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아빠의 안부를 물은 건 언제인가요?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저자 인터뷰
딸의 무덤덤한 시선에 비친 아빠의 퇴직 후 1년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 여유롭고 한가한 날들을 보내며 빨래와 청소를 하고 취미를 즐기고 친구도 종종 만나는 퇴직 라이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들여다보지 못한 소중한 사람의 일상을 어루만지는 그림책,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소재를 찾아 이 이야기를 쓰고 그린 윤여준 작가와 작품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첫 그림책을 낸 작가로서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를 쓰고 그린 윤여준입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하지만 단단한 모습을 이야기로 만듭니다. 요즘은 쉬이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거나 전시를 기획합니다. 조모의 삶을 들여다본 그림 에세이집 『그때, 우리 할머니』(2016)를 썼으며, <제강이 춤을 출 때>(@갤러리 175, 2019),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될 때>(@문화비축기지, 2019)등의 전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책 출판은 처음이라 설레고 기대됩니다.
이 이야기는 정년퇴직한 아빠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관찰하는 딸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 작가님의 경험을 반영한 것인가요?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제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아버지는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28년을 꾸준히 다녔던 직장을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된 아버지를 바라보며, 처음에는 “이제 쉴 때도 되었지” 싶어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아버지의 재취업과 반복되는 좌절을 지켜보며 퇴직한 중장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느 날 가족이 모두 나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금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살가운 딸이 아닌 저는 당시 아버지에게 적극적인 표현을 하진 못했지만, 한 발자국 뒤에서 그의 일상을 바라보며 가벼운 안부를 물었었습니다. 그날을 기억하며 이번 책에서도 딸이 아버지에게 조금은 거리를 두고 담담한 한 마디를 건네는 방식으로 중장년층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 사이의 관계를 그렸습니다.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을까요?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에는 주인공들이 환상 속에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환상 속 모습은 현실 장면과 차이가 있어야 하지만 너무 이질적으로 그려져도 안 되어 표현 방식을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특히 환상의 장면들이 스토리의 절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고심해서 표현법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색도 바꾸어보고, 표현 방법도 바꾸어보며 여러 시도를 한 끝에 지금의 장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오랜 고민이 담긴 만큼 독자의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게 그려진 것 같아 지금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렌지색을 많이 쓰셨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대부분 아빠 쪽에는 오렌지색, 딸은 파란색을 쓴 것도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독자분들이 아버지의 감정과 행동에 더 몰입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노톤 배경에 아버지와 관련된 부분들만 주황색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주황색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보다 통상적으로 성별화되어 있는 색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또 너무 우울한 느낌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작용했습니다. 제 책 속 아버지의 모습이 자칫 슬프게만 보일 수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거든요. 주황색이 적당한 온도를 지니고 있어 제가 원하는 아버지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적합했습니다. 딸의 색상을 파란색으로 정한 것은 주황색과 다르면서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색을 고민하다 선택한 결과입니다. 사실 주황색과 파랑색은 보색 관계인데요, 하늘의 노을에서 보이듯, 저는 이 두 색이 꽤 잘 어울리는 색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버지와 딸이 마치 보색처럼 서로 다른 성향과 상황의 사람들이지만,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그림책 분야는 독자의 외연이 확장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에 특화된 분야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그림책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무엇인가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성인으로서, 그림책의 범주가 확장되는 흐름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림책을 즐기는 성인들이 증가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아직 “그림책”이라고 했을 때 아동 도서를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 중에 성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서도 많이 있고, 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거 같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성인들이 그림책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위주의 소통 방식과 콘텐츠를 즐기는 동시대의 경향과 그림책이 맞닿아 있는 거 같아서요. 또한 그림책은 다른 분야의 서적들보다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선물을 해야 할 때에 그림책을 자주 선택합니다.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센스 있게 마음을 전하기에 그림책만한 선물이 없으니까요.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도 많은 분들이 선물로 주고받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작가로서의 포부와 계획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울러 그림책 작업을 계속 하게 된다면 다음 그림책은 어떤 소재를 그려보고 싶으신가요?
어느 날 하루 종일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를 그리는데, 이렇게 그림책 그리며 사는 일상도 참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여러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저에게 그림책 만드는 일은 하나의 직업이자, 가장 편안한 위로의 시간입니다. 이 편안함이 오래오래 제 삶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할아버지와 여성노동자분들을 관찰하고 있고, 애인과의 이야기를 짧게 웹툰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작업하고 싶어요.
윤여준
이야기를 만들고 전시를 기획한다. 동양화와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쉬이 보이지 않거나 꼬여있는 것, 불분명하게 엉켜 있는 것을 좋아한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며 살아간다. 함께 쓴 에세이 『그때, 우리 할머니』가 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윤여준 글그림 | 모래알
책에서 실직인지 정년 퇴임인지 알 수는 없다. 딸이 대학을 졸업했으니 50대 중후반 또는 60대 초반 정도로 짐작해 볼 뿐이다. 지금의 한국이 있기까지 그 주역을 맡아 온 베이비부머 세대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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