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가 음악사에 새긴 페미니즘
이즘 특집
팝 음악사에서 페미니즘을 논할 때 가장 대중적이고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뮤지션은 마돈나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숨죽이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 순간도 이질적인, 양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3년 1집
그가 걸어온 길을 정리한다. 마돈나가 음악사에 아로새긴 가치는 무엇인지 그 빛나는 순간들에 주목했다. 다소 개괄적 요약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바란다면 그를 다시금 마주하고 풀이하는 한 개의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역사의 방향성은, 변화를 향한 움직임과 이동은 어느 정도 나아갔을까. 그 운신의 폭을 되짚어보자.
1. 페미니즘에 새 방향을 심다
마돈나가 등장한 1980년대 미국은 푸석거렸다. 정치적으로는 보수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경제 호황을 이끌었으나 내면의 억압은 여전했다. 어른들은 착한 여자를 원했고 사회 내 평등을 울부짖으며 퍼졌던 2차 페미니즘 운동은 옅은 미풍 속,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 쌓인 성 고착관념을 반론과 시위 등 정공법을 통해 개선하려했던 당시 흐름에 사고의 전환을 꾀할 강렬함은 없었다.
바로 이즈음 마돈나가 등장한다. 데뷔 초 수려한 미모에 화려한 춤사위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파격적인 제목의 소포모어
“세계를 정복할 거예요” 한 인터뷰에서 가볍게 웃으며 흘린 마돈나의 본심은 말 그대로 현실이 된다. 젊은 여성들은 Boy toy(나이든 사람과 관계 맺는 어린 소년)란 벨트를 차고 기성세대의 마른 입을 짝 벌어지게 만든 그에게 열광했고 세대를 선도한 그의 패션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매김한다. 팬덤을 품에 안은 뒤 행진은 더욱 거세졌다. 'Material Girl'을 통해 만남의 필요조건은 돈이며 자신은 속물적인 여성임을 노래했고, 'Papa don't preach'는 뮤직비디오 속 짧은 머리와 겸해 스스로 미혼모를 택하는 가사로 기존 제도권 교육에 반한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 37년 동안 그의 목소리는 꺼지지 않았다. 페미니즘의 본래 기치에 맞게 여성에 한정지은 발화가 아닌 그 너머의 인권 수호를 외친 마돈나는 기존 평등 운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건 사회가 금기한 행위를 직접 선보이는 것이었다. 이전까지의 페미니즘이 '거부'와 '반대' 팻말을 드는 것에 불과했다면 마돈나로 촉발된 페미니즘은 안 되는 걸 행하는 두잇(Do it)형의 적극적 나아감을 품었다. 뿐만 아니다. 그는 남성과 그룹으로 한정된 스타 신드롬을 최초로 여자 솔로 뮤지션 쪽으로 옮겨왔다. 거리에는 마돈나가 넘쳐났다. 가죽 캡 모자,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 질끈 묶은 머리엔 커다란 리본이 달려 있었고 팔목엔 여러 겹의 팔찌가 메여 있었다. 세상이 전에 없던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단 한명의 여성을 통해 말이다.
2. 퍼포먼스에 사회를 심다.
이렇듯 거침없는 성적 발화로 그가 확립시킨 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었다. 2016년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무대로 오른 마돈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수년간 창녀나 마녀로 불렸다. 성적 대상화를 했단 이유로 페미니즘이 후퇴됐단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왜 여성은 섹시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나는 억압을 비판한다. 난 나쁜 페미니스트다.” 그는 세간의 평가를 정확히 인식하였고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허리 숙이지 않은 강성 논조는 독보적 퍼포먼스와 맞닿아 새 흐름을 농도 짙은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1989년 4번째 정규 음반
“억압하지 말고 자신을 표현해라”는 그의 목소리는 더 많은 소녀와 소수자에게 해방감을 안겼다. 익히 알려진 1990년
이 외에도 특별한 발자국은 많다. 편견 없이 성의 모든 것을 다룬 누드집
그가 보여주는 건 간단하다. 그는 전에 없던 여성의 태도를 음악과 사회에 심었으며 여기서 나아가 대중의 앉은 자리를 무대 아래에서 위로 이동시켰다. 반항과 저항으로 피어낸 평등의 목소리는 기존의 것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님을 설파했다. 마돈나는 세상을 봤고 움직였으며 문화를 바꾸고 연대했다. <롤링스톤>이 마돈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하나로 명명한 건 <빌보드>가 뽑은 가장 상업적 성과 좋은 뮤지션 2위로 선정 된 건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가치의 전복 덕택이다. 이처럼 그는 음악으로 통념을 분해했다. 마돈나는 마돈나가 됐다.
글 | 이즘 박수진 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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