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펌킨 찰떡파이
11월, 일상의 유영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마음은 조급하고, 하. 지. 만 머릿속에 딴 생각만 자리 잡고 있는 시기가 딱 이맘때 아닌가 싶어요. -11월, NOVEMBER- 조급함이 자리 잡기에는 딱 한 뼘의 여유가 남아있어, 일상을 유영할 수 있는 한 달, 아직은 12월이 남아있으니까요.
“맴맴맴맴” 늦가을 언저리, 제 머릿속엔 매미 한 마리가 아직도 숨어 울고 있는 것 같네요. 11월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아직 12월에 마무리 지어야할 일의 초안도 잡지 못했는데, 머릿속엔 새로 이사 갈 집 리모델링을 어떻게 해야 하나(야호! 저 독립합니다!), 걱정, 걱정, 걱정, 한숨 푸우우우욱~ 통장 잔고 탈탈 털고, 대출받고 마련한 집이라 럭셔리한 인테리어는 꿈도 못 꿀 지경이라, 요즘 셀프 인테리어 검색하느라 핏발 서있는 눈동자에 눈 주위는 퀭~ 지속적인 마우스 클릭에 손가락이 저릴 정도랍니다. 이러니 2014년 11월 늦가을이 어찌 소란스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행. 복. 합. 니. 다. 아시죠?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졌으니 말이죠. 하하하(웃음도 잠시) 옥죄어오는 데드라인이 다시금 마음속에는 천근만근 돌덩이가 얹어지네요. 이럴 때는 좀 달큼하고도 묵직하면서 쫀득쫀득한 무언가가 필요하죠.
얼마 전 지나갔죠? 할로윈 데이, 10월 31일이었잖아요. 고대 켈트인의 삼하인(Samhain)제가 기원으로 새로운 해와 겨울을 맞이하는 제사로, 이날 밤에는 사자의 혼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는데요. 지금은 미국의 어린이 축제로 더 유명하죠. 미국에서는 할로윈 데이 밤을 위해 큰 호박을 파서, 눈, 코, 입을 붙인 등을 만들어 창가에 장식해 두고 학교에서는 가장 파티를 열고, 밤이 되면 괴물, 마녀, 해적 등으로 가장한 어린이들이 동네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trick or treat! 맛있는 것을 안 주면 장난칠 거 야.>라고 하면서 초콜릿이나 캔디를 달라고 조르잖아요. 공포영화 속에도 자주 등장하고 말이죠.
이 할로윈 데이에 가장 많이 쓰이는 호박이 최근 가을 대표 제철 음식으로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에 포함됐을 정도로 전 세계인에게 각광받는 식품이 됐는데요. 호박의 효능은 정말 다양하죠. 일단 여성들, 부기 빼는 데 가장 좋은 것이 호박 즙이고,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고, 긴장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 스트레스 급상승하고 있는 수험생에게도 좋은 식품이겠죠. 호박은 중세 시대에 조금 더 특별하게 사용했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중세에 호박은 암모나이트나 상어의 이빨처럼 민간요법으로 질병 치료에 이용됐다고 하네요. 가루로 만들거나 기름에 적셔서 부적을 만드는 데 이용했고, 10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는 어린이들한테 호박 목걸이를 걸어주는 관습이 남아 있었는데요. 아이들에게 호박의 좋은 영향이 미쳤으면 하는 옛사람들의 바람이었겠죠?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분이 늘어나 단맛이 증가하는데요. 오늘은 호박의 효능을 100% 흡수함과 동시에 견과류의 고소함까지 즐길 수 있는 달콤한 펌킨 찰떡 파이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긴장완화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찰떡 파이잖아요. 수험생들에게 찹쌀떡 대신 수제 펌킨 찰떡 파이 선물도 좋겠죠?
달콤한 펌킨 찰떡 파이
25*25 정사각틀, 1컵 분량-240ml
재료
찹쌀가루 500g, 흑설탕 1컵 반, 우유 2컵 반, 큐브모양으로 썰어놓은 단호박 80g, 모듬 견과류 1컵, 베이킹 파우더 1 작은 술
- 단호박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 놓고, 끓는 물에 설탕과 소금을 약간 넣어 아삭하게 익혀주세요.
- 우유에 흑설탕을 넣고 핸드 블랜더로 섞어주세요.
- 찹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섞고, 여기에 섞어놓은 우유를 붓고 몽우리가 생기지 않도록 잘 섞어주세요.
- 유산지를 깔아놓은 틀에 반죽을 넣고, 바닥에 한두 번 내리쳐 공기를 빼주고
- 위에 삶아놓은 단호박과 견과류를 적당히 뿌려주세요.
- 19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45분간 구워주면 완성됩니다.
이맘때 먹으면 참 좋은 음식, 늦가을의 전령사, 단호박으로 만든 달콤한 펌킨 찰떡파이, 왠지 가을 햇볕과도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죠? 한 판 구워놓고, 1/3 분량은 병문안 갈 엄마에게 들려 보내고, 1/3 분량은 얼마 전 장가간 동생 손에 들려 보내고, 1/3 분량은 엄마와 제가 간식으로 야금야금 먹고 있답니다. 앗! 데드라인이 언제였던가요? 잠시 잊고 있었네요. 하하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래요. 삶은 긴장의 연속이지만, 누구나 일상을 부드럽게 유영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 속에서 긴장은 완화되고, 또다시 힘을 얻어 나아갈 수 있게 말이죠. 물론 프루스트의 글처럼 독약이 잡히기도 하겠지만, 조급함이 자리 잡기 전 느낄 수 있는 딱 한 뼘의 여유를 놓칠 순 없잖아요. 11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유영을 충분히 즐겨 보렵니다.
글ㆍ사진 | 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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