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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좌관, 드라마와 얼마나 다를까?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홍주현 저자 인터뷰

국회의원 1명에 9명 정도의 보좌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은 매일 국회의원의 손발이 되어 분투 중이다. 국회라고 하면 TV 속 본회의장에서 투쟁하거나 권위적인 국회의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저자가 일하면서 가까이 지켜본 국회는 여느 직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문화, 같은 정서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국회는 왜 늘 유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가 일하는 내내 고민해 온 물음이다. 국정감사, 정책 질의, 예산 심의, 법안 발의, 민원 처리 등 의원실의 불이 꺼질 틈 없이 일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따가운 질책이다. 10년간 경제 및 여성 분야 입법, 정책 보좌진으로 일한 홍주현 저자는 내부자로서, 시민으로서 다각도로 국회를 경험한 이야기를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를 통해 풀어냈다. 이 책은 홍주현 저자가 목격한 국회의 일거수일투족이자 3,000명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이며 국민과 국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 하나의 답안이 될 것이다.


일했던 곳이 정치와 관련이 깊은 곳이라 책을 쓰는 데 망설이셨을 것 같아요. 국회에 관한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국회는 대학 졸업 후 갖게 된 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일터였습니다. 잠시 국회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기간이 있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고도 10년을 지낸 곳입니다. 인턴부터 비서관까지, 지역 및 언론에서의 국회의원 평판과 신변, 정치적 입장을 조언하는 정무 업무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실에서 하는 일 전부를 거쳤습니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이 하는 일 거의 모두를 그대로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보좌는 국회의원의 일을 옆에서 돕는 것이고, 국회의원은 보좌관이 지원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국회의원과 함께 일하면서 매체에 비치는 국회의 모습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보통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모든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손가락질 받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반응만으로는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의 반응과 요구가 국회의원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또 어떻게 행동하게 만드는지 제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일꾼을 제대로 잘 부리려면 주인은 그 일에 대해서 일꾼만큼, 혹은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안은 매번 달라도 대부분의 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처리되며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국회에 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총선이나 대선과 같은 선거에서 투표할 때도 도움이 되고요.


책 부제의 국회의원 300명, 보좌진 2,700명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그 많은 사람이 국회의사당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어요.


국회는 하나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국회를 구성하는 주요 건물인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의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 국회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에는 국회의원 1명당 채용할 수 있는 보좌진이 인턴까지 포함해 10~13명 정도 되므로 그것만으로도 사실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통칭 보좌관이라고 했는데,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9급부터 4급까지 직급이 있습니다. 보좌관(4급), 비서관(5급), 비서(6급 이하)는 직급에 따른 직위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대개 보좌관으로 통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좌관 일을 시작하셨나요?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IMF가 터졌습니다. 잘 다니던 사람들도 직장을 잃던 상황이라 졸업생 중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도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보습학원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역시 짧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국회의 어느 의원실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아르바이트지만 거의 첫 직장 생활이나 마찬가지였던 만큼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국회라는 곳이 멋있게 보였고 이곳에서 능력 있는 보좌관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태도를 의원과 사무실 직원들이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그 덕에 그때 처음 시행하는 인턴직에 채용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이념이나 특별한 신념 같은 게 아니라 국회라는 근사한 곳에서 일하고 싶은 순진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죠.


국회의원들이 TV에서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본회의장에서 목소리 높여 언쟁하다가도 회의가 끝나면 서로 사이좋게(?) 웃는 풍경이 실제로 있나요?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TV를 통해서만 정치인을 접해왔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모습을 그들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TV에서 보이는 장면은 주로 본회의장에서 회의할 때 모습이잖아요. 국회의원은 유권자를 대리하는 공적인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소속된 정당이나 유권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죠. 물론 로봇이 아닌 이상 본인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러합니다.


회의장 밖에서는 꼭 공적인 태도로 상대 정당의 의원을 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국회가 그들의 직장이기도 한데 일상에서 부딪히는 경쟁 정당의 의원과 불편한 관계를 갖는다면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이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임위 회의장 근처에는 국회의원의 휴게실이 있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면 의원들이 잠깐 쉬거나 회의 내용을 보좌관과 상의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여야 구분이 없습니다. 한 공간에서 다들 긴장을 푸는 것이죠. 회의장에서 언성을 높였어도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면 넉살 좋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물론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했다면 상대방이 농담을 건네도 외면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공적인 직업인으로서의 개인과 사적인 개인을 어느 정도 구분합니다.


이런 모습이 위선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TV에서 보이는 대로 상대 정당의 의원과 좋지 않은 관계를 갖는 건 유권자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법을 만드는 일보다 앞서는 국회의원의 임무는,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언쟁이 생겨도 풀어야 하는 게 그들의 일이에요. 국회의사당 둥근 돔의 의미가 그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공개되는 회의장에서는 치열하게 논의하더라도 개인적인 관계는 잘 유지해야겠죠.


드라마 〈보좌관〉의 영향 때문인지 보좌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습니다. 보좌관이 하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보좌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해줄 만한 점이 있다면요?


의원실마다 다른데 대개 국회의원의 스케줄, 후원회 및 정치 자금 관리를 포함한 사무실 전반 일을 맡는 행정 업무, 그리고 수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1명씩 있고, 3~4명을 지역 및 정무 업무에, 나머지는 정책 업무에 분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정책 담당 직원은 의원이 활동하는 상임위원회 소속 기관과 관련된 정책 전반의 일을 나눠서 맡습니다. 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임시회에서 행정부처를 상대로 하는 정책 질의와 예산 및 결산 검토, 관련된 이슈 대응, 법안 발의와 정책 토론회, 민원까지 다양합니다. 의원이 당직자 선거나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 나가면 선거 업무도 하며 그 외에 불시에 터지는 이슈가 있을 때 투입되기도 하고요.


보좌관 일을 잘하려면 정치 감각을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업무 분야마다 조금 다릅니다. 행정 업무는 정리와 회계에 자질이 있으면 좋고, 수행이나 정무 쪽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태도에 정치와 전략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하면 유리할 겁니다. 정책 업무라면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게 될 의원이 활동하는 상임위 관련 지식이나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저는 행정 업무를 하다가 정책 업무를 하고 싶어서 국회에 다니며 경제 관련 대학원에 진학한 적이 있는데, 정무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같은 경제 상임위 소속 의원실에 지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상임위 관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지원할 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보좌관은 수시채용이고 의원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처럼 꼭 국회에서 첫발을 디딜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얼마든지 들어올 기회가 있고, 처음 일하더라도 경력과 실력 정도에 따라 직급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원하는 보좌진 요건에 글을 잘 쓰는 걸 명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선거철에는 연설문도 검토해야 하고 질의서나 보도자료 작성 등 평소에도 글쓰기 실력이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보좌진으로 생활하며 인상 깊었던 국회의원 혹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국회에서 처음 일한 해, 첫 국정감사 때였어요. 국정감사 회의는 대부분 국회에서 열리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감사를 받는 정부 부처나 기관에서 열리기도 하는데, 외부 기관에서 회의가 열렸던 날이었습니다. 회의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려서 자신의 순서가 아닌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이 질의하고 있는 사이에 휴게실에서 쉬기도 합니다.


의원에게 보고할 일이 있어 휴게실에 갔더니 다른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연세가 꽤 되는 의원이 테이블에 놓인 간식이 맛있다면서 계속 칭찬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회의가 끝난 후 그 의원이 제 앞으로 걸어가는 거예요. 무리 속에서 천천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가는데 뒷짐 진 손에 아까 그 맛있다던 과자 한 봉지가 들려 있는 게 보였어요. 맛있다고 칭찬하더니 급기야 남은 거 한 봉지 달라고 했나 보더라고요.


키가 작고 통통한 체구에 할아버지 같은 의원이 과자를 손에 쥐고 덜렁덜렁 걸어가는 모습이 좀 귀엽게도 보였어요. 당시엔 어린 마음에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권위적이고 위엄 있는 태도만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상 깊었던 모습으로 꼽기는 부족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선입견이 처음 깨진 때라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으니 투표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권자로서 국회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치 참여가 있나요?


많은 부분을 법의 규제 아래에 두는 사회에서 사실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광장에 모이거나 문자를 발송하거나 인터넷 청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주체는 국민인데 마치 손님 같은 참여인 거죠. 어떤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알고 끝까지 치러내며 책임을 지는 것이 보다 목소리를 확실히 낼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일은 대부분 각자의 터전에서 결정되는데 현실적으로 중앙(정부나 국회)보다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중앙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어서 지역 의회의 역할이 미미하다 해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지역 의회에도 관심을 높여가야 합니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힘이 세지면 국회도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은 현재 국회의원들은 유권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요. 문제는 유권자가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법보다 국회의원이 자기 역할을 다 하도록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가령, 법을 몇 개 만들었는지 같은 정량 평가보다 그 법이 사회 갈등 해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의 정성 평가를 기준으로 두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국회의원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 전체에 이익과 부합되도록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주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가장 폐쇄적인 공간에서 가장 선도적인 제안을 해야 하는 국회에서, 내부자이자 시민의 위치로 10년간 경제 및 여성 분야 입법ㆍ정책 보좌진으로 일했다. 여성문제 관련 글을 쓰기도 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자발성’과 ‘시민의식’이다.국회를 떠나 재야로 돌아온 지금은 ‘나’라는 개인에 집중해 사회 전반을 탐구한다. 평범한 개인이 사회에서 모두 빛나는 역할을 하리라 믿으며 오늘도 목소리를 높인다. 지은 책으로 『환장할 ‘우리’ 가족』,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이 있으며 『8분 글쓰기 습관』을 번역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홍주현 저 | 지콜론북

 

실제 국회 안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같은 한국 사회에서의 현실과 견주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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