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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예스24 채널예스

아깝다, 더 사올 걸! 여행의 기념품

기념품은 추억이 되지만, 어느 것을 살까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좋은 기념품은 둘 중 하나만 만족하면 된다. 그 나라에서만 구할 수 있거나, 혹은 그곳에서 사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때. 그런데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런 물건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아깝다, 더 사올 걸! 여행의 기념품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학창시절에 단체여행을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금방 기억날 것이다.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사긴 사야하는데, 가판대에 널린 상품은 조악하기 그지없는데다 가격도 미묘하게 비싸다. 게다가 요즘엔 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한 물건을 팔고 있기 때문에 고르기가 더 어렵다. 캐나다에서 무겁고 비싼 메이플 시럽을 여행 배낭에 꼭꼭 담아왔는데 동네 마트에 갔더니 똑같은 물건을 오히려 더 싼 가격에 팔고 있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선물을 고를 땐 그 사람을 생각해서 고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행지에서 그런 배려를 하긴 어렵다. 가끔씩은 가판대를 지나치다, ‘아, 이건 누구에게 주면 딱 좋겠다.’싶은 물건을 만나는 우연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한된 시간 안에 한정된 예산으로 다수의 상대에게 무난할만한 선물을 와장창 고르게 된다. 여행지에서 선물 고르기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므로, 누가 나에게 선물을 줄 때는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특히, ‘지나가는데 이건 딱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라는 말과 함께 주는 선물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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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걸러준다는 드림캐쳐 만들기 세트

물건의 가치란 사용해봐야 아는 것이라, 기념품들도 여행이 다 끝나야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다. 의외로 괜찮았던 기념품은 미국에서 산 드림캐쳐 DIY 패키지였다. 잘 때 방에 걸어두면 악몽을 걸러준다는 인디언 소품으로 동그란 테와 실, 그리고 약간의 깃털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미국여행을 갔을 당시엔 가난한 대학생이었기에 친구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에도 애매한 형편이었는데 이 DIY 패키지로 만드는 법을 배운 덕에 친구들과 같이 만들어보기도 하며 섭섭하지 않게 선물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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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샵에서 구한 할로윈 소품들

시즌 아이템은 시즌이 지나면 할인 폭이 커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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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선 할로윈 소품이 괜찮았다. 이 날엔 아이들은 베게 한가득 들어갈 만한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데, 평소에 보기 힘든 고급 사탕과 초콜릿도 아낌없이 뿌리는 지라 ‘나는 왜 아이가 아닌가!’하며 통탄하게 된다. 달콤한 밤이 지나고 나면 관련 물품들이 일제히 할인에 들어가는 점도 매력적이다. 비슷한 시즌 아이템으론 부활절 초콜릿, 크리스마스 선물 등이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박싱데이가 시작되는데 년 중 가장 할인 폭이 큰 세일로 다들 이때를 노리고 있어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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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 인형들, 다리달린 인형은 고급품이다.

맨 왼쪽 인형은 하다가 실이 떨어졌는지 검은색 몸통을 가지고 있는데, 

수작업이라 모두 모양이 다른 게 매력적이다.

기념품은 대개 한 개만 있어도 만족하지만, 내가 왜 더 사오지 않았나하며 절절히 후회가 되는 게 하나 있다면 페루의 라마 손가락 인형이다. 비웃는 듯 오묘한 표정의 인형은 여럿이 모이면 더 매력적이다. 이때는 원체 돈이 없어서 한 번에 하나씩만 샀는데 그래도 꽤 모였다. 페루에서 못 사더라도,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도 판다. 다만, 가격은 나라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데, 페루에선 1솔, 볼리비아에선 2볼, 아르헨티나에선 3페소로 그때그때 환율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으론 매우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리는 것 같다.

 

남미에서는 차도 많이 마시는데 우리나라와 아주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다. 뻑뻑할 만큼 많은 찻잎에 설탕도 잔뜩 넣어 조그만 컵에 넣은 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특별한 철제 빨대로 마신다. 찻잎과 컵, 빨대 등 기념으로 꽤 사왔지만, 호평을 받진 못했다. 주로 ‘나는 못 마시겠다.’라는 평이 우세했다. 현지에선 대마차도 많이 마시지만, 이 차를 들고 국경을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또, 이과수 폭포에선 이과수 커피를 팔지 않는다. 그냥 브랜드 이름이 이과수일 뿐이다.

 

대만의 지우펀에 갔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거기에는 웬만한 기념품이 다 있었다. 한곳에 한복과 기모노, 치파오를 입은 캐릭터 열쇠고리가 같이 놓여 있었는데 국적이 헷갈릴 지경이다. 슈퍼에서도 비슷한데, 동아시아권 물건은 모두 놓인 것 같다. 우리나라 라면과 음료, 과자가 한글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고,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물건도 많다. 대만에선 어떤 게 대만의 것인지를 구별하는 게 더 큰일이다. 정말 대만의 물건을 사고 싶다면, 대만국립고궁박물관 기념품점을 추천한다. 박물관만 아니라 공항에도 지점이 있으며, 가격은 살짝 비싸지만 물건이 꽤 다양하다.

아깝다, 더 사올 걸! 여행의 기념품

엄청나게 줄 선 홍콩의 제니 베이커리.

한 사람당 5개씩만 팔며, 하루에 준비한 수량이 떨어지면 더 이상 팔지 않아 오후에 가면 살 수 없다.

홍콩에서도 대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차 하다간 일본라면을 기념으로 사갈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홍콩은 결혼하고 처음으로 간 여행이라 무엇을 사갈지 더 고민되었다. 신혼여행을 생략한 터라 시댁과 친정에 드리는 첫 선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면세점에서 적당한 선물을 사가는 것이 제일 무난했겠지만, 그때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 제니베이커리의 마약쿠키를 사왔다. 마약처럼 맛있다고 붙은 별명인데, 요새는 국내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간단히 살 수 있게 되어 인생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던 기념품을 추천했지만, 외국에서 사기 아까운 물건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책이다. 책은 국내가 압도적으로 싸다. 우리나라 책값이 싼 것이 아니라, 외국서적을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싸다. 일례로 캐나다에서 14달러짜리 책을 산다면 연방세와 주정부세가 따로 붙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17달러 정도이다(세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본도 소비세가 따로 붙어 가격표보다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사면 정가에 환율을 곱한 정도의 가격에다가 때론 할인도 적용되어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남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기념품이라면 관광안내소에서 얻을 수 있는 리플릿도 좋은 추억이 된다. 꽤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있고, 정확한 정보가 적혀있으며, 무료로 배포되니 말이다. 여행을 마치고 리플릿과 사진으로 스크랩북을 만들어도 괜찮다. 여행지에서는 겪는 모든 것들이 나중에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여행기록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마치 어린 시절처럼, 사진으로 봐야 ‘아 그때 그랬었지’하고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고르나보다. 때로는 여행이 먼저인지, 기념이 먼저인지 본말이 전도될 정도로 말이다.

 

글ㆍ사진 |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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