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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지금 이곳, 엔터테인먼트 산업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저자 김정은 인터뷰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지금 이곳, 엔

김정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은 주류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소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진행하던 이른바 음지의 시기에서, 주류를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수익구조도 향상된 2단계 과도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미디어 콘텐츠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류가 될 3단계가 머지않은 지금,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을 짚고, 내일의 변화를 읽는다.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라고 할 만큼 최근 유튜브나 아프리카TV를 통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하는 1인 창작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소위 ‘요즘 것들’이라고 하죠? 기성세대들이 볼 땐 하나 같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절로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던 학생들이 어느덧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하는 기성세대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것, 그리고 TV보다 모바일 기기와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20대를 맞아 본격적인 사회활동에 뛰어들면서 콘텐츠의 주요 공급층과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서 최근에는 대도서관, 벤쯔, 윰댕 등의 스타급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 TV 프로그램까지 러브콜을 받고 진출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도 한층 넓어졌다는 점이 1인 크리에이터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0대 이상 부모님 세대들도 이제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이들의 콘텐츠를 한 번쯤은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뉴미디어 플랫폼’이라는 게 첫 유입이 어렵고 낯설어서 그렇지 두세 번째부터는 금세 친숙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이전에는 ‘주류 미디어에 합류할 수 없는 수준 미달의 삼류 콘텐츠 창작자’라는 시각이 팽배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기획?제작?방송까지 아우르는 주체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전문직’이라는 인식에 재고도 이루어졌고요. 뭐니 뭐니 해도 ‘하고 싶은 것만, 마음대로 하면서, 억 소리 나는 소득까지 창출해 낼 수 있는 직종’이라는 환상이 지금의 흐름을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1인 창작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작정 이 판에 뛰어들고 보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실패를 피하는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 세 가지를 짚어주신다면요?

 

첫 번째는 ‘정보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게임, 뷰티, 패션, 먹방 등 수많은 영역에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진출해 있는데 남들이 먼저 다 한 얘기, 다 보여준 것 뒤늦게 해봐야 재미있게 봐 줄 독자를 확보하기가 어렵겠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꿈은 우선 독자가 모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거든요. 신선한 아이템을 발 빠르게 소개하기 위한 정보력은 필수조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기획력’, 즉 ‘창의력’입니다. ‘재미’는 바로 크리에이터의 기획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콘텐츠에 ‘나만의 색깔’을 불어넣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획력이야말로 정보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면 내가 다루고자 하는 아이템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의 아이디어죠. 이 기획력이라는 것은 비단 1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일 텐데요. 1인 미디어의 경우 아직까지 성역과 제약이 없는 만큼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 기획자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제작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나만의 콘텐츠가 가진 고유한 색깔로 일관성 있게 브랜딩 하는 노력이 앞서가는 자와 뒤처지는 자를 구분 짓는 승부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은 ‘교감력’입니다. ‘잘 하는 것’보다 어떻게 ‘잘 나누어야 할지’ 고민할 것. 풀어 말하면 요즘은 잘 만든 것(잘 하는 것), 못 만든 것(못하는 것)보다는 모자라는 만큼을 인정하고, 아는 만큼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소통과 공감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리 전문적이고 방대한 정보력과 뛰어난 기획력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수용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의지가 없다면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거라고 봐요.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지금 이곳, 엔

공저자 김성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변화의 속도가 몹시 빠릅니다. 불안정한 영역에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지금은 업계의 기라성 같은 존재인 YG의 양현석 대표도 사업 초기 같은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인 이주노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뒤처지던 시기가 있었고, 이수만 대표도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시작하면서 초창기 스스로의 경영방식을 도박적이었다고 언론에서 언급한 바 있으며, 한국 최초의 글로벌 아이돌을 제작한 방시혁 대표도 아이돌 제작에 첫걸음을 뗀 걸그룹이 활동에 난항을 겪으면서 동 시기에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킨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던 만큼, 지금 최고라 불리는 리더들도 극단적으로 말하면 바닥을 치고 일어난 분들이거든요. 책의 저자 소개에서 ‘구른다’는 함축적인 표현을 쓴 것처럼, 바닥을 경험해 보라는 것이죠. 저희 역시 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니까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혀서 다방면의 흐름을 계속 읽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없고가 콘텐츠의 차별화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바닥을 치고 나면 그때부터는 생존을 위해 정보력을 키우고, 나만의 기획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만의 기획을 세우게 되면 스스로 콘텐츠에 대한 설득력이 생기고, 결국은 이 설득력이 대중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언해 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재미있고 역동적인 여러 방식으로 접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이에 비해 공중파 방송의 몸집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습니다. 방송국 피디, 작가로 현장에 몸담아본 입장에서 방송계가 이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세요?

 

저희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업계에서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 중인 한 연륜 있는 제작자 분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어요. 최근에 크게 흥행한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 과연 제작자의 입장에서 좋은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저희는 기존의 TV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달랐던 콘텐츠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까지 보아온 단순 짝짓기 예능이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고정 시청층 마저 위협할 만한 리얼리티 예능이지 않았나 싶어요. “예능은 예능이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예능이 뛰어넘을 수 없는 드라마만의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하며, 제작자라면 훨씬 더 강력하고 의미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도 잘못되었다고는 섣불리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대에 기존의 잣대와 통념을 깨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반향이 컸던 콘텐츠들은 이러한 시각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 ‘인터넷 방송은 인터넷 방송이고 TV는 TV’라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시도였고, <하트시그널> 역시 편견에서 탈피해 흐름의 선두에 선 콘텐츠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의 변화 또한 적극적으로 읽어내려고 노력해야 내가 하는 분야도 자극을 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장르와 플랫폼에 있어서 섞고 결합해보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보 과잉 시대라 할 만큼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정보를 누릴 수 있을까요?

 

사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는 정의도 흔들리는 시기죠.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필요한 건 우리가 습득한 정보가 편향되었거나 잘못된 정보일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여과 장치가 없어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양산해 내는 뉴미디어 정보뿐만 아니죠. 요즘은 TV와 신문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SNS에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콘텐츠를 완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특정 매체를 통해 얻게 된 지식과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지양하고, 다방면의 매체를 통해 검증 후 습득하는 ‘삐딱이 정신’을 모두가 장착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기성세대의 더 큰 고민은 ‘이 무방비한 정보 과잉의 시대에 자녀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인 것 같더라고요. 유튜브를 통해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자녀의 채널을 불특정 다수와 교류하지 못하도록 비공개로 막아버렸다는 어느 부모의 이야기가 비단 특정 가정에 국한되는 고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을 절대 막을 수 없는 시대죠. 아이들에게도 역시, 스스로 정보를 자정할 수 있는 안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아예 함께 1인 창작물을 만들고 방송 채널을 운영해 보는 방법도 권유해보고 싶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진출부터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타깃층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등 한류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로 인한 엔터테인먼트계의 새 물결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거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묶어버리기에는 다른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야 있겠지만 과거 일본과 중국 등의 아시아 시장에서 아이돌, 드라마, 예능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소구력이 연쇄적으로 타오르며, 한국의 음식, 뷰티까지 그 관심이 확산한 이른바 ‘한류’ 열기의 포문을 이제는 북미 시장에서 연 것일까에 대한 견지에서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와 SNS를 통해 세계적인 그룹으로 급부상한 싸이와 방탄소년단은 사실 국적과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뛰어넘은 뉴미디어 시대의 놀라운 소구력과 파급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매체의 파워가 전복된 새로운 시대의 현상이자 신드롬이죠. 바꿔 말하면 이제, 콘텐츠 제작자가 큰 홍보?마케팅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유튜브, SNS를 통해 전 세계 동시 프로모션이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진출을 위해 일본 소속사, 중국 소속사가 필요했고, 다음 단계에서는 아예 해외 지사를 설립해서 국내 프로모션과 해외 프로모션을 연쇄적으로 이어갔다면(그나마도 자금력이 되는 곳이나 가능했던 일), 지금은 한국 안에서 글로벌 시장을 한날한시에 일괄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국가 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음악, 내가 보는 콘텐츠만 기억되는 시대랄까요? 우리가 한류라는 단어 아래 이 모든 성과를 한데 묶는 것이 무색해질 날이 목전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주목해볼 만한 핵심 소재나 방향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련한 스킬보다 공감이 앞서는 시대라는 관점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간에 기획의 주체가 소비자들인 대중을 나의 콘텐츠로 사로잡겠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로 메시지를 주입하겠다는 일방적인 개념에서 나아가 대중들과 함께 나누면서 완성해나가겠다는 마음가짐에서 탄생한 쌍방향 콘텐츠가 아무래도 공감 어린 ‘좋아요’, ‘하트’를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지금 이곳, 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김정은, 김성훈 저 | 미래의창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 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관련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수많은 재원들을 위한 훌륭한 가이드북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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