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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한 한 남자의 파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젊음, 그 아름다운 시절

옛말에 “花有重開日人無更少年(화유중개일인무갱소년)”이라는 말이 있다. 풀이해보면 “꽃은 다시 피는 날이 있으나, 사람은 다시 젊은 날은 없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인간에게 젊음이란 계절이 흐르면 다시 피고 지는 꽃과 달리 되풀이 되지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이다. 단 한 번만 허락되는 시간이기에 젊은 날은 유독 더 아름답고, 눈부시다. 사람들은 종종 오래도록 젊은 시절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청춘의 싱그러움, 활기참, 아름다움 등 젊음이 주는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결코 한 순간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우리는 잠시 허락된 그 시간을 후회 없이 누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묵묵하고 담담하게 젊은 날을 보냄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그게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는 이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영원히 젊고 아름답게 살기를 원했던 한 남자, 뒤틀린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결국 파멸하게 된 한 남자, 도리안 그레이.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그 동안 다양한 장르로 재 탄생되었다.

 

젊고 아름다운 청년 도리안 그레이는 런던 사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다. 뛰어난 화가인 배질은 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예술혼을 불태워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려준다. 배질의 친구이자 유미주의자인 인류학자 헨리 역시 도리안에게 흥미를 느끼며, 그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헨리는 도리안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쾌락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며 그의 정신을 조종한다. 헨리에게 세뇌 당한 도리안은 영원한 젊음을 탐하며 자신의 영혼과 초상화를 맞바꾼다. 도리안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점점 탐욕스러워 지고, 서서히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가 광기 어린 사람이 되어 갈수록, 배질이 그려준 초상화 또한 흉측하고 괴기스럽게 변해간다.

 

흉측하게 변해버린 도리안의 초상화는 탐욕에 눈이 먼 그의 추악함과 타락한 영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도리안 그레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한 한 남자의 뒤틀린 욕망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작품은 도리안과 헨리, 그리고 배질 세 사람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유미주의와 쾌락주의라는 덧없는 집착을 지탄한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탄탄한 라인업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실력을 검증 받은 제작진과, 뛰어난 배우들의 만남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조용신 예술 감독 등 내로라 하는 실력파 제작진이 선보일 창작 초연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가 컸다. 또한 주인공 도리안 그레이 역에 김준수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뮤지컬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 동안 주로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김준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초인적인 인물을 표현해야만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극의 이음새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다양한 감정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그의 연기도 어딘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허나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닌 도리안 그레이라는 인물은, 그의 외모와 목소리에 완벽히 일치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다른 주인공인 헨리 워튼 역의 박은태와 배질 홀워드 역의 최재웅은 완벽한 호흡과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 시켰다. 두 사람은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전체적인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한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세련된 의상과 화려한 조명, 체코현지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영상은 작품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한층 배가 시켜준다. 클래식하면서도 센스 있는 넘버들 역시 러닝타임 내내 귓가를 맴돌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 주였다.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앞서 말했듯 스토리의 부실함이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담기에는 부족한 듯 보였다. 무대 위에 풀어낸 이야기들은 온전한 이해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다소 추상적으로, 명확한 설명이나 해결 없이 급하게 지나가는 느낌을 준다.

 

깊어 가는 가을 밤, 공연을 관람 한 뒤 도리안과 헨리, 배질이 토론했던 것처럼 인생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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