가로서 계속 해오다보니 점점 가능해진 것입니다만 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같은 시간에 저녁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잡니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저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조금 다른 변화 같은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도 쉽게 눈치 챌 수가 있는 거죠. 그런 변화 같은 것이 제 만화에 있어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합니다. 그것을 의식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렇게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 때는 없었나요?
보통 매일 같은 생활을 하면 자극이 없게 마련입니다. 역시 그러한 자극이 없으면 곤란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것 때문에 그다지 곤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것을 반복하고 머릿속에서는 그것과 다른 것을 반복해요. 뭐라 할까요. 저는 꽤 엉뚱한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컨디션의 변화가 문제가 됩니다. 매일 똑같이 생활을 하면 무엇보다 몸이 편합니다. 편한 일상을 살아가면 조금 편하지 않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컨디션도 생기는 거죠. 오히려 매일 같은 것을 하지 않아서 편하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떠올릴 수 없어져요. 대답이 되었을까요.(웃음)
에너지 배분에 관한 이야기 같네요.(웃음)
같은 것을 반복하면 체력적으로나 생활면에 그다지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혹시 누군가가 연애를 하느라 매일 꽤 기복이 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합시다. 아마 그 사람은 만화를 그리지 못할 겁니다. 연애가 신경 쓰여서요. 저는 일상은 완만하게, 평탄하게 보내되 머릿속에서는 기복을 스스로 만들어 갑니다. 그것이 긴 시간 저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마침내 발견한 환경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에게 어린이가
‘동굴 아저씨’와 같은 설정은 순수한 어린이의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죠. 이 밖에도 『보노보노』 만의 순수한 상상력은 큰 매력인데요. 30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봤을 때, 지금이라면 그리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으세요?
처음 『보노보노』 를 그릴 때는 제가 어린 시절에 갖고 있던 궁금증이나 상상 같은 것에 대해 어른이 된 제가 대답하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어릴 때 생각한 의문이 지금도 저에게 있어서 간절한가, 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간절했다면 아마도 대답하지 못했겠죠. 그런 의미에서 돌아보면 역시 ‘동굴 아저씨’와 같은 이야기는 지금은 그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망상을 정말로 실제 있는 것처럼 생각해버리는 아이였어요. 만화에 ‘아빠가 정말 우리 아빠일까’하는 의문이 나오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건 틀림없이 제가 어릴 때 했던 질문, 우리 가족이 정말 우리 가족일까, 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에요. 지금도 그렇게 느끼진 않죠. 딸이 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내 딸이구나” 알 수 있거든요.(웃음) 어렸을 때의 그런 의문은 역시 옛날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지요. 지금은 반대라고 볼 수 있어요. 어른인 저에게 어린이가 대답하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그 외에 그려보고 싶은 작가님의 경험이 또 있을까요?
16살 때 쯤 메모만 남겨놓고 집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학교가 싫고, 제 주변의 상황이 싫어서 가출을 했어요. 하루 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도망갔습니다. 도망갔지만 하루 만에 경찰에게 발견돼서 잡히고 말았어요. 그런데 단지 하루였음에도 굉장한 해방감을 느꼈어요. 드디어 도망쳤다, 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비록 하루뿐이었지만 말이에요. 뭐랄까.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지만 굉장한 시간이었습니다. 이건 아직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노보노가 숲을 떠나는, 집을 나가는 것을 그려볼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면을 닮은 캐릭터, 가장 싫어하는 면을 닮은 캐릭터를 각각 하나씩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같은데요. 우선 저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너부리입니다. 너부리는 매번 결심을 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일을 그만 두고 어디론가 떠나볼까, 하는 결심을 늘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진 않아요. 결심을 했다가도 흐지부지 되죠. 너부리처럼 말이에요.(웃음) 또 뭔가 잘 되지 않으면 금방 무기력해지는 면이 닮은 것 같습니다.
저의 싫어하는 점을 닮은 것은 너부리 아빠예요.(웃음) 매일 나쁜 말만 하고 다닙니다. 저도 가끔 너부리 아빠처럼 공격적인 말을 하거든요. 그런 점이 저와 쏙 닮았죠. 제일 좋아하는 점을 닮은 캐릭터는 물론 보노보노의 아빠고요.
좋아하는 캐릭터가 매번 바뀐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린의 아빠를 제가 가장 좋아한다고 답변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보노보노의 아빠라고 대답을 했군요.(웃음) 린의 아빠라고 답할게요. 매번 바뀌지만 이 자리에서는 린의 아빠라고 답하겠습니다.(웃음) 린의 아빠는 자신의 본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아요. 린의 아빠 이야기 중에 ‘비겁한 사랑’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다 설명하긴 너무 길지만요. 그 에피소드에서도 린의 아빠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잘 표현하지 못해요. 그런 우유부단함이 마음에 들어요. 사실 그건 제 이야기라서요(웃음). 자세한 이야기는 책으로 꼭 봐주시기 바랍니다. 또 생각이 났는데요. 저는 야옹이 형의 남의 일은 신경 쓰지 않는 점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저와 닮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겁한 사랑’에피소드, 아주 간단하게만 소개해주세요.
간단하게 말하면 린 아빠가 누군가를 조용히 좋아하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아이가 있어서기도 하지만, 본인이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이 전부기 때문에 솔직하게 표현해야하는지 말아야 되는지 본인도 잘 모르죠. 그러한 우유부단한 부분이 역시 저와 닮은 것 같아요.
보노보노와 너부리, 포로리, 이 세 친구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릴 때도 그렇겠죠? 제일 즐겁게 그린 에피소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 이렇게 셋이서 폭포를 보러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가 돌아온 경험이 있거든요.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큰 경험이었죠. 때문에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보노보노와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릴 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옛날에 제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갔던 경험이 되살아나더라고요. 마치 영화 <스탠 바이 미> 같았습니다.
또 하나는 보노보노의 아빠 등에 사마귀가 났던 ‘사마귀 승부’라는 에피소드인데요. 그 장면을 그릴 때 어떻게 하면 고통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고민한 나머지 그 장면을 그리는 저의 등까지 아파질 정도였습니다.(웃음) 가장 흥분하면서 그린 에피소드이지요.
점점 성장하고 있는 느낌
한 인터뷰에서 보노보노의 엄마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으셨어요. 그 이야기가 더 일찍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째서 더 빨리 그리지 못했던 걸까요.(웃음) 아마 빨리 그릴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슬픈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슬픈 이야기를 울지 않고 그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리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아예 보노보노의 엄마가 나오지 않는 만화로 시작한 거예요. 그 이유로 꽤 긴 시간 엄마 이야기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을 했는데요. 그리다보니 언젠가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그릴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습니다. 점점 아무래도 엄마 에피소드는 그린다면 최종 에피소드로 해야겠다, 생각했고요. 인터뷰에서도 “엄마 이야기는 안 그리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늘 가장 마지막에 그릴 겁니다, 라고 대답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30년이 넘게 그리다보니 슬슬 엄마 이야기를 그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야 엄마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보노보노의 엄마 이야기 외에, 앞으로 『보노보노』 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앞으로 보노보노라는 만화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아까 말했던 보노보노가 집을 나가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네요. 너부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만, 보노보노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도 언젠가 그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 화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앞으로 보노보노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비극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뿐입니다. 아직까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는 30년이 넘게 『보노보노』 를 계속 그리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셨던 거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10년 정도는 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30년 넘도록 그리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30년이 훨씬 지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아요.
작가님도 독자처럼 『보노보노』 를 즐기시나요?
그건 무리입니다!(웃음) 아무래도 제가 그린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기 전에 이미 머릿속으로 20-30번 생각해보거든요. 그러다가 이걸로 충분하겠지, 하는 단계에서 내놓기 때문에 혹시 10년 정도 지나서 다시 읽는다고 해도 역시 독자와 같은 입장이 된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불가능해요. 단지 제가 그린 작품이라도 10년 정도 지나서 읽으면 저도 풉, 하고 웃을 때가 있습니다.(웃음) 기억하고 있는데도 웃깁니다(웃음)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변하지 않을까요? 이들도 나이가 들까요?
사실 아주 미묘하긴 하지만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캐릭터 성격이 조금씩 변화해왔어요. 특히 포로리는 굉장히 많이 변했습니다. 포로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죠. 그와 비슷하게 너부리도뭐랄까. 사람들에게 조금 다정해졌습니다. 보노보노는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보노보노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네요. 가장 변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만화 안에서도 이 친구들이 나이 먹었다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점점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저는 보노보노를 30년 이상 그려 왔으니까요. 이것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저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노보노와 친구들도 언젠가 죽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역시 제가 더 이상 ‘보노보노’를 그릴 수 없게 될 때겠죠. 그러니까 가능한 한 계속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믿기를
꾸준히 만화를 그리는 것이 힘든 이유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세요?
물론 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젖은 빨래를 꽉 짜는 기분이에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일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웃음) 젖은 빨래를 꾹 짜면 물이 나옵니다만, 그게 나오지 않을 만큼 짜도 하루 밤 두고 나면 또 조금 짤 수 있지요. 그래서 어쨌든 우선 집으로 돌아가죠.
한국에도 만화가를 꿈꾸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나만의 캐릭터로 30년이 넘는 시간을 그려온 작가님 입장에서 만화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마세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믿으세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믿지 못하게 될 경우 그만둬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대적으로 옛날 만화가와도 다릅니다만, 젊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너무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만화가는 아무래도 출판사와 같은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지요. 현재 한국 만화의 상황을 잘 모르긴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만화가가 되고 싶고, 30년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만 두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그만 두는 게 좋겠다고요.
예를 들어 지금 만화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으로 바로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영화도, 만화도, 음악도, 전부 데이터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제가 만화가가 됐을 때는 만화 자체가 실물이랄까요. 이것은 진짜다, 라는 마음으로 그려왔죠. 반면 지금 독자는 만화를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만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음악도 들어요. 전부 여기서(스마트폰) 나옵니다. 그것이 진짜 음악일까요. 데이터에 불과할 거예요. 진짜 음악은 라이브, 혹은 음악 페스티벌 등에 있지요. 조금 다른 것이겠지만, 만화도 본인이 그릴 때는 라이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재미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디지털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시군요.
어디까지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라고 할까요. 아무리 훌륭한 것을 본인이 그려도 그것조차 데이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요. 데이터가 되는 것이 좋다, 나쁘다, 라 할 것은 아니겠지요. 시대가 그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30년간 할 거라면 저와는 전혀 다른 각오인 만화가여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보노보노』 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 생각해왔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답변 외에는 없을 것 같은데요. ‘당신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느긋하게 편안한 기분이 드는 동물 만화예요. 그러면서도 읽을 때는 가끔 진지하게 읽을 수도 있는 만화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 | 신연선 사진 | 신화섭
이가라시 미키오 글그림/고주영 역 | 더스토리
단순하지만 귀여운 그림체의 세 캐릭터들이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 속의 문장들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안기며 보노보노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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