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N잡러가 된 이유
워라밸 특집
평생 직장은 고루하고 투잡조차 옛말인 시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워라밸을 챙기고 나아가 취미가 다시 일이 되는 기쁨에 관하여 N잡러 4인에게 물었다.
무조건 도전하는 용기
이구민 |
이구민_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6년차 직장인으로, 오투잡 사이트에서 여행플래너 일을 하고 있고‘조아라’에 <무혈단>을 연재하는 웹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여행 에세이 출간을 목표로 '짐싸는회사원'란 이름의 SNS 활동도 하고 있다.
왜 N잡러가 됐나? : 회사를 다니면서 삶의 발전이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삶의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였을 뿐이라, 그런 자각이 들자 N잡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각각의 일에서 얻는 즐거움 : 회사 업무는 신제품 개발이나 전반적인 마케팅 업무를 익히는 재미가 크다. 아무래도 가장 오랜 시간을 회사에 머물기 때문에, 업무 내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다. 여행플래너는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이나, 여행을 짤 시간이 없는 이들이 주 고객인데, 여행 성향에 맞게 DIY로 플랜을 짜고, 그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머리로만 상상하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웹소설도 재미있다. 한 화를 쓰는데 보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한 화를 마감했을 때 뿌듯함이 클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코멘트를 보면서 무언의 대화를 한다는 기분이다.
일상에서 일의 균형 : 1순위는 회사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고, 퇴근 후의 시간을 N잡러 활동에 투자한다. 회사나 개인적인 일로 지칠때는 N잡 활동을 과감히 쉬기도 하는데, N잡은 스스로 업무의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시간이 부족할 땐 N잡을 중단하고 리프레시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N잡을 계속하는 이유 : '내가 무슨 N잡이야.' '난 소질이 없어.' '내가 어떻게 소설을 써'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데에 있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가장 큰 제약이 된다. 결과적으로 나의 N잡 활동은 해보고 싶던 일에 스스럼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회사 업무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내 삶을 여러색깔로 칠하는 즐거움을 맛보며 풍요롭게 살고 싶다.
찍으면서 보이는 것들
조은혜 |
조은혜_ UX디자이너로 일하며, 사진을 찍어 '스톡 사진 사이트'에 올리고, 주말엔 웨딩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들의 순간을 담은 사진 사이트(joeunhye.com)도 운영 중이다.
왜 N잡러가 됐나? : 전공이 디자인이라 시각적인 컨텐츠에 민감한 편이었다. 유독 영화, 사진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전공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이라 갈증이 생겼고 혼자 공부했다. 단편영화도 찍고 알바해서 번 돈으로 카메라를 사는데 올인하기도 했다. 그러다 사진 찍는 재미를 느껴 열심히 찍었다. 찍다 보니 지인들이 사진 관련 일을 부탁하기 시작했고 횟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직업이 되었다.
각각의 일에서 얻는 즐거움 :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디자이너만 꿈꾸고 살았기 때문에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고 만족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스트레스를 받는 시점이 분명히 오게되는데 그럴때 사진을 찍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본업에선 돈을 벌고 사회적 성취감을 얻는다면 부업으로는 또 다른 자아를 실현할 수 있고, 사회생활에서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일상에서 일의 균형 : 웨딩촬영은 대부분 주말에 이루어지고, 그 외 촬영들도 본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 진행 되기 때문에 본업과 시간이 꼬인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주말까지 촬영을 해야 할 때면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해서 피곤함이 쌓이긴 하는데, 그럴 땐 평소에 일찍 자고 맛있는걸 먹는 것 등으로 해소한다.
N잡을 계속하는 이유 : N잡은 미래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마추어 사진가라 소소한 부수입을 얻는 정도지만 본업과 꾸준히 병행하면서 좀 더 확장하게 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고 사진이 본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N잡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변온 영혼
강상훈 |
강상훈_ 미술 작가이자, 유학미술학원의 원장. ‘주식회사 스크루바’의 대표이기도 하며, ‘구닥’이라는 일회용 필름카메라 어플을 개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신진아티스트와 콜라보 프로젝트 ’구다커’를 막 시작했으며 현재는 감성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프린셰어’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왜 N잡러가 됐나? : ’N잡러’의 의미는 ‘Job=직업’, 즉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인데, 사실 명칭에 불과하다. 정작 본인에겐 사실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전문성과 추진력을 더하니 돈이 벌리고 직업이 되는 것이다. 스크루바 역시 지인 4명이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놀아보자'고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때문에 어플을 개발하는 일은 재미를 위한 놀이에 가깝다. 멤버 모두 생업도 따로 있다.
각각의 일에서 얻는 즐거움 : 순수미술은 형식의 제약이 없고 내가 작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한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은 모두 유의미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어서 즐겁다. 요즘같이 볼것, 알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청중(리스너)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학원은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청중이 있는 곳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자존감이 고갈되지 않게 해주는 오아시스다.
일상에서 일의 균형 : 스스로 채널변화가 무쌍한 사람이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아주 짧은 시간인 10분단위로 집중해서 일들을 처리하고 다시 전환하고 처리하고 하다보면 청키(Chunky)한 시간스케줄을 가진 사람보다 더 능률적으로 많은 일들을 하게 된다. 또한 각각의 일들에 미련을 가지고 오래 붙잡고 있게 되지도 않는다.
N잡을 계속하는 이유 : 긴 시각으로 봤을 때 내 일들은 나를 중심으로 인해 묶이고 융화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걸 그려보고 희망하는 것이 즐겁다. 스크루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어플 구닥의 콘셉트는 불편함이다. 하루에 예전 필름 카메라 한 롤 분량인 24장만 찍을 수 있고 3일을 꼬박 기다려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풍요롭지만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현대 사회에서 구닥은 기다림에서 설렘을 찾는 재미를 지향한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재미를 찾아 나설 것이고 또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무엇이든 실체가 되는 순간이 즐겁다
배은지 |
배은지_ 광고홍보대행사 셜록컴퍼니와 미디어커머스 아삽컴퍼니의 대표. 마케팅 강연도 하고 아이슬란드 여행기 『딱 10일 동안 아이슬란드』를 출간한 여행작가이기도 하다.
왜 N잡러가 됐나? :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딱히 한 곳에 소속되기 보다 ‘스스로 내가 되는’주체가 되고 싶어서다.
각각의 일에서 얻는 즐거움 : 광고나 홍보일을 할 때에는, 아무 것도 없던 시점에서 시작해 눈으로 성과가 보일 때 짜릿함을 느낀다. 하나의 광고가 온에어되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결과물 뒤에 수많은 기획서와 아이데이션이 존재한다. 촬영전까지 실체가 없던 것들이 촬영날 세트를 만들고 조명도 설치하고 카메라에 담으면 비로소 영상이라는 실체가 생긴다. 그 순간이 정말 좋다. 최근엔 마케팅 관련 책을 구상 중이기도 한데, 책은 쓰는 동안은 정말 고통스럽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지만 우리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라 즐겁다. 각각 다른 직업으로, 다른 차원의 느낌으로 모두 소중하다.
일상에서 일의 균형 : N잡은 시간싸움이다. 직장인처럼 ‘9 to 6’으로 일하다가는 평생 그렇게 산다. 워라밸은 포기한 대신, 높은 자아실현과 성취감이 있다.눈떠서부터 일하고 자기 전까지, 어쩔땐 꿈에서 까지 다른 일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어떤 일은 많이 집중하고, 어떤 일은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은 광고일과 새로 시작하는 화장품 커머스 일에 집중하고 있다. 주말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책을 읽거나, 누워서 잠만 잔다!
N잡을 계속하는 이유 :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의 끝판왕인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한가지 직업으로 모든 것을 발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무언가'하고 싶다면, 해소해야하는데 그게 보통 한 가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예를들면, 단순히 '밥을 먹고 싶다'를 떠올린다면, 기왕이면 맛있고 적절한 온도에 음식과 곁들일 무드까지 있으면 훨씬 좋지 않은가.나에게 자아실현도 그렇다.기왕이면 더 재밌게, 더 높은 완성도에, 더 즐겁게 나의 삶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글 | 기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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