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보현 스님 인터뷰
39만 구독자가 열광한 요리 유튜버 ‘요리9단 보현스님’의 첫 책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이 출간됐다.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고 늦깎이 출가한 보현 스님의 요리 비결과 인생살이 노하우가 모두 담긴 요리 에세이다.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맛깔난 음식을 만들고, 평범하디평범한 순간으로 오늘 하루를 맛있게 만드는 저자의 요리와 삶에 대한 철학을 만나볼 수 있다.
보현 스님 |
많은 분이 기다려온 ‘요리9단 보현스님’의 첫 책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설렘보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우리나라에는 수행과 법력이 높으신 스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명장 반열에 오를 정도로 사찰음식에 뛰어나신 스님들도 여럿 있고요. 그분들에 비하면 덕도 부족하고 평범한 제가 이렇게 책을 내게 돼서 낯 뜨겁습니다. 그동안 출간 제안이 많았지만, 이런 부끄러움에 계속 고사해왔습니다. 수행자가 유명세를 떨치는 일이 모두 업장이란 생각도 있었고요. 하지만 절에서 먹는 사찰음식이 아닌 집에서 매일 먹는 집밥을 맛있게 만들 비결을 나눠달라는 요청에, 특출나지 않은 저의 일상 이야기가 오히려 고된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설득에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종교로 범주가 국한된 채널은 구독자 확장에 한계가 있는데 ‘요리9단 보현스님’은 개설한 지 2년 만에 구독자 39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정갈한 승복 대신 때 탄 일복 입은 스님의 모습, 거칠지만 꾸밈없는 스님의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빈틈이 많은 사람입니다. 요리를 하다가도 영상을 찍다가도 말을 하다가도 곧잘 실수하지요. 그렇지만 저는 제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내지 않습니다. 요리하다가 바지에 고추장이 떨어지면 고추장 묻은 바지 입은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영상을 찍다가 말실수를 해도 굳이 편집하지 않고 내보냅니다. 다가가기 어려운 수행자가 아닌 옆집 아주머니처럼 편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기에 많은 분이 종교를 떠나 마음을 내주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채널 구독자의 30%만이 불자고, 나머지 70%는 기독교, 가톨릭, 혹은 무교입니다.
‘요리9단 보현스님’이란 채널명에서 요리에 대한 스님의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한 매체 인터뷰에서 제 요리 비결에 대해 “매 순간 식자재 본체가 필요로 하는 재료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찹쌀가루 반죽을 만들었는데 너무 질면 반죽이 필요로 하는 만큼 찹쌀가루를 더 넣고, 반대로 너무 되면 반죽이 필요로 하는 만큼 물을 더 넣습니다. 이렇게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음식을 잘 살피고 음식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면, 무슨 재료를 넣을지 어떻게 만들지 미리 생각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요리가 완성됩니다. 유튜브 ‘요리9단보현스님’ 영상 속 요리 레시피를 보기 좋게 정리해 달라는 구독자들의 요청에 인기 밥반찬 위주로 재료와 조리 과정을 정리한 책을 내게 됐지만, ‘재료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라는 대원칙을 알면 조리법을 세세하게 몰라도 실패 없이 요리할 수 있습니다.
요리에 에세이를 버무린, 일반 요리책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성의 책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해 뜨면 밭에서 농사짓고, 때 되면 음식 만들어 먹고, 잠들기 전에는 기도하는 평범한 제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출가 전 겪은 ‘산전수전 공중전’부터 부처님과 처음 만나게 된 순간까지, 고단하고 지난했던 삶도 솔직하게 풀어냈습니다. 속세를 떠나 머리 깎고 수행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제게도 여전히 인생살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특출난 것도 남들과 다를 것도 없지만, 배불리 먹고 땀 흘려 일하며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제 일상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찰에서 금지하는 오신채와 까나리액젓을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제가 만드는 음식은 사실 완전한 사찰음식도, 완전한 채식 요리도 아닙니다. 마늘·파·달래·부추·흥거는 먹으면 몸에 열이 생기고 음욕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불교에서 금하는 식재료입니다. 육식 재료인 액젓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저는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 아닌 일반 중생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자,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자 오신채와 액젓을 사용합니다. 이번 책에도 파와 마늘, 액젓을 사용한 집밥 요리 위주로 소개했고요. 저를 향한 대중의 쓴소리는 더 열심히 수행 정진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엄중하게 받고 있어요.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계속 소통하며 제가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고단한 삶을 사는 분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유튜브 ‘요리9단보현스님’ 채널이 자리 잡게 된 과정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제 채널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올린 고들빼기김치 영상은 3주 동안 봐준 분이 딱 다섯 명이었을 정도니까요. 만약 이때 조회수에 집착해 괴로워했으면 지금의 ‘요리9단보현스님’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대중의 의지처가 되겠다는 원력으로 매일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영상을 촬영해서 올렸고, 어느새 채널은 수십만 구독자를 대상으로 수행 전법하는 도량이 됐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고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주어진 매일을 충실히 살다 보면 분명 땀의 대가를 얻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밭일하고 채소 씻고 반찬 만들고 김치 담그고 유튜브 영상 올리며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지 않을까요. 제 법명인 ‘보현’은 실천 수행을 하는 보살입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제가 가장 잘하는 일,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음식을 보시하는 일을 하며 현재를 살다 보면 또 다른 원력이 생기는 때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보현 스님
경기도 남양주 용화미륵암 주지.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고 마흔일곱 늦은 나이에 출가했다. 늦깎이 출가로 남들보다 덜 자고 더 달리며 정진하던 그는 수행과 대중의 접점을 음식에서 찾고, 김치와 장아찌 등 기본 밥반찬을 맛깔나게 만드는 비법을 유튜브에 공유하며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수행자가 아니라 대다수의 대중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먹지 않는 오신채와 젓갈을 사용한 조리법을 소개하며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주특기인 요리 외에도 밭일, 산행, 기도 등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종교를 떠나 많은 구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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