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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라, 바로 사과하라

『바람아, 불어라』 한대수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라, 바로 사

“외국 사람들은 인사가 몸에 배어 있어요. 물 한 잔 갖다 줘도 그렇게 “땡큐, 땡큐”라며 고마워 합니다. 상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이 사람에게는 다음 번에 더 큰 걸 주고 싶어요. 물이 커피로 변하는 거죠. 그렇게 관계가 좋아지고 서로가 덕을 봅니다.”

 

- 『바람아, 불어라』 한대수

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기껏 공들여 써줬더니 다 고쳐서 보내주네요.” 나는 답했다. “그러길래, 왜 과잉 친절을 베풀어? 요구하면 그 때, 적당히 대처하면 되지.” 상황을 살펴보니, 기사를 게재하기 전에 인터뷰이에게 원고를 보여줬더니 자기 마음대로 원고를 대폭 수정해서 보내왔다. ‘아, 자기 글이 소중하면 남의 글도 소중한데. 이럴 거면 서면 인터뷰나 할 것이지 왜 대면 인터뷰를 했담? 자기가 한 말이니까 수정해도 된다고? 질문은 내가 했는데?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그것만 고쳐야지. 녹취를 푼 우리의 노동은 어쩌라고?’

 

화가 났지만 한 두 번 겪는 일도 아니라서, 대꾸를 해주다 말았다. “그 사람, 프로가 아닌 거야. 너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대중적으로 호감을 얻는 게 더 중요한 거지. 그렇게 멋있어 보여서 뭐하나 몰라. 실체는 다른데. 그런 사람들 진짜 많거든? 난 이제 그러려니 해. 우리가 50대 대기자였으면 이런 요구를 못했겠지. 그냥 그 사람 그릇이 작구나, 생각하고 말아. 고맙다는 말도 안 하지?” “네, 없더라고요.”

 

이름만 바꿔서 똑같은 메일을 보낼 때가 있다. 누구는 반가워하고 누구는 형식적으로 반응하고 누구는 무시한다. 물론 입장, 관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 기본 매너가 장착된 사람들이 꼭 있다. 업무 내용으로 가득 찬 메일함에서도 그 사람의 메일은 빛이 난다.

 

“사과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사과하면 안 되나요?” “제가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런데 왜 사과를 해야 해요?” “그건 당신 입장이고요.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니까요?” 부모님은 내게 어떤 교육을 하셨길래, 나는 사과에 관한 확고한 일념이 생긴 걸까. 타인이 그토록 사과를 원하면, 그냥 잠시 영혼을 팔아도 될 것을.

 

가수 한대수는 산문집 『바람아, 불어라』에서 ‘성공의 길’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 약속을 지켜라. 둘째,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라. 셋째, 바로 사과하라. 넷째, 유머감각을 가져라. 책을 읽으며 ‘이보다 더 상투적일 수는 없겠군’ 생각했는데, 곱씹을수록 정답이었다. 특히 내가 밑줄 친 부분은 인사였다. “고맙다, 미안하다.”

 

똑같이 대해줘도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저 사람이 내 마음 알겠지’하고, 입을 싹 닫는 사람이 있다. 내게 좋은 일이 생기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물론, 전자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이렇게 대꾸하는 사람이 있다. “제 성격이 원래 좀 그래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요. 말 안 해도 알지 않아요? 알아줘야 사람이죠.” 나는 대꾸한다. “가족도 몰라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시고요. 대신 기대하지도 서운해 하지도 마세요. 성공할 생각도요.”

 

▶ 한대수 인터뷰 다시 보기

 

글 | 엄지혜 사진 | 한정구(AM12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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