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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우래옥, 필동면옥·을지면옥, 봉피양, 을밀대

슴슴한 육수로 즐기는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이북서 즐기던 겨울음식이다. ‘꽁꽁 얼은 김칫독을 뚫고 살얼음이 뜬 진장 김칫국에다 한 저(箸) 두 저 풀어먹고 우르르 떨려서 온돌방 아랫목으로 가는 맛!’(《별건곤》 제24호)으로 먹는 음식이었다. 1920년대에 제빙기술이 발달하면서 냉면은 여름에도 즐기는 음식이 됐다. 남한에 이북의 평양냉면이 뿌리내린 것도 이 시기다. 실질적인 남한의 평양냉면 역사는 1940년대 을지로 4가에 개업한 ‘서래관’에서 시작한다. 그 뒤를 이은 게 1946년부터 지금도 영업중인 ‘우래옥’이다. 동대문과 을지로 일대는 당시 이북 출신들의 경제적 터전이었다. 실향민의 향수를 달래주던 평양냉면은 변변한 외식업이 없던 시대의 강자로 부상해 시대를 풍미했다. 쟁쟁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이 생겨난 건 1970년대다. ‘평양냉면 4대 천왕’이라고 하는 ‘필동면옥’, ‘우래옥’, ‘을지면옥’, ‘장충동 평양면옥’ 외에도 ‘을밀대’, ‘평래옥’ ,‘강서면옥’, ‘남포면옥’ 등이 지금도 경쟁중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 명가 : 우래옥

‘우래옥’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이다. 1946년 문을 열었으니 벌써 65년째다. 남한 냉면의 실질적 시작이 된 냉면집 ‘서래관’의 동업자였던 고(故) 장원일씨가 평양냉면 기술자를 데려와 차린 식당이다. 실향민과 그들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찾아 예나 지금이나 그 명성이 다르지 않다.


고(故) 장원일씨의 뒤를 이어 교사였던 아들 장진건씨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꿈꿨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미국 뉴욕, 시카고 등에 분점을 차리기도 했다. 본점 주교점은 그의 아내와 둘째딸이, 대치동 분점은 그의 큰아들 근한씨가 맡고 있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소고기육수로 따끈하게 끓여낸 온면과 반찬, 우래옥이 받은 각종 표창장(오른쪽).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동치미를 섞지 않은 순 고깃국만을 낸다. 소고기만으로 우려낸 육수와 메밀향이 깊게 묻어나는 면이 잘 어울려 담백한 맛이 난다. 한우 양지살과 사태살을 네댓 시간 푹 끓여 사용한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고기육수와 메밀향이 묻어나는 평양냉면.

면은 100% 메밀을 사용한 순면과 전분을 살짝 섞은 전통평양냉면 두 가지로 맛볼 수 있다. 거친 순면이 아니어도 이 집 면은 메밀 함량이 높다. 전분가루가 없으면 메밀은 끈기가 없어 잘 흩어지는데 반죽을 할 수 있을 정도만 전분을 넣는 집이다 보니 면이 젓가락으로 들면 잘 끊어진다. 차가운 육수에선 그나마 탄력이 있는 편이지만 온면 같은 뜨거운 육수에선 확 풀어질 정도다. 하지만 그 까칠하고 퍼진 느낌이 오히려 좋다.


고명은 계절따라 조금씩 다르다. 여름철엔 편육 위에 절인 오이와 김치겉절이를 올리는데 그 맛이 아삭하고 새큼하다. 뜨거운 국물을 말아낸 온면은 고명이 파, 삶은 달걀 등이 오른다. 따뜻한 고기국물에 참기름 고소한 향이 가득하다. 비빔냉면도 웬만한 함흥냉면 전문점보다 나은 맛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후해도 못가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냉면 한 그릇 값이 11,000원, 순면은 12,000원이다. 가격 부담이 커 자주 드나들긴 어렵다.


냉면은 가장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라고 한다. 면이 알맞게 삶아져 끈기와 탄력이 살아있어야 하고 육수는 간이 딱 맞아야 해서다. 그러고 보면 우래옥은 ‘또 찾아오는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맛을 인정받고 있는 집이 아닌가 싶다.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온 긴 세월이 그 방증일 터다. 

주소 : 서울시 중구 주교동 118-1

전화 : 02-2265-0151

메뉴 : 평양냉면비빔냉면 11,000원, 온면 11,000원

영업 :11:30~21:30(월요일 휴무)

주차 : 가능

가족형 기업으로 성공한 냉면집 : 필동면옥, 을지면옥

가족형 기업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곳이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1970년에 문을 연 평양면옥의 맛은 서울에서 3곳이나 뿌리내렸다. 첫째딸 홍순자씨가 1985년 문을 연 ‘필동면옥’, 둘째딸이 을지로에 낸 ‘을지면옥’, 2006년 셋째딸이 차린 잠원동 ‘본가 평양면옥’이다. 아버지 고(故) 홍영남씨의 뒤를 이어 의정부 본점은 현재 큰 아들이 맡고 있다.


흥미롭게도 딸 셋이 차린 서울의 냉면집들은 본가인 평양면옥과 독립매장이다. 본류만 같을 뿐 어디서도 분점이나 체인점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맛은 평양면옥에 뿌리를 뒀지만 각 점포에서 제각기 배워나온 대로 맛을 낸다. 점포 이름도 각기 다르다. 셋째가 운영하는 잠원동만 본가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렇다보니 형제가 하는 집이란 상관관계를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흔히 말하는 서울 평양냉면집 4대천왕(필동면옥, 을지면옥, 우래옥, 장충동 평양면옥)에 의정부 평양면옥의 맛을 이은 동일한 맛의 두 집이 섞여 있어 흥미롭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평양면옥에서 갈라져 나온 필동면옥, 을지면옥은 맛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은 을지면옥의 물냉면.

충무로에 위치한 필동면옥은 대한극장 뒤편에 번듯한 건물을 갖고 있다. 자리로 보면 을지면옥이 불리하다. 을지로 조명 상가 안쪽 구석진 자리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의 냉면은 모양과 맛이 비슷하다. 밍밍한 육수에 가늘고 찰진 면발, 그 위에 고춧가루를 뿌려주는 게 특징이다. 한우 양지와 둔치살 삶은 육수에 편육과 삶은 달걀을 올리고 파와 고춧가루만 살살 뿌려 나온다. 육수는 본점 따라 시원하고 상쾌하다. 면의 느낌이 조금은 거친 듯 부드럽다.


두 집의 차이는 사이드 메뉴에서 드러난다. 필동면옥에선 돼지고기 삶은 것을 제육, 을지면옥에선 편육이라 부르는 차이가 있다. 맛은 차갑게 식혀 나와 조금 퍽퍽한 느낌이 든다. 다른 점은 또 있다. 필동면옥에선 만두를 판다. 속이 꽉 찬 만두는 두툼한데 주먹만 한 개성식처럼 크진 않다. 반을 갈라 간장을 끼얹어 먹으면 두부와 고기가 어우러진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맛있게 냉면을 먹으면서도 속이 빈 듯한 허전함을 채우기 좋다. 을지면옥은 단골들에겐 서비스가 좋다. 편육은 반접시 주문이 가능하고, 김칫국물을 달라고 하면 물컵에 음료수처럼 따라 내준다. 면수보다 이 김칫국물이 냉면 먹기 전 입맛을 돋운다.

필동면옥 

주소 : 서울시 중구 필동3가 1-5

전화 02-2266-2611

메뉴 : 물냉면 9,000원, 돼지고기제육 12,000원, 소고기수육 18,000원

영업 : 11:00~21:00(둘째?넷째주 일요일 휴무)

주차 : 가능


을지면옥 

주소 : 서울시 중구 입정동 161

전화 : 02-2266-7052

메뉴 : 물냉면 9,000원, 돼지고기편육 12,000원(반접시는 6,000원), 소고기수육 18,000원

영업 : 11:00~21:00(첫째?셋째주 일요일 휴무)

주차 : 불가

우래옥 냉면 장인이 맛을 잇는 집 : 봉피양

희끄무레한 슴슴한 육수와 풀어질 듯 올려진 메밀사리, 그 위에 올려진 편육과 무채가 전형적인 평양냉면의 모습이라면 “냉면도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감탄한 곳이 ‘봉피양’이다. 가벼운 스테인리스 그릇이 아닌 놋그릇에 모양내 담겨져 나오는 냉면이 여간 소담스럽지 않다. 비주얼로 따지면 지금까지 본 냉면 모양 중 가장 예쁘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서비스 편육과 평양냉면.

봉피양은 ‘백제갈비’의 제2브랜드다. 평양냉면, 한우설렁탕, 갈비탕 등 식사류가 주메뉴인 곳이다. 전국적으로 여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이동 본점은 벽제갈비와 나란히 붙어 있어 어느 집으로 가도 냉면과 고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봉피양의 냉면은 ‘평양냉면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김태원 조리장이 만들어냈다. 19살이던 1952년에 냉면집에 들어가 처음 냉면을 배웠다는 김 조리장은 ‘냉면장인’으로 유명하다. 김 조리장이 만드는 봉피양 냉면은 고기 국물에 동치미를 혼합해 육수를 낸다. 동치미 맛을 유지하기 어려워 고기로만 육수를 내는 집들과는 다르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봉피양 육수는 소고기·돼지고기 등뼈와 노계, 감초, 생강 등으로 우린 육수 10ℓ에 동치미 국물 1ℓ를 섞는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지만 맛으로만 놓고 봐도 국물 맛이 달큰한 게 개운하고 시원하다. 동치미국물과 고기 육수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뤄 깔끔하다. 정성스럽게 메밀사리를 말아 그 위에 올린 백김치, 오이, 편육 고명은 그릇에 수를 놓은 느낌이다. 면은 우래옥보다 좀 더 쫄깃하다. 메밀과 전분의 반죽 비율이 7:3이다. 우래옥처럼 순면도 있다. 메밀 100% 순면은 15,000원이다. 자리가 가격을 만드는 것인지 을지로에 있는 우래옥보다 강남에 있는 봉피양 가격이 더 비싸다. 가벼워질 지갑의 부담감을 달래주려는 건지 냉면엔 서비스로 편육 두 점이 접시에 따로 따라 나온다.

주소 :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205-8(방이동 본점)

전화 : 02-415-5527

메뉴 : 냉면 11,000원, 순면 15,000원

영업 : 11:00~21:30(연중무휴)

주차 : 불가

여름 무더위 잡는 살얼음 육수 : 을밀대

마포에서 택시를 타니 택시기사가 물어본다.


“여기 근처에 맛있는 냉면집이 있다는데요. 을밀대라고 혹시 알아요?”

“네, 그 집 맛있죠. 바로 요 골목 뒤쪽으로 들어가면 있어요.” 

“울 아들이 마포 지나갈 때 들려서 먹어보라는데 어느 골목인지 몰라 한 번을 못 갔어요.”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택시기사와 을밀대 냉면에 대해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을밀대는 회사 근처에 있어 자주 가는 냉면집이다. 을밀대의 역사는 1971년에 시작된다. 2005년에 폐암으로 별세한 고(故) 김인주씨가 평양 모란봉 아래 있는 ‘을밀대’ 정자 이름을 따서 이 집을 차렸다. 지금은 아들인 김영길 사장이 가업을 물려받았고, 얼마 전 차린 강남점은 동생이 운영한다.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서울 평양냉면집 4대 천왕을 아시나요

(좌) 고기가 더 많은 녹두전 (우) 냉면, 녹두전과 어울리는 술 한 잔.

을밀대 육수는 소뼈와 무, 배, 파, 마늘 등으로 맛을 낸다. 영하 30도에서 얼려 반쯤 녹인 육수는 더위를 물리치는 데 효과적이다. 면은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7:3 비율로 섞어 쓴다. 냉면 맛도 좋지만 수육과 녹두전도 평이 좋다. 을밀대의 녹두전은 녹두보다 고기가 많다. 녹두의 고소한 맛보다 고기 씹는 식감을 더 살린 전이다. 숙주도 없이 돼지기름으로 부쳐내 구수한 맛이 더하다. 수육은 차돌양지여서 부들부들하다. 얇게 썰어 물기가 촉촉한데 수육 위에 올려진 파채로 고기를 싸서 양념장에 찍어먹는다. 지인들과는 이 맛을 “소주를 부르는 맛”라고 부른다.


몇 년째 드나들다보니 아쉬운 점도 보인다. 육수 맛이 기복이 심하다. 맛의 변화가 재료나 손맛 어디서 왔든 전통의 맛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147-6

전화 : 02-717-1922

메뉴 : 물·비빔냉면 9,000원, 회냉면 12,000원, 녹두전 8,000원, 수육 25,000(小)~50,000원(大)

영업 : 11:00~22:00(명절 휴무)

주차 :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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