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지치지 않는 소통법
『매운맛 육아』 김하연 저자 인터뷰
김하연 저자 |
9년차 아나운서 김하연 저자는 52개월째 매운맛 육아 중이다. 호기심 많고 활동량 많고 겁도 많은 아들과 함께하느라 하루가 36시간 같지만, 윤호네 육아 이야기에는 한숨과 고민 대신 웃음과 공감이 가득하다. 저자의 SNS 계정은 윤호의 자기주도 놀이가 소개되는 장이자 아이와 공감하는 대화기록이고, 매운맛 육아의 해법을 찾는 엄마들의 상담창구가 되었다. 15년 넘는 육아 공부와 매운맛 육아 경험으로 ‘아이 마음 읽기’ 전문가가 된 김하연 저자가 아이 마음 다치지 않고 엄마 마음 지치지 않는 소통법을 담은 『매운맛 육아』를 펴냈다.
매운맛 육아가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은 오랜만입니다. 자신의 육아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출간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양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엄마들로부터 책을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처음엔 비전공자에, 아이 하나 키우는 엄마가 육아서를 쓴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이론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배운 대로 살아내려 노력한 실전 육아 이야기들을 풀어내면 엄마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습니다.
매운맛 육아로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텐데요, 매운맛 육아를 풀어가는 첫 단추는 무엇인가요?
우선 엄마의 체력이요. 기본적으로 몸이 지치면 아이가 아무리 예뻐도 오늘 하루 또 어떻게, 뭐 하면서 버틸까 하는 숙제가 되더라고요.
체력 다음으로는 아이 마음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아이 마음은 다 알겠는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엄마들과, 아이의 비언어적 신호로는 마음을 읽지 못하겠다는 유형으로요. (마음을 알아도 귀찮아서 외면하는 경우는 차치하고요.) 후자라면, 기질검사나 상담을 한 번쯤 받아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다만 전문가를 잘 찾아가시는 게 중요해요. 제 지인들에게는 안전하게 소아정신과를 가보라고 권합니다. 가볍게는 저의 책을 추천드려요.
책에서 언급하신 ‘정서적 금수저 프로젝트’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아이에게 특히 어떤 정서적 금수저를 물려주고자 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육아 공부를 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었어요. 부와 명예와 학벌이 있어도 안정된 정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행복하지 못하고 모든 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정서’라는 것이 개인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대부분 영유아 시절 어떤 결핍으로 이어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어떤 것보다도 오래 빛날 수 있는 정서적 금수저를 물려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가 어두운 면 없이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인생을 살아가며 만나게 될 힘들고 어려운 일들 앞에서 오래 좌절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왕이면 옆에 넘어진 친구들을 같이 일으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면 더 고마울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존감, 회복탄력성, 자기조절력을 길러주려고 신경 썼답니다.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대하고 있고요.
엄마만 열심히 하면 안 되고 아빠도 같은 육아철학을 가져야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관점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을 때는 어떻게 조율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육아관에 대해 많이 이야기 나눴어요. 양육에 대한 가치관, 교육관이 어느 정도 일치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현실육아에서 맞닥뜨리는 의견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럴 땐 ‘더 잘하는 사람 말을 듣자’는 편이에요. 훈육처럼 일관성이 중요한 것들은 남편이 저를 인정해주고 따라주었어요. 그리고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했어요. 제가 체력이 더 좋으니 아이와의 바깥놀이, 미술놀이 등 에너지 소모가 큰 활동은 엄마가 더 많이 담당하고 대신 식사는 아빠가 더 많이 준비해요. 보통의 아빠, 엄마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서로의 취향을 인정하니 갈등이 적었고, 기질검사를 받으니 남편과 제가 어떨 때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더 큰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대화하는 게 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매운맛 육아라고 하지만 책에 묘사된 윤호는 말하는 게 전혀 맵지 않고 순하고도 똑부러져서 웃음이 나던데요. 특히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말과 놀이로 풀어내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기질상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 눈치를 많이 보거나 소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연습을 어떻게 하셨는지요?
아이의 비언어적 표현에 숨겨진 진심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던 건 아이가 저와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저는 감정 표현에 주저하는 면을 극복하기 위해 성인이 된 뒤에 꽤 오랫동안 연습했어요. 일기 쓰듯 매일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녹음하고 들어보기도 했지요. 이것이 실제로 심리치료에 쓰이는 방법이라는 걸 최근에 와서 알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저와 닮은 부분 때문에 아이의 감정 표현에 신경을 쓴 것은 아니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풀어낼 줄 알아야 건강한 소통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책보다도 엄마와의 대화가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믿었기에, 어떤 상황이 생기면 대충 뭉뚱그려 넘기지 않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특히, 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참 좋답니다.
책 뒷부분에 영재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검사 결과 윤호의 영재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했는데, 그러면 대부분은 아이의 가능성을 키워주기 위해 영재교육을 시작할 텐데, ‘여전히 무계획’이라고 하셔서 신선했습니다. 윤호네가 생각하는 영재교육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어요.
무계획이라는 말은 아이의 관심사와 타이밍을 저희가 계획할 수 없으니, 아이의 속도와 흥미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의미랍니다. 아이는 저와 다른 존재인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토대로 확장해 나가는 아이의 학습 방식을 지금은 존중합니다. 지능지수가 높으니 당연한 듯 수학, 과학, 영어, 외국어 등 학원부터 보내는 방식은 지양해요. 선행을 위한 선행학습은 원하지도 않고 아이를 위해서도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는 아이의 기본 습관을 다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상에 앉아서 학습하는 형태보다는 흠뻑 즐기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경험, 땀 흘리고 뛰어놀면서 느끼는 성취감, 다양한 연령 속에서도 적절하게 소통하고 조율하며 어울리는 능력 등등. 온몸으로 배우는 게 더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매운맛 육아동지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힘드시죠. 남편조차 다 이해해줄 수 없는 외로움에, 잠깐 눈 감았다 뜨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새벽에 아이와 사투를 벌이다 지칠 때는 ‘어디선가 윤호 엄마도 이러고 있겠구나.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었지.’ 생각하며 조금 위안을 얻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무리 서툰 엄마라 자책해도 아이에겐 당신이 최고의 엄마라는 사실도. 아이의 하루는 엄마와 조금씩 멀어져가는 시간이라 하죠.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 한 번 듣기 힘든 사춘기가 와 버리면 24시간 치대는 오늘의 껌딱지가 무척 그리워질 거예요. 조금 더 안아주고, 조금 더 사랑한다 말해주면서, 아이들과 감칠맛 나는 길을 걸어보아요. 우리 같이요.
*김하연
생명공학을 전공한 전직 아나운서로 현재는 여섯 살 아들맘. 사람에 대한 관찰을 잘했던 것이 육아에서는 아이를 잘 관찰하는 엄마가 되도록 해주었다. SNS 육아일기를 보고 비전공자에게 육아 고충을 털어놓는 엄마들이 늘면서 한국심리교육협회 아동심리상담사, 놀이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이의 웩슬러지능검사 실시 이후 영재아동에 관한 공부를 위해 한국평생교육진흥원 영재창의지도사, 창의과학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