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가치관으로 경영하라』 정진호, 기민경 저자 인터뷰
어떻게 하면 일 잘하는 즐거운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기업들이 열렬히 원하지만 선뜻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가치관으로 경영하라』는 이러한 기업들의 고민에 대해 ‘가치관경영’이라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제시한다.
저자인 정진호 소장은 국내 처음으로 ‘가치관경영 컨설턴트’로 활동을 시작한 20년 베테랑의 대한민국 최고 조직문화 전문가다. 그는 매일유업, 다이소, 코엑스 등 업계 1위 기업들뿐 아니라 화승그룹, 한국야쿠르트, 한겨레 등 국내 내로라하는 100여 개 기업들의 가치관 수립을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가치관경영’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위대한 기업이 되는 이 시대의 강력한 무기가 될 거라고 장담하는 두 저자를 만나보았다.
‘가치관경영’이란 용어가 다소 생소합니다. 가치관경영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한 <태양의 후예> 기억하시나요? 그 드라마에서 배우 송중기가 맡은 주인공 유시진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군인입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소중한 사람들이 사는 이 땅에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가치관경영을 하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자기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은 저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그 사람의 일에 대한 가치관이죠.
기업에도 그런 가치관이 있습니다. 대전에서 빵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성심당’을 추천합니다. 성심당에 가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성심당은 하루 빵 생산량의 3분의 1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고, 이윤의 15%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줍니다. 심지어 직원의 인사평가 40%는 동료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로 평가합니다. 이 빵집의 가치관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입니다. 이런 가치관이 있었기에 성심당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기업, 직원들이 행복한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된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치관경영’이며, 가치관경영의 힘입니다.
그런데 지금 왜 가치관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주52시간제로 직장인들은 앞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겠지만 이미 초경쟁과 저성장에 시달리던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할 시간은 줄어들고 생산성과 성과는 내야 하니 기업마다 집중근무시간제, 회의시간 단축, 보고서 간소화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있지요. 하지만 업무 효율과 속도에만 치중하다 보니 동료들과의 협업과 같은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성과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조직의 ‘존재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몰입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걸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치관경영’입니다. 가치관경영은 조직의 존재이유를 찾아주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조직은 ‘성과창출’을, 구성원들은 일의 의미와 성장을 찾아 ‘직원행복’까지 챙길 수 있는 경영방법론이라 지금 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거죠.
아무리 ‘가치관’을 강조한다 해도 결국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과’ 아닌가요?
그 질문을 예상했습니다. 이 책을 꼭 내고 싶었던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거든요. 기업의 존재목적은 ‘이윤창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윤창출만 목표로 하는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소문난 맛집이 2호점을 내면서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장사가 잘되니까 ‘가격 좀 올려도 괜찮겠지’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도 문제없겠지’ 등 이윤을 따지면서 ‘최고의 맛,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기존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장의 마인드가 변질되는 순간 손님들은 귀신같이 그걸 알아챕니다. ‘맛이 전보다 덜한데…’ ‘그새 가격이 또 올랐네’ 하면서 실망하죠. 그걸 보는 종업원들도 일할 의욕이 안 생기는 건 당연하고요.
이윤창출, 물론 중요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윤창출은 기업의 중심활동일 뿐 존재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거,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이윤창출도 필요하지만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가치관경영의 핵심입니다!
지금 가치관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있나요?
물론이죠. 가치관경영은 새로운 경영기법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구글, 듀폰, 아마존, 애플, P&G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사회기여, 고객중심, 직원행복 등을 내세우며 훌륭한 가치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거죠.
한국에도 가치관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경우 대표적인 가치관경영 기업이죠.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사실 특수분유 생산은 돈도 안 되고 만들기도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손해를 감수하고도 매일유업이 특수분유 생산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때문입니다.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은 “이 세상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철학으로 특수분유 생산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19년째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매일유업은 2016년 처음으로 매출액 기준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우유업계 50년 역사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었죠. 물론 그 이유 하나만은 아니었겠지만 좋은 기업,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좋은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와 닿았다 할 수 있죠.
기업에서 말하는 ‘가치관’이 청년세대에게 통할까요?
간혹 그런 걱정을 하는 리더나 경영자들이 있는데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청년세대 직장인들은 기성세대 이상으로 일의 가치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의 밥 모리츠 회장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젊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습니다. 사회에서 우리 자신이나 회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죠. 그러나 청년세대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성세대보다 청년세대가 가치관을 더 중시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 가치관과 개인 가치관이 상충할 때 튕겨 나가는 거고요. 이걸 막으려면 기업 가치관에 자율적인 조직, 상호존중 문화 등 직원들이 원하는 직장의 모습을 담으면 됩니다. 기업 가치관을 만드는 과정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어떻게 하느냐고요? 이 책을 보면서 천천히 따라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한 거죠. (웃음)
들으면 들을수록 모든 기업에 가치관경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가치관경영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곳이 있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중소 중견기업에 꼭 필요합니다. 2014년부터 1년에 4번씩 죽도를 찾아가 사업에 실패한 사장님들이 참여하는 ‘재기힐링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합니다.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마다 “사업이 실패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 사장님의 답변이 아직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이 말하길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이 달리다 보니 결국 사업의 의미도 찾지 못하고 직원들의 신뢰도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일하다 보니 나중에는 재미도 없고 힘들고 성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분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그 대답에 해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게 성과를 내는 방법인데 우리나라 많은 중소 중견기업에는 그런 ‘가치관’조차 없다는 거죠. 그렇기에 그런 기업들에 가치관경영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100여 기업의 가치관을 수립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더밸류즈와 함께한 기업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데, 그중에서 종합광고물제작 전문기업인 애드맨이 생각나네요. 성수동 공단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인데, 회사 내 주차도 안 되고 좁은 골목길에 있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간 곳이었어요.
애드맨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해피 레인보우 데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더군요. 지난달 실적을 반영해 행사비용을 회사에서 지급해주고, 직원들을 위한 각종 시상이나 회사의 바뀌는 정책에 대한 퀴즈쇼까지 다채롭고 즐거운 행사였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라고 하면 억지로 끌려가서 겨우 참여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래서 강사료를 돌려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경영자의 철학과 의지, 리더들의 적극적인 동참,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직원행복을 추구하며 좋은 실적을 내는 중소기업을 발견한 기쁨도 컸습니다. 그곳을 나서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면…
이 책의 비전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정했습니다. ‘경영’이라는 단어만 보고 리더가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회사의 가치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회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일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누구보다 빠르게 차세대 리더가 됩니다. 그러기에 일에서 자기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직장인은 물론 좋은 가치관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리더, HR실무자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한번 훑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겠지만, 읽다 보면 자세를 고쳐 앉은 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정진호, 기민경 저 | 생각지도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구성원들이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게 하는 ‘가치관경영’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위대한 기업이 되는 이 시대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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