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안 "멋지게 말고 나답게 살고 싶다"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연예인 '솔비'와 예술가 '권지안'은 서로 다른 얼굴을 공유하는 한 사람이다. 꿈에 그리던 연예인이 되어 앞만 보고 달리던 솔비는 불현듯 허무와 우울을 마주한다. 처음에는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는데, 응어리진 마음을 캔버스에 쏟아내고 나니 진짜 내가 보였다. 그렇게 가수 솔비는 작가 권지안으로 다시 태어났다.
텅 빈 나를 채워준 존재
『누가 뭐라고 해도, 나답게』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에세이를 출간하셨어요.
10년에 한 번씩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30대를 지나면서 크고 작은 일을 만날 때마다 저의 생각을 기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탈고 후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이 책에는 치열하고자 애썼던 저의 30대가 오롯이 담겨 있거든요. 독자 여러분께 글이 공개된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설렙니다.
연예인 '솔비'를 둘러싼 대중의 오해에 정면돌파하는 글이 많았어요. 쓰면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오해에 정면돌파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에세이는 저의 가장 사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해 진솔하고 통쾌하게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수 '솔비'와 예술가 '권지안', 그리고 30대를 지나는 평범한 사람의 고민과 생각, 에너지가 담겨 있는 책이죠.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요. 미술의 어떤 면이 '권지안'이라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당시 저는 마음의 문을 닫아놓았던 상태였어요.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에 마음이 닫혀 있었습니다. 미술은 그런 제 마음을 열어주었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저를 위로했죠. 공부를 싫어하던 제가 공부를 하게 만들었고, 사색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와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좋은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하게 해주었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텅 비어있던 제 공간을 미술이 채워주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고, 지향하는 예술은 무엇인가요?
예술의 본질은 공감, 공유, 공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더 나아가 바람이 있다면 예술을 통해 나 자신과 사회, 세상을 위해서 공헌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제 방식대로, 나답게요.
이번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 쓰면서 가장 위로를 받았던 글이 무엇인가요?
'말하면 이뤄지는 기적의 힘'이라는 글이요.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진정으로 원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결정된다는 내용의 글인데요. 매 순간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갔던 과정을 글로 써내려간 경험이 저에게 큰 의미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한계 없는 기적이 선물처럼 찾아온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제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이런 태도가 큰 바탕이자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생각한다
대중에게 비쳐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내 마음 깊은 지점에는 솔비에 대한 미움이 있었다(58쪽)"고 하셨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20대의 솔비를 바라보는 마음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요.
그때는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 20대의 솔비를 바라보면 참 치열하고, 열심히만 살았던 아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렇지만, 그때의 솔비가 살아가는 방식 역시 제가 선택했던 거예요. 지금 돌이켜보면 20대의 솔비에게 고마워요. 치열하게 노력했던 그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자양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예술을 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솔비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대중의 편견을 초월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된 비결이 있나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내가 살아가려고 하는 대로 삶이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고, 삶의 리더 역시 '나'죠. 이렇게 주체적으로 살다 보면 어느새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과 마주칠 수 있게 될 거예요. 저는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자신에 대해 묻고 대화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겪으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저의 생각과 경험을 들여다봐주시면서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연예인이 된 후 "순수하고, 착하고, 특이해"라는 칭찬인 듯 아닌듯 모호한 말을 자주 들으셨다고요. 작가 권지안에게도 칭찬인 듯 아닌듯, 모호하게 들리는 말이 있나요?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를 향한 어떤 모호한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성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대신 행복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는데요. 저는 행복한 것이 결국 성공인 것 같아요. 또 행복은 운 좋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거죠. 한 가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뉴욕에 살던 화가 '조안 미첼'이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를 너무 좋아해서 모네의 집이 보이는 프랑스의 지베르니로 이사를 갔어요. 모네를 동경한 나머지, 그가 사는 곳 근처로 가서 살면서 작업을 이어간 거예요.
그리고 작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모네-미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두 작가가 활동한 시기는 100년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그 세월을 뛰어넘어 모네를 동경한 미첼과 모네의 작품이 한 자리에 전시될 수 있었던 거예요. 저도 조안 미첼처럼 제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과감히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그런 선택을 통해 '또 다른 나', '성장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올해는 사회적인 주제 의식이 담긴 작업들을 더 많이 하고 싶으시다고요.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가요?
요즘은 '차별'과 '편견'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어요. 크고 작은 여러 차별과 편견을 마주하며 저 자신을 반추하고, 다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 책 속에 "그 모든 것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 더 인정해주면 좋겠다"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20대의 권지안은 화려한 연예인으로, 30대의 권지안은 상처를 작품으로 승화한 예술가로 살았는데요. 40대의 권지안은 어떤 10년을 보내게 될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지금처럼 여러 선택의 순간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갖고 몰두할 생각이에요. 40대의 권지안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권지안(Solbi, 솔비)
솔비(Solbi)로 활동하고 있는 K-Pop 가수이자 방송인. 회화, 조각, 설치 미술, 행위 예술,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솔비로 살아오며 불안과 변화의 연속인 삶 가운데, 아프고 위축되는 시간을 오래 겪었다. 더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 새로 도전을 시작한 것이 그림 작가, 권지안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는 상처받은 과거, 남과 비교되는 현재, 성공할 미래에 갇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삼십 대를 보냈다. 나와 대화하고, 나만 갈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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